남자의 여행기 - 울프코리아 WOLFKOREA
🔥 글쓰기 +60(x4배) / 글추천 받음+6 (x2배) / 댓글 +4(x2배)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0개
  • 쓰기
  • 검색

🇻🇳베트남 베트남 장기출장 그리고 로맨스 #16편

호치민헌터
544 2 0
주의사항 로맨스

image.png.jpg

 

‘오빠!  아까 나 오빠 일기 봤어!’

 

망설이다 입을땐 고메즈녀가 나에게 한 말이다.  그말을 듣자마자 난 어찌된 영문인지 대강 짐작이 갔고, 이어지는 고메즈녀의 설명을 통해, 나의 짐작이 맞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난 대학생때부터 일기를 적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딩때부터 적었지만, 고딩때 엄마가 내 일기장을 몰래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반항심에 한동안 안 적다가 혼자 살기 시작한 대학생때부터 다시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처음엔 MS워드로 적었지만, 몇년전부터는 구글문서를 사용해 핸드폰이나, 랩탑으로 시시때때로 적고 있다.  

 

아까 낮에 방에서 깜박 잠들기전 난 또 일기를 적었었고, 그렇게 띄어놓은 일기창을 내가 샤워하러 들어간 틈에 고메즈녀가 보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난 고메즈녀가 내 일기를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느정도까지 봤을지 기억을 돌이켜 유추해 보았다.  

 

천만다행으로 고메즈녀는 당일 내가 적었던 일기까지만 본상태였으나, 그내용들을 고메즈녀가 어떻게 생각할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고메즈녀가 봤던 내 일기에 적힌 내용은 15편에 내가 적었던 것들의 거의 1/3정도로, 내가 나짱에 도착하고부터 고메즈녀를 픽업해 호텔에 체크인할때까지의 내용들을 적은거였다.  

 

나짱에 몇년만에 다시 왔을때의 느낌, 고메즈녀가 처음 전화했을때의 기분, 공항에서 처음 고메즈녀를 봤을때의 감정변화 등등..

 

사실 난 고메즈녀가 정서희녀에 대해 알아챘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천만다행으로 장서희녀에 대한 내용은 고메즈녀가 본 일기에 적혀있지 않았다.  

 

그대신 일기엔 전여친에 대한 내용이 일부 적혀있었는데, 저녁때 고메즈녀와 전여친 식당에 가봐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크게 문제가 될만한 내용들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 어느정도 안심이 되었지만, 내속마음을 고메즈녀에게 모두다 들켜버린듯 싶어 약간의 민망함은 있었다.  

 

눈치빠른 고메즈녀는 처음엔 내가 화낼까 싶어서 걱정을 하기도 했으나, 곧 내가 민망해하고 있다는걸 눈치챘는지 넌지시 깐죽대기 시작했다.

 

괜히 머리를 풀었다가 다시 묶으며, 오빠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 라고 묻기도하고, 자신의 팔을 쓰다듬으며 태닝이 잘됐냐고 묻기도 했다.  

 

다 내가 일기에 적었던 내용들이었다.  난 큰키에 덩치가 좋고, 태닝한 피부가 잘 어울리는 고양이상의 여자가 좋다 등등..  

 

추가적으로 고메즈녀의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이 아주 섹시한거 같다고 적기도 했다.

 

고메즈녀는 그런 내용들이 맘에 들었는지 처음엔 잠시 놀리다가 나중엔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image.png.jpg

 

원래 이상형이 키크고 덩치큰 여자냐?  태닝한 피부에 고양이상의 여자가 좋냐? 등등.. 내가 일기에 적었던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라,

 

그렇다고 대답해 주니, 그럼 자기가 오빠 이상형이냐고 묻기도 했다.  꼭 그런건 아닌데, 상당부분 겹치는 것도 사실이라,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분이 겹친다고 설명해 줬다.

