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여행기 - 울프코리아 WOLF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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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베트남 장기출장 그리고 로맨스 #4편

호치민헌터
903 2 2
주의사항 로맨스

다음날 시차땜에 일찌감치 일어나서는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준비를 했다.  어제 루프탑에서 있었던 일들이 다시 떠오르더라.  

 

루프탑에서 좀더 직접적으로 말을 할까 그랬나?  아니다 그정도면 됐지.  만난지 하루밖에 안됐는데, 아직 막나가긴 너무이르지 등등..  뭐 이런 갈등을 한참했다.

 

그래도 결국은 그정도만 얘길하길 잘했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더라.  맘이 싱숭생숭 했지만 출근은 해야돼서 부리나케 준비해서는 약속시간에 맞춰서 로비에 나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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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출입증 때문에 베트남법인 담당자랑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5분정도 지나서 담당자가 오더라.  

 

한국에서부터 메일도 많이 주고 받았고, 전화통화도 여러번 했었지만,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었다.  처음봤을땐 무슨 고삐리인줄 알았다.  

 

교복 입혀놓으면 딱 우리나라 고딩이더라.  순진하고 착하게 생겨서 더 그럴지도..  하나하나 뜯어서 보면 미인이라고는 말 못해도 그래도 베트남에서 저정도면 나쁘진 않은 얼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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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런 빨간색 플라스틱안경을 끼고 있어서 많이 깨더라.(앞으로 이녀석을 ‘빨갱이’라고 부를게)

 

오토바이 뒷자석에 타고가나 기대했지만, 사무실이 숙소에서 멀지가 않아서 걍 걸어서 갔다.  가면서 이런저런 얘길 하는데, 난 빨갱이를 처음본줄 알았는데,

 

자기는 날 예전에 본적이 있다고 하길래 언제 봤냐고 물으니까 1년쯤 전에 호치민 출장온적 있지 않냐고 되묻더라.  그렇다고 하니까 그때 본적 있다고 하더라.

 

사무실 출근해서는 법인장이랑 몇몇사람들이랑 인사하고 네트워크IP배정, 회의실배정 등등을 했다.  법인장이 뉴질랜드 사람이었는데, 악수하려 손을 잡았더니 혹시 운동하냐고 묻더라.  

 

내가 장갑안끼고 운동을 오래해서 손바닥이 거의 발바닥 수준이거든.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이랑 크로스핏 오래했다니까 자기도 홍콩있을때 크로스핏 했었다면서 한국가기전에 같이 운동 함 하자고 하더라.  

자기 부하직원도 아니고 별로 도움이 될 사람도 아닌데,

 

짧은 시간안에 상대를 관찰해서 공통화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범상치가 않은게 역시 괜히 젊은 나이에 법인장자리에 올라간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것저것 행정적인 업무가 다 끝난뒤 담당자랑 교육 시작전 최종 미팅을 했다.  빨갱이가 내 카운터파트너여서 그녀석이랑 둘이 회의를 했다.  

 

뭐 그동안 한국에서부터 연락을 주고받아서 거의 대부분 협의가 완료됐으나, 그간 여러가지 사정으로 유선 혹은 메일로 몇가지 물어보지 못했던 사항들이 있어서 회의하면서 최종확인을 해봤다.

 

내가 2주 교육을 총 3세션 해야했고 세션당 7~8명의 인원이어서 걍 한꺼번에 전체 20여명의 인원을 2주만에 다 교육하면 안되는 거냐고 물어보니 빨갱이가 안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왜 안되는거냐고 물으니까 대답이 존나 황당하더라.  회사내에 20명이 넘는 인원을 모두 수용할수 있는 회의실이 하나밖에 없어서 우리가 사용할수 없다고 당당하게 대답하더라.  

 

그말듣고 내가 존나 답답해서 대회의실이 부족하면 주변 호텔 같은데 대회의실 2주동안만 빌려서 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되물으니까 대답이 예산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더라.  

 

으~~악!!  저얘기 듣고선 고구마 100개 먹은거 같이 존나 답답했는데, 더 이상 뭐라고 안했다.