 

뭐 그정도의 대답만으로도 고메즈녀는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난 더이상 이 주제로 대화를 계속해 나가기가 불편했지만,

 

고메즈녀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생각이었는듯,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대학생들 단체미팅에서나 나올법한 유치한 질문인 것 같아 대답을 안할 생각이었지만,

 

 

 

image.png.jpg

 

고메즈녀가 끈질기게 물어보는 통에 결국 이사벨 루카스라고 대답해 주었지만, 당연히도 고메즈녀는 누구인지 몰랐고,

 

트랜스포머에서 남자주인공 꼬시는 로봇으로 출연했다고 설명해 줬지만, 여전히 감을 못잡더니, 결국 네이버에 검색해 보더라.

 

그정도면 난 고메즈녀가 그만할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의 이상형이 명확하게 짐작이 안되는지,

 

 

 

image.png.jpg

(좌: 클라라 , 우: ns윤지)

 

이번엔 한국연예인중엔 좋아하는 사람이 없냐고 물어봤다.  사실 그닥 대답을 하기가 싫었지만, 거듭된 고메즈녀의 질문에 결국 NS윤지와 클라라라고 대답을 했다.  

 

이번엔 감이 탁 잡히는지 눈을 위로 한껏 치켜뜨더니, 오빠가 어떤 스타일 좋아하는지 이제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이주제를 벗어나는가 싶었지만, 이번엔 고메즈녀가 전여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예전에 나짱에 체류할때 만난 아가씨냐?  아직도 좋아하냐?  아니면 미련이 남았냐?  어떻게 생겼냐?  걔도 키크고 덩치좋고 고양이상에 태닝했냐?  등등..  정말 질문이 끝이 없었다.  

 

하긴 내가 고메즈녀의 입장이었어도 이보다 더 재밌는 화제거리는 없었을것 같아서 이해는 됐다.

 

난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걍 고메즈녀와 건배를 하고선 잔에 담긴 맥주를 깔끔하게 비웠다.  

 

고메즈녀는 한모금만 마시길래, 그거 원샷하면 대답해 주겠다고 하니, 고메즈녀는 망설이지 않고 잔에 남았던 맥주를 원샷했다.  

 

몇방울의 맥주가 고메즈녀의 목을 타고 흘러내렸고, 난 그순간에도 그모습이 섹시하다고 생각을 했다.

 

결국 난 전여친에 대해서도 고메즈녀에게 솔직하게 설명해 줬다.  전여친, 아니 정확히는 전전전여친은 내가 나짱에 체류할때 친구소개로 만나게 되었고, 두달정도 사귀었던 사이다.  

 

난 한국돌아오고, 이아가씬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서로 자연스레 헤어졌고, 그아가씬 몇해전 석사를 마치고 나짱에 돌아와 호텔에서 일하다가 작년에 결혼했고,

 

현재는 남편이랑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출장오면서 처음 연락을 했고 오늘 저녁에 자기네 가게로 놀러오라고 초대를 받은 상태다.  

 

미련은 전혀 없고, 걍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었는데, 막상 나짱오니, 그닥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기도 하지만,

 

또 안보고 한국 돌아가면 후회할것 같아서 지금 망설이고 있는중이다 등등..

 

고메즈녀는 흥미가 동하는지 아주 재미나게 듣다가 전여친 레스토랑에 갈건지 다시 물어봤다.  

참..  뭐라 대답을 하기가 난감하더라.  마음 한켠에선 꼭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이번에 안보고가면 분명히 한국에 돌아가서 후회할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아직 고민중이라고만 짤막하게 대답해 줬다.

 

새로 나온 맥주를 들이키며 고메즈녀는 날 충동질 하기 시작했다.  꼭 가보자고..  

 

근데, 난 전여친의 가게에 갈지말지도 고민이 되었지만, 가게된다면 혼자갈지 고메즈녀랑 같이 갈지도 사실 고민이 되었다.

 

고메즈녀는 그걸 눈치챘는지, 자기랑 같이 가면 어색함이 좀 낫지 않겠냐고 충동질 하기도 했고..  