 

베트남이 아직 인건비가 싸서 생산성의 개념이 우리랑은 다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정부랑 합작한 법인이라서 관료적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베트남에 일하러 나오면 존나 갑갑해서 뒤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우리회사 시스템이 최고는 아닐지라도 괜찮은 수준의 시스템을 갖춘 회사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베트남에선 시스템이고 뭐고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  더더군다나 빨갱이는 베트남애이긴해도 나름 호주에서 대학나온 재원인데,

 

입사 2년여만에 저런식의 사고방식을 하고 있으니 좀 많이 갑갑하더라.  

 

안타깝기도 하고..  뭐 우리나라도 70~80년대엔 저랬겠지.  저렇게 서서히 의식이 발전해 나가는게 개발도상국 국가들이 걷는 발전의 길이기도 하고..

 

뭐 그건 그거고 나 개인적으로는 널널하게 3팀으로 나눠서 6주동안 교육하면 더 좋았다.  출장기간도 길고, 업무도 널널하고..

 

이러고 적당히 교육이나 하면서 퇴근하면 놀러나 다니며 즐기다 한국돌아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을 했다.

 

베트남 법인 근무시간은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인데, 교육은 10~12시, 14~16시 이렇게 4시간만 하면 돼서 그이상 더 널널할수 없을 정도로 근무환경이 널널하더라.  

 

그래도 보는 눈들이 있어서 교육시작하는 10시 출근해서 교육마치는 16시에 퇴근할 수는 없지만, 널널한건 확연해 보였다.

 

또하나 내가 빨갱이와 회의하다가 알게된건 6주간의 교육기간 중간에 1주일간의 연휴가 끼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 받았던 일정표에 1주일정도의 기간이 휑하니 비어있길래 저때는 뭐하나 궁금했었는데, 물어보니까 그때가 베트남설날이라고 하더라.  ㅋㅋㅋ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그때 난 뭐하냐고 물으니까 쉬면된다고 하더라.  ㅋㅋㅋㅋ  그 말 듣자마자 바로 결심했다.  연휴때 나짱에 다녀와야겠다라고..

 

뭐 오전엔 그러고 시간 보내다가 점심먹고와선 바로 교육을 시작했다.  7명이었는데, 남자 2명에 여자 5명..

 

한국에서도 우리회사가 비교적 여초회사라고 생각했는데, 베트남 법인은 더하더라.  대충 사무실 둘러보니 6대4로 여직원 비율이 더 높았거든.

 

한국에서도 사내교육을 몇차례 한적이 있는데, 베트남에서 교육은 좀 색다른 느낌이더라.  나이많은 사람들도 몇 있었지만, 대부분 나이와 상관없이 존나 어려보여서 무슨 입시학원강사가 된 느낌이더라.  

 

첫날이라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교육말미에 질문있냐고 물어도 멀뚱멀뚱 서로 눈치만 보는게 한국이랑 비슷한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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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마치곤 한국업무메일만 좀 확인하고 5시땡하면 바로 퇴근하려고 했었는데, 업무메일 확인하다 보니 이런저런문제로 서울사무실이랑 통화하느라 5시반정도 돼서 겨우 퇴근했다.  

 

점심시간에 급하게 예약해놓은 스쿠터투어가 6시부터 시작되는데, 5시55분에 내가묵는 숙소 로비로 픽업오기로 했었거든.

 

같이 투어가기로 한 사촌동생과 내사랑그녀도 시간관계상 내숙소 로비로 오기로 했는데, 카톡으로 벌써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더라.  

 

그래서 허겁지겁 서둘러서 숙소에 가보니, 사촌동생과 내사랑그녀 둘이 로비 쇼파에 앉아 재잘재잘 거리고 있었고..  

 

내사랑그녀와 하루만에 보는건데, 뭔가 존나 뻘쭘하더라.  나혼자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내사랑그녀도 뭔가 무안해하는 눈치고..

 

시간이 없어서 간단하게 인사만 한뒤 서둘러서 옷 갈아 입으러 방으로 올라가려고 하니까 사촌동생이 잡더라.  

 

따라 올라가서 오빠방 구경좀 하잖다.  출근할때 깔끔하게 치우고 나왔고 거실과 침실이 분리되어 있어서 옷갈아입는데도 문제가 없어 거리낄건 없었지만

 

왠지모르게 찝찝해서 가뿐하게 거절하고 올라가려는데, 어이없게도 사촌동생이 화장실좀 쓰자더라.  

 

속이 노골적으로 보임에도 저러고 천진하게 요구를 하는게 어이없으면서도 한편으론 귀엽기도 하더라.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가볍게 손을 뿌리치고선 로비에 있는 화장실을 안내해 주고선 방으로 올라갔다.

 

코디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  어떻게 입어야 내사랑그녀에게 잘보일수 있을까 싶어서 이래저래 고민을 많이했다.  

 

운동할때 입는 헐렁한 나시를 입어 야성미를 뽐내볼까 하다가도, 세련된 남성미를 뽐낼수 있는 차이나칼라 셔츠를 입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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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저러니 고민하다가 결국 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피케셔츠를 입고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에 내려가니까 아직 약속시간이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사 직원들이 와있었다.  참고로 내가 예약했던 여행사는 Back of the bike(아마 맞을거다)라는 회사였다.  

 

궁금한 넘들은 트립어드바이저에 들어가보면 된다.  원래 트립어드바이저순위 1위에 랭크된 XO투어라는 회사의 푸디투어를 하려고 했는데, 당일예약을 하려다 보니, 인터넷 예약이 불가능했고,

 

그래서 직접전화해서 물어보니, 인원이 꽉차서 안된다고 하더라.  할수없이 나이트시티투어라도 예약을 하려고 물어보니 그것도 만원..  결국 XO투어는 예약을 못했다.

 

그래서 트립어드바이저에 나온 이곳저곳 여행사를 뒤졌고, 내가 좋아하는 베스파를 타고 투어를 진행하는 베스파 투어도 있었으나, 거기도 확인해 보니 인원이 꽉차서 예약이 안된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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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 Back of the Bike라는 여행사였다.  투어시작 불과 5시간전에 예약을 해야돼서 허겁지겁 전화를 해보니 다행이 여기는 예약할수 있다고 해서 여기로 예약을 했다.  

 

투어비는 1인당 67불이었고, 픽업왔을때 가이드한테 직접 지불하면 되더라.  전화통화하고선 메일로 몇가지 사항을 알려줘야 하는데,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름, 여권번호 등등의 개인정보 몇가지랑 특이하게도 몸무게를 알려줘야 했다.  

 

별생각없이 카톡으로 사촌동생한테 내사랑그녀와 사촌동생의 몸무게를 물어봤는데, 절대 안가르쳐 주더라.  

 

투어예약에 필요한 정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투어 안가면 안갔지 비밀이라고 해서 걍 넉넉하게 60킬로라고 적어서 보냈었다.  ㅋㅋ

 

우리인원이 3명이라서 가이드도 3명이 왔더라.  남자는 남자가이드가 안내해 주고, 여자는 여자가이드가 안내해주는 시스템이라서 가이드도 여자2명에 남자1명이 왔었다.  

 

만나서 잠시 서로 인사를 하는데, 여자 가이드 한명이 사촌동생한테 날 가르키며 남자친구냐고 물어서 사촌동생이 길길이 날뛰며 부정을 하더라.  

 

오빠라고 강조에 강조를 하더라.  참, ‘오빠’라는 단어는 국제어가 되었는지 브라더라고 얘길하면 오히려 베트남애들이 그럼 ‘오빠’냐고 되묻는 수준이었다.  

 

나 예전에 베트남 여행할때도 ‘오빠’라는 단어가 유명하긴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몇년새 한류가 많이 베트남을 휩쓸었다는걸 다시한번 느꼈다.

 

출발하기 전에 일정이랑 이것저것 알려주는데, 절대 드라이버 허리나 어깨를 잡지 말라고 알려주더라.  

 

동성끼리 타는거라서 성추행문제는 아닌거 같고, 안전문제인거 같던데, 나도 잘은 모르겠다.  아니면, 드라이버들이 간지럼을 많이 타서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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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출발을 하는데, 비록 뒷자리일망정 오랜만에 타서 그런지 너무너무 재밌더라.  난 그래도 베트남 체류할때 계속 오토바이 탔었는데도 첨엔 살짝 무섭더라.  

 

퇴근시간이라서 오토바이들이 길에 많다보니 옆에서 다른오토바이들이 바짝 접근할때면 나도모르게 ㄸㄲ에 힘이 들어갔다.

 

옆에서 가고 있는 사촌동생과 내사랑그녀를 보니, 의외로 사촌동생은 존나 즐기며 타고 있고, 내사랑그녀는 겁이 많은지 쉴새없이 꺅꺅거리고 있었다.  