 

사실 난 무슨 홀ㅇㅂ처럼 혼자 전여친과 남편이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앉아 있기가 그래서 고메즈녀와 함께 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계속되는 고메즈녀의 설명을 듣다보니, 점점 더 고메즈녀의 말에 수긍을 하게 되었고, 결국 우린 함께 전여친의 가게로 가보기로 했다.

 

 

 

image.png.jpg

 

결정은 했지만,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고메즈녀와 맥주를 들이키며 이런저런 궁리를 했다.  

 

전여친 가게에 가면 어떻게 인사할까?  가볍게 허그?  걍 악수만?  전여친 남편이랑은 뭔얘기를 하지?  

 

내가 전남친이라는건 분명히 알텐데, 서로 불편하진 않을까?  등등..  혼자서만 계속 고민을 하다보니 답도 안나오고 답답해서 고메즈녀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때 처음 고메즈녀가 장서희녀보다 더 편하게 느껴졌다.  

 

언어장벽이라는게 생각보다 커서 그런지 말이 안통하는 장서희녀랑만 지내다 고메즈녀와 이렇게 대화를 나누니 가슴이 확트이는듯한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남은 맥주를 다 비운뒤 화장실에 들러 복장과 머리를 다시 정리하고선 전여친의 가게를 향해 고메즈녀와 함께 출발했다.  

 

전여친의 가게는 여행자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루이지안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다.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지만, 대충 위치는 지도를 통해 파악해 놓은 상태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이윽고 나와 고메즈녀는 가게 앞에 당도했고, 난 잠시 망설이다 고메즈녀의 손을 꼭 쥔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가게였지만, 연휴 첫날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종업원이 빈자리를 안내해줘 고메즈녀와 난 자리에 앉았고,

 

맥주를 주문한 후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금방 알아보겠더라.   전여친을..  나와 고메즈녀는 바앞에 위치한 작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반대편 끝쪽엔 전여친이 지인들을 초대했는지 친구들과 함께 쇼파에 앉아 얘길 하고 있었다.  친구들 중엔 내가 아는 친구도 있었고..  

 

전여친의 남편은 보이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바에 있다가 칵테일과 맥주들을 전여친과 친구들이 있는 테이블로 연신 나르고 있었다.

 

전여친의 가게는 낮에는 문을 안열고, 저녁식사시간에 맞춰 오픈했다가 저녁식사시간이 끝나면 클럽 비스무리하게 분위기가 바뀌는 가게였는데,

 

마침 우리가 늦은 시간에 입장한 통에 한쪽에선 외국인DJ가 음악을 틀어 흥을 돋구고 있었고, 바쪽에는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들기도 하고, 불쇼를 보여주기도 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러시아애들로 보이는 서양애들이 절반정도, 나머지는 베트남사람들 이었다.  아직 한국인들 사이에선 유명하지 않은곳이지만, 분위기가 꽤 좋았다.  

 

음악도 쿵짝쿵짝거리고 신나게 나오고, 러시아애들은 흥이 났는지 테이블 옆으로 나와 신나게 춤을 추기도 했다.  

 

 

 

image.png.jpg

 

난 외국에 있어 가본적이 없지만, 90년대 중반 한국에서 유행했던 락카페가 이런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난 여전히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고, 고메즈녀는 은근슬쩍 흥이 났는지 바운스를 타고 있었다.  그러다 문자가 왔길래 확인해 보니, 전여친이 보낸 문자였다.  

 

언제쯤 오는지 묻더라.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고메녀의 손을 잡아 끌곤 전여친과 친구들이 있는 테이블쪽으로 향했다.

 

중간에 흥이나서 춤추는 러시아사람들을 피해가며 지그재그로 전여친이 있는 테이블을 향해 가는데, 어느순간 전여친과 눈이 마주쳤다.  

 

처음엔 긴가민가하는 표정이었는데, 곧 날 알아봤는지 표정이 밝아 지더니, 일어서서는 나에게 다가왔다.  

 

난 계속 다가가면서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이제 곧 마주칠텐데, 어떻게 인사하지?  허그? 아니면 악수?

 

근데 막상 마주치니 미리 생각해둔게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  걍 반가워서 껴안게 되더라.  남편이니 이런거 하나도 신경이 안쓰였다.  

 

전여친도 다행히 내가 반가웠는지 팔을 벌려 나를 안아주었고, 등을 토닥여 주기도 했다.  몇초간 그렇게 포옹을 하다가 포옹을 풀고는 서로 얼굴을 바라봤는데,

 

약간 나이가 든 티가 나긴 했지만, 거의 내가 기억하던 전여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약간 찡하기도 했다.  

 

전여친은 내가 나짱에 있을땐 까맸는데, 하예져서 못알아 봤다고 했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라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토바이 렌트샵 사장이 했던 말과 똑같은 반응이었다.

 

잠시 그렇게 서서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서로 변한 모습에 대해 평하기도 하다가, 전여친이 친구들을 하나하나 소개시켜줬다.  

 

중간에 전여친의 남편과도 인사를 했는데, 상상했던것처럼 서로 적대감을 내보이지는 않았고,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인사를 나눴다.  

 

전여친의 남편은 그동안 페이스북에서 많이 봤었지만, 실제로 보니, 베트남인 답지 않게 상당히 지적이고 샤프할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짱은 굉장히 작은 도시라 동네가 매우 좁다.  한다리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 친구들 사이에 애정관계가 이리저리 복잡하게 엮이기도 하는 편이다.  

 

베프가 결혼했는데, 부인이 내전여친..  뭐 이런경우가 아주 자주 생기다보니, 부인의 전남친,

 

남편의 전여친에 대한 생각이 같은 유교문화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편이다.  

 

난 이런 사실을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내가 그입장이 되고 보니, 당황스럽더라.

 

image.png.jpg

 

 

대충 전여친이 친구들을 다 소개해 주었고, 고메즈녀를 쳐다보길래, 나도 소개를 해줬다.  여자친구라고..  

 

참 유치한 혼자만의 신경전이지만, 닥치니 그렇게 대답하게 되더라.  고메즈녀와 손을 꼭 잡고 있었던 상태라 사실 그것말고는 다른방도가 없기도 했고..  

 

단골로 다니는 가라오케 호스티스라고 할순 없잖냐?  안그냐?

 

그렇게 나와 고메즈녀는 전여친의 친구들 틈에 자리를 잡고 앉게 되었다.  나와 고메즈녀까지 합쳐서 총 9명 이었는데,

 

내가 나짱에 체류할때부터 전여친의 베프였던 신민아녀와 그렘린녀도 있어서 반갑게 인사했다.  

 

 

image.png.jpg

 

신민아녀는 내가 나짱에서 봤던 베트남아가씨들 중에선 가장 예뻤던 아가씨인데, 신민아와 굉장히 흡사한 외모라 당시에도 이래저래 노리는 베트남 남정네들이 많았지만,

 

결국 경찰과 결혼을 했더라.  그날도 남편과 함께 와있었고..  그렘린녀도 전여친의 베프인데,

 

 

 

image.png.jpg

 

약간 그렘린을 닮은 외모에 굉장히 착한 친구였는데, 호텔에서 일하고 있었고, 같은 호텔에서 일하는 남친이랑 같이 와있었다.  

 

나머지 두명중의 한명은 바텐더의 여친이었고, 나머지 한명은 러시아아가씨였는데, 가게에서 일하는 러시아인 DJ의 여친이라고 했다.