 

많이 무서운지 앞에서 스쿠터 모는 가이드 어깨를 덥석잡아서 여자가이드도 당황해서 내사랑그녀에게 의자뒤쪽을 잡으라고 가르쳐주고 있고..

 

그렇게 오토바이타고 1군쪽을 둘러보다가 중간중간 유명한 건물나오면 가이드가 이것저것 알려줬다. 난 뭐 그닥 관심없어서 적당히 맞장구만 쳐주면서 주변사람들도 구경하고, 내사랑그녀도 구경하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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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3군쪽으로 가더니 어디 길거리에다가 세우고는 길거리좌판에 가서는 파파야샐러드를 시켜주더라.  

 

음식만들때 재료도 알려주고, 이것저것 많이 설명해 주는데, 난 그닥 관심있는 사항이 아니라서 한쪽으로 듣고 한쪽으로 흘렸다.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파파야 샐러드 먹으며 얘기하는데, 우리를 안내해주는 가이드들이 다들 대학생이더라.  

 

영어 실력이 상당히 수준급이라서 유학했는지 물어보니까 순수국내파라고 했고..  가이드하면서 영어공부 많이 한다고 하더라.  

 

진짜 열심히 사는 애들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이런애들중 몇몇은 나중에 뉴스에서 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난 음식은 거의 대부분 가리지 않고 맛있게 잘먹는편인데, 저때 먹은 샐러드 존나 맛나더라.  사촌동생이랑 내사랑 그녀도 존나 맛있다고 연신 엄지척을 연발했는데,

 

여자가이드 하나가 레시피 알려줄테니까 한국에가서 만들어 먹으라고 하더라.  바로 사촌동생이 한국에는 파파야가 없어서 만들수가 없다고 했더니 듣던 가이드들이 경악을 했다.  

 

거의 뭐 뻥치지 말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더라.  그거보고 우리도 빵터졌고..  얘네들은 파파야가 없는 나라가 있다는걸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고보니 나에게 베트남에 대한 인상을 강렬하게 남겨준 영화가 셋 있는데, 그린파파야향기, 연인, 인도차이나다.  

 

갑자기 얘기가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지만, 베트남 관련 영화 보고 싶으면 위의 세영화 찾아봐라. 다들 수작이다.  

 

특히 연인에서 차안 손잡는씬은 내가 뽑은 영화역사상 가장 섹시한 장면 1위다.  그냥 1위가 아니고 압도적인 1위..  2위가 원초적본능의 다리꼬는 씬인데, 그거랑 비교도 안될 정도다.  

 

손잡는게 이렇게 야할수 있다는걸 실감할 수 있을거다.  차안에서 양조위가 제인마치의 손을 더듬는데, 정말 그장면에서 양조위의 연기는 우~~와하고 감탄밖에 할수가 없더라.

 

파파야 샐러드 먹고선 출발하려는데, 비가 존나게 내리더라.  예약하면서 혹시라도 비올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막상 비오니까 나도 그렇고 다들 더 좋아하더라.

 

사실 한국에선 비오는날 다큰 어른이 비옷입고 돌아다닐 일이 잘 없잖냐?  안그냐?  근데, 여기선 가이드들이 나눠준 비옷을 입고 이동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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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서 반짝반짝거리는 도로를 달리니까 뭔가 디게 로맨틱한게 감수성을 심하게 자극하더라

 

흠뻑젖은 도로를 가르는 타이어 소리도 뭔가 아련하게 들리고 얼굴엔 빗물이 닿아 흘러내려 피부도 촉촉하니 예뻐보이더라.  

 

마치 샤워를 막마치고 나온것 같은 모습이랄까?  비맞으며 이동하면서 내사랑그녀를 바라보는데,

 

날씬한 몸에 헐렁한 비옷을 걸친채 촉촉해진 얼굴을 바라보니까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손예진이 알몸위에 비옷입고 와서는 벗는 씬이 생각나더라.

 

뭐 저런 상상을하며, 나 자신만의 세계에서 꿈을꾸다가 분위기에 취해 내가 좀 오버를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내가탄 오토바이 가이드와 내사랑그녀가 탄 오토바이 가이드가 서로 할말이 있는지 나란히 달리고 있길래 내가 손을 쭉 뻗었다.  