 

그러고 자리를 잡고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분위기를 살폈다.  이런저런 얘길 하는걸 듣다가 전여친이 핸드폰을 꺼내 뭘 찾더니, 사진을 한장 보여줬는데,

 

내가 나짱에 체류하던 시절 전여친이 찍었던 사진이었다.  완전 태닝을 한 상태라, 마치 흑인처럼 눈과 이빨만 하얗게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더니 빵터져서 웃더라.  고메즈녀와 내가 앉은 자리에선 다소 거리가 있어서 핸드폰을 전해 받은뒤 고메즈녀도 그사진을 봤는데,

 

걔도 결국 빵터졌다.  한참 웃더니, 나보고 오빠 진짜 사람됐다고 말하기도 했고..

 

그렇게 이런저런 얘길하며 있는데, 난 좀 정신이 사납더라.  난 정리된 상태에서 자리를 지킨채 술을 곁들여 담소를 나누는걸 즐기는 편인데,

 

여긴 다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니며 각개전투라 정말 정신이 없었다.  갑작스레 누가 술잔을 내밀길래, 누군가하고 봤더니,

 

어느순간 신민아녀의 남편이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술잔을 내밀며 보드카를 권했다.  안마시기도 뭐해서 짠하고 마시려는데,

 

여기저기 남정네들이 모이더니 다들 술잔을 들고선 어깨동무를 한채 또 못, 하이, 바, 요~~~  

 

 

 

image.png.jpg

 

이러고 보드카를 마셨다.  간만에 마신 보드카가 식도를 타고 뱃속으로 스며드는게 또렷이 느껴졌다.

 

난 신민아녀의 남편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예전에 나짱에서 만들어두었던 내 오토바이 면허증을 보여주며, 경찰한테 걸리면 이거 보여주면 되냐고 물어봤지만,

 

이ㅅㄲ는 대충 흘깃 보더니, 자기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며, 자기한테 전화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고 했다.  

 

풍기는 포스가 꽤 고위직같은게 정말 그럴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존나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중간중간 이녀석 저녀석들이 많이 나에게 다가와서는 술을 권했다.  그때마다 우린 못, 하이, 바, 요~~~를 반복했고, 난 술을 마시기도 했고, 상황을 봐가며 술마시는 척만 하기도 했다.  

 

술을 마시고 나면 난 그냥 날좀 내버려 뒀으면 좋겠던데, 또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Hi가 한국말로 뭐냐?  

 

안녕~ Bye가 한국말로 뭐냐?  안녕~ ㅆㅂ 구라치냐?  Hi도 Bye도 둘다 안녕이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해라..  등등…

 

중간에 DJ하던 러시아인 DJ가 자기 여자친구를 보러 왔다가 말을 걸기도 하고, 건배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녀석이랑 잠시 얘길했는데,

 

내가 한국인이라는걸 알고는, 브라질월드컵 한국-러시아전 얘길 꺼내기도 했다.  

 

지네 골키퍼 존나 등신이라고 욕을 한바가지 하더라.  원래 졸라 잘하던 골키퍼인데, 그때 이후로 완전 삐꾸됐다고 했고..  

 

그러고 난 정신없이 알지도 못하는 이사람, 저사람 상대를 하고 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옆에 있던 고메즈녀가 사라졌더라.  

 

어디있나 싶어서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펴보니, 고메즈녀는 저쪽 반대편 자리에 전여친, DJ여친, 신민아녀, 고메즈녀 등과

 

함께 여자애들끼리 모여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깔깔대며 얘길하고 있었다.  뭔얘길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알아서 잘노는듯한 모습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후로도 난 이남정네, 저남정네에게 시달렸다.  처음엔 같은 테이블에 있던 애들만 왔는데, 나중에 옆테이블에 있던 러시아 아저씨랑도 보드카잔을 기울였다.

 

 

 

image.png.jpg

 

자긴 하바롭스크에서 왔는데, 한국이 존나 좋다고 하면서 자기차가 한국차라고 자랑을 하기도 했다.  뭔가 싶어서 보니까 구형 스포티지더라.

 

이사람 저사람에게 시달리며, 정신없이 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쿵쾅거리는 음악소리와 함께 광란의 분위기가 연출이 되어 우르르 사람들에 휩쓸려 춤을 추게 되었다.  