 

내사랑 그녀쪽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내사랑그녀도 손을 뻗어서 내손을 덥석 잡더라.  내가 분위기에 취한채 몽롱한 눈으로 빤히 바라보니 내사랑그녀도 말없이 쳐다보더라.

 

 순간적으로 둘만의 세계에 갇혔는지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서로 손을 잡고 말없이 쳐다보고 있는데도 어제와는 다르게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황홀하더라.  불과 몇초도 안되는 짧은시간동안 황홀함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감정이 메마른 가이드ㅅㄲ가 위험하다고 못하게 하더라.  

 

씹새..  혹시라도 썸타는 여자랑 저기갈 넘들은 가기전에 기우제라도 지내고 가거라.  비오는날 오토바이타고 길거리를 달리면 정말 분위기 좋더라.  비오는날 드라이브하는것 이상이더라.

 

참고로 기우제 너무 심하게 지내서 비가 장시간 오게되면 투어자체가 취소되는수가 있으니 기우제는 적당히 지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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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5군쪽에 있는 다음장소로 이동해서는 소세지랑 돼지고기 꼬치를 파는 노점상에 우릴 데려갔다. 어느덧 비도 그쳐서 비옷도 다시 벗고 목욕탕의자에 앉아 있으니까 꼬치랑 맥주를 가져다 주더라.  

 

처음에 투어시작할땐 우리 셋밖에 없었는데, 좀 지나니까 여기저기서 합류를 하는지 투어인원이 총 14명까지 늘어나있더라.  

 

싱가폴청년 2명, 미국청년 2명, 독일부부 2명, 호주아가씨 2명, 러시아가족 3명..  모두같이 모여앉아서 자기소개 돌아가며 하고선 이런저런 얘길하면서 맥주와 꼬치를 먹었다.

 

그러다가 동남아일주중이라는 미국청년들중 한명이 싱가폴 애들한테 싱가폴에선 개가 짓는 소리를 어떻게 내냐고 묻더라.  

 

싱가폴 애들이 중국어로는 ‘왕왕’ 짖는다고 하니까 싱가폴 애들 2명이랑 우리 셋만 빼고 전부다 뒤집어지더라.  개가 ‘왕왕’ 짖는데~~~~  이러고 진짜 뒤집어져라 웃더라.  

 

가이드들도 존나 웃긴지 아니면 웃음이 전염된건지 지구야 떠나가라하고 웃더라.  몇명은 너무 웃긴지 눈물을 글썽거리며 배아파하더라.  

 

그러다 나한테 한국에선 개가 어떻게 짖냐고 묻길래 ‘멍멍’이라고 하니까 애들이 거의 기절직전까지 가더라.  

 

뒤집어진 와중에도 누가 러시아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러시아에선 ‘갚갚’ 짖는다고 하는데, 이번엔 우리도 못참겠더라.  

 

숨을 못쉬어 헐떡거리는 와중에도 미국청년 하나가 태국에선 ‘홍홍’ 짖는다고 해서 다시 한번 뒤집어졌었다.  

 

왜그렇게 웃었는지 모르겠는데, 거의 5분가까이 배아파하며 웃었다.  맥주를 엎는 ㅅㄲ들도 있었고, 빗물젖은 바닥에 엎드리는 넘도 있었다.  

 

웃음이 전염돼서 나중엔 나도 바닥에 무릎꿇고 웃었다.  사촌동생이랑 내사랑그녀 보니까 걔네도 바닥에 무릎꿇고 눈물흘리고 있더라.

 

그날처음 알았는데, 미국, 호주는 물론이고 베트남과 독일도 개가 ‘봐우봐우’ 짖는다고 표현한다고 하더라.  중국은 ‘왕왕’, 태국은 ‘홍홍’, 러시아는 ‘갚갚’, 한국은 ‘멍멍’..  이게 그렇게 웃기냐?  

 

여튼 그때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진짜 간만에 가이드와 스탭까지 30명이 넘는 인원들이 모두다함께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다.  

 

다웃고나니까 모두들 손과 무릎이 흙탕물 범벅이라서 물티슈로 닦아야 할 지경이었다.