 

난 그닥 춤을 잘추지도 그렇다고 즐기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맞춰줘야 할것 같아서, 존나 신나는듯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는데,

 

저쪽 낯익은 처자가 존나 화려한 댄스실력을 자랑하고 있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고메즈녀가 무대를 휩쓸고 있더라.  DJ여친, 이름모를 러시아처자 하나와 셋이서 마치 댄스배틀을 하는듯

 

무대를 휘젓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DJ여친은 줌바댄스 강사였는데도 춤에서 전혀 밀리지가 않았다.  

 

DJ녀석도 고메즈녀와 자기 여친의 반응에 힘을 얻었는지 연신 믹싱을 해가며, 푸쳐핸접을 외쳤고, 어느덧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방방뛰며 손을 치켜들고 있었다.  

 

나도 손을 치켜들고 방방뛰긴 했지만, 이게 뭐하는건가 싶더라.  처음 전여친 가게에 올땐 이런 모습으로 놀게 될거라고는 전혀 상상을 하지 못했는데,

 

존나 황당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한참을 방방 뛰는데도 댄스타임은 멈출줄을 몰랐고, 어느덧 전여친과 신민아녀, 그렘린녀 등도 함께 나와서 방방 뛰며 흔들어 재꼈다.  

 

그모습을 나도 방방뛰며 보고 있는데, 존나 웃기기도 하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이제나 저제나 끝나겠지하며 상황을 지켜봤지만, 광란의 시간은 끝날줄을 몰랐고,

 

어느순간 나는 기차놀이를 하기도 했고, 또다른 순간에는 강시처럼 뛰어다니기도 했다.  

 

몇몇 러시아아 넘들이 나를 따라 강시처럼 뛰어다니다 맥주병을 엎기도 했지만, 종업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분위기는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그러고 한시간도 훨씬 넘게 춤만 춰댔다.  잠시 구석탱이에서 쉬려고 몇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난 사람들 손에 끌려나왔고, 또 강치처럼 뛰어다녔다.

 

그러다 서서히 여러가지 리듬이 뒤섞여 강시놀이하기 애매해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끈쩍끈쩍한 리듬의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리듬엔 강시놀이 말고 봉산탈춤이라도 춰야하나하고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image.png.jpg

 

나를 제외한 나머지 애들은 이 리듬이 존나 자연스럽다는듯, 남녀가 쌍쌍이 끌어안고선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마치 2000년대초까지 한국에도 존재했었던 나이트클럽의 블루스타임을 보는듯 했다.  순간적으로 아련한 옛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지기도 했다.  

 

이제 뭘 어째야하나하고 혼자 우두커니서서 멍때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품을 파고 들었다. 누군가 싶어 얼굴을 봤더니, 고메즈녀였다.  

 

안그래도 믿을건 고메즈녀밖에 없어 이리저리 찾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image.png.jpg

 

고메즈녀는 장장 한시간이 훨씬 넘는 댄스타임에 땀을 뭐처럼 흘리고 있어서 허리를 감은 내 팔뚝이 다 축축해 질 지경이었다.  

 

나도 거듭된 강시놀이, 기차놀이로 땀범벅이었던 상태라 서로의 땀이 뒤섞여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불쾌하진 않았다.

 

끈적거리고 미끄덩거리는 땀이 오히려 섹시하게 느껴져 난 의식적으로 고메즈녀의 등을 쓸어내렸고, 고메즈녀도 싫지는 않았는지 내셔츠안으로 손을 넣어 손으로 내등을 훔치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 안은채 천천히 뱅글뱅글돌며 블루스를 추는데, 내 가슴에 맞닿는 고메즈녀의 가슴느낌도 좋았고, 내등을 만지는 고메즈녀의 손길도 좋았다.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0

댓글 쓰기
브로의 관심 덕분에 글 쓰는 브로들이 더 많은 남자의 여행기를 작성할 수 있어. 댓글로 브로의 관심을 표현해줘~💙
0%
0%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