 

그러고 한바탕 웃고선 꼬치랑 맥주를 양껏 먹고 나서는 또 이동을 했다.  이번에 우릴 데리고 간곳은 게살스프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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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베트남에서 게살스프를 처음먹어봤는데, 이거 엄청 맛나더라.  게살스프 먹을때 가이드들은 옆에 앉아서 게살하나하나 다 정성스레 발라서 먹기좋게 주는데,

 

시파 남자애가 게살발라주는데도 꼭 엄마같더라.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  가이드한테 니가 게살발라주니까 엄마 생각난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다들 나도! 나도! 이러고 있더라.  

 

모성에 대한 감정은 전세계인이 공유하는 감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튼 게살스프가 난 존나 맛있어서 배가 부른 와중에도 존나 허겁지겁 먹었다.  가이드 보면서 막 엄지척 하면서 말이다.  

 

가이드도 기분이 좋은지 또 레시피를 막 설명해 주면서 한국가면 레시피대로 만들어 먹으라고 하길래. 내가 씨익 웃으니까 이녀석이 뭔가 눈치를 챘는지 ‘혹시 한국에 게가 없냐?’ 이러고 묻더라.  

 

그래서 게는 있는데, 코코넛밀크가 없다고 하니까 지들끼리 존나 수근수근대더라.  쟤네 나라엔 코코넛밀크도 없데.. 이러고..

 

사실 난 게살스프 먹고 나선 배가 존나 불렀다.  나만 그런게 아니고 딴애들도 다 배부른거 같던데, 또 딴데로 우릴 끌고 가더라.  

 

이번에 데려간 곳은 반쎄오 만드는 노점..  이번엔 걍 먹기만 하지 않고 직접 불앞에서 구워서 반쎄오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난 예전에 달랏에서 반쎄오를 먹어봤었거든.  

 

달랏시장옆 계단있는곳에서 꼬맹이가 파는걸 먹었었는데, 달랏에서 먹은 반쎄오랑 그날 먹은 반쎄오가 많이 다르더라.  

 

달랏에선 반쎄오 구워서 바로 먹는데, 여기선 구워나온 반쎄오를 라이스페이퍼에 상추, 소스 등등과 함께 넣어서 돌돌말아서는 월남쌈처럼 만들어서 주더라구.  

 

이번에도 가이드가 옆에 앉아서 존나 정성스럽게 반쎄오를 라이스페이퍼에 말아서 줬고..  다들 그런게 좀 미안했는지 여행객들중 하나가 가이드한테 말아서 먹여주자고 해서 다들 같이 말아서 주는데,

 

호주아가씨가 먹여주던 여자가이드 하나가 쌈크기가 커서 입에 안들어가는 본인의 모습이 웃긴지 먹다가 뿜었는데, 그게 또 웃겨서 딴 가이드들도 다 같이 뿜더라.  

 

여튼 돌이켜보니 저날 무슨 웃음바이러스가 돌았는지 존나게 많이 웃었던거 같다.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고, 웃어야 행복하다고 하던데, 진짜 저날만은 그게 사실이라는걸 몸소 체험했었다.

 

반쎄오 먹으면서 필리핀 발롯같이 부화직전 달걀 삶은것도 주고, 베트남 와인이랑 소주도 종류별로 내오더라.  진짜 배터지게 먹이더라.  

 

혹시 저투어 갈 애들은 최소 점심은 굶고 가는게 좋을거다.  실제로 예약할때, 투어시작 3시간전부터 음식섭취 금지라고 알려주는데,

 

3시간 정도는 택도 없고, 점심부터 거르고 가야 제대로 즐길수 있을거다.  솔직히 난 저정도 먹이고 끝날줄 알았는데, 또 끌고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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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간곳은 디저트가게인데, 뭐 과일도 나오고 푸딩같은것도 나오고, 망고 아이스크림도 나오고 그랬다.  여자들은 디저트 배가 따로있다는 속설이 있던데,

 

진짜 저날보니까 국적 불문하고 남자들은 배불러서 디저트를 거의 못먹고 여자들만 달라 붙어서는 홀짝대면서 다 먹더라.

 

여기까지가 투어일정이고 같이 투어진행한 멤버들끼리 마음 맞으면 가이드들도 껴서 함께 맥주도 마시러 가던데,

 

우리는 내사랑그녀와 사촌동생이 다음날 비행이라서 맥주마시러 가지는 않았다.  헤어질때가 되니 존나 맘이 부산스럽더라.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사랑이 아니라 성욕에 눈이돌아 맘이 복잡했던거 같다. 성욕에 눈이 돌아 하고는 싶은데, 사촌동생뗌에 그럴수는 없다보니 고뇌하게 되는 심정? 무 그런거였던거 같다.  

 

같이 모여서 기념사진 찍기도하고, 연락처 주고받는 애들도 있고 그랬다.  난 초조해서 내사랑그녀 주위에서 두리번대고 있는데, 내사랑그녀가 오더니 한마디 하더라.

 

‘오빠! 우리 같이 사진찍어요!’

 

이틀간 같이 놀면서 내사랑그녀와 뻔질나게 사진을 찍었지만, 전부 사촌동생까지껴서 셋이서 찍은거지 한번도 단둘이 사진을 찍은 적은 없었다.  

 

그말에 사기가 올라서 같이 사진을 찍는데, 내사랑그녀가 팔짱을 끼더라.  와락 껴안고 싶은 충동이 뇌에서 강력하게 울려퍼졌지만, 극한의 자제력으로 겨우 참았다.  

 

사진찍은뒤, 내사랑그녀가 잠시 찍힌 사진을 보더니, 잘나와다고 만족해하면서 나에게도 사진을 보여줬다.  그모습에 용기를 얻었는지 난 핸드폰을 그녀에게 돌려주면서 한마디 했다.

 

‘나중에 저 출장끝나고 한국가면 같이 저녁식사 한번해요.’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알았다고 하더라.  행복했다.

 

그걸 마지막으로 우린 헤어졌다.  각자 가이드가 모는 오토바이에 타서는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사촌동생과 내사랑그녀는 그들대로..  나는 또 나대로..

 

숙소에 도착해서는 가슴이 뛰어서 바로 방에 못들어가겠더라.  산책을 하고 싶어서 노트르담 성당 쪽으로 걷는데, 정말 너무너무 아쉽더라.

 

다시 보려면 최소 두달은 기다려야 하는데, 보고 싶을 것 같고 그렇더라.  그래서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뉴월드호텔로 향했다.  

 

방번호는 몰라도 로비에서 이름알려주면서 전화 부탁하면 연결해줄 것 같아서 무작정 갔다.  근데, 호텔에 막상 호텔에 도착하니까 엄청 망설여지더라.  

 

로비로 불러내서 만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러내션 뭔얘기를 해야하지?  등등..  그러다 결국 연락을 못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그때는 이렇게 될줄 몰랐는데, 그게 그녀를 본 마지막이었다.  호치민에 있는 동안 사촌동생이랑만 연락해서 서로의 연락처를 모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사촌동생이라는 존재가 너무 부담스럽더라.  잘돼도 문제, 못돼도 문제인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면, 하룻밤 성욕을 해소하고 말았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만날만한 사이는 아니더라.

 

호치민 출장에서 돌아온지도 한참 됐지만, 아직도 난 그녀 소식을 전혀 모른다.  중간에 집안행사가 있어서 사촌동생을 보기도 했는데, 그녀얘기는 전혀 안했다.  

 

가끔 술마시고 생각나면 사촌동생한테 전화번호 물어봐서 연락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까지는 잘 참아내고 있는 중이다.

 

뭐 그렇게 호치민에서 만난 첫여자와의 이야기는 마무리됐다.  떡치는걸 기대했던 사람들이 많았을것 같은데, 그런건 전혀없었다.  

 

당시엔 나도 그런점이 많이 아쉽기도 했는데, 이번에 글 적으며 다시 복기해보니 그 아가씨와는 저정도로 마무리한게 가장 이상적인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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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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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의 관심 덕분에 글 쓰는 브로들이 더 많은 남자의 여행기를 작성할 수 있어. 댓글로 브로의 관심을 표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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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blueskykim 20.10.20. 21:28

사실 스튜어디스 직업군이 환경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지 (울프 입장에서)

 

서두에 편하게 공통의 관심사를 끌어내는 능력을 언급한 거는 재미있네. 나도 각나라의 외국인들 흔히 만나는 일을 하지만 상대방을 만나기 전에 상대 국가의 자랑거리를 몇개 미리 알아두고 떡밥 던지는 걸로 얘기를 풀거든 (예를 들면 한국사람을 만난다면 손흥민 얘기를 꺼내겠지)

호치민헌터 작성자 20.10.21. 18:14
blueskykim

확실히 서양애들이 이런거 잘하는듯해.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대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 아시아 사람들이 조금 부족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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