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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도여행기,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인도여행의 단점

욱쓰
2176 23 28

안녕하세요.

인도가 코로나로 난리났다는 기사와 댓글을 보고, 문득 제가 다녀온 인도에 대해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씁니다.

 

저는 세 번 인도를 다녀왔고, 지난 겨울에 네번째 방문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탓에 인도는커녕 여권 꺼내본지도 2년이 다 되어가네요.

 

세 번이나 다녀왔다니 짐작하시겠지만 저에게 여행지로서의 인도는 굉장히 인상깊었던 곳입니다.

제게는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 번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처참한 위생이라는 뚜렷한 단점이 있고, 절충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섣불리 추천 못 하는 여행지기도 해요.

 

 

 

 

1. 위생

 

 

기본적으로 거리가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느낌이다.

결벽증 있는 사람은 인도여행가면 강제로 낫거나 우울증 걸리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은.

 

쓰레기, 길에서 태우다 남은 모닥불 흔적들, 포장 안 된 길에 진흙. 길에 심심찮게 널린 소똥, 그 옆에 널브러져 자는 소와 떠돌이 개들.

 

 

 

image.png

▲ 마시면 큰 문제가 생길게 분명한 물통. 콜카타.

 

 

밥 먹으러 가는 길에 굉장히 뜬금없는 포인트에 담벼락이 있길래 저건 뭘까했는데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인 거 어떻게 알았냐면.. 밥 다 먹고 돌아오는 길에 웬 남자가 그 담벼락에 볼일을 보고 있었다. 

 

이 동네에선 창피도 사치구나 하고 지나쳤는데 다음날은 세 명이 일정간격으로 나란히 서서 오줌싸고 있길래 화장실임을 확신함. 수도 뉴델리.

 

로컬식당에서 밥먹는데 바로 옆 구석에서 아기 쥐를 발견했다. 몰래 숨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있음.

태어나서 생쥐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서 라따뚜이야 안녕~하고 손을 가까이 했는데 물렸다.

톡방에 물어보니 즉시 병원가라길래 인력사무소같이 생긴 병원 가서 주사맞고, 경과 본다고 다음 도시로 가는 일정 미뤄짐.

 

튀김장수가 옆에서 침흘리는 떠돌이개 주둥이 찰싹 때려서 쫓아냈다. 그 손으로 튀김 주물주물하더니 담아준다. 아마 위생장갑 착용 경험 0.

 

목에 건 수건에 손 슥슥 닦더니 돈 거슬러주는데 수건이 아까 자기가 쫓아낸 개 가죽보다 더러워 보였다.

 

올드델리 구시가지 하루종일 구경하고 숙소 와서 킁 했더니 시커먼 콧물이 나왔다.

 

인도 전통악기 배우러 감. 강사가 악기 꺼내준다고 뒤적이니 쥐가 뛰어나왔는데, 별로 안 놀라길래 나도 분위기 조질까 봐 얌전히 있었다.

 

유명한 요거트 맛집이라고 찾아간 곳, 벽에 다녀간 여행자들의 증명사진이나 폴라로이드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신기하다 하면서 사진 자세히 보는데 사람 얼굴 위로 바퀴벌레가 지나감. 놀라서 주저앉았더니 발 옆에도 바퀴벌레.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기가 유난히 오래되고 더러운 마을이라 그렇고, 그래도 다른 동네에서는 의외로 바퀴 구경을 많이 못 했다는 점.

 

그렇지만 동네마다 달라, 분명 깨끗하고 쾌적한 도시도 있었다. 시크교 성지인 암리차르는 굉장히 깔끔하게 정돈된 동네였고

델리 옆의 구르가온이라는 곳은 판교만큼 삐까번쩍했다. 여기 오락실엔 무려 한국에서도 못 본 첨단 VR게임 있어서 재밌게 했다.

 

 

 

26230073_1797368360297612_8597123290221705607_n.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내 방보다 깨끗한 암리차르 거리.

 

 

20180112_202233.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20180112_202234.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 암리차르 황금사원
 

 

 

2. 사기와 삐끼

 

 

사실 인도에서 여행객들에게 바가지나 사기치려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너무 지능적이지 못하고 어설퍼서 우습게 넘어갈 수 있는 정도다.

 

구몬학습지 침대 밑에 숨겨두고 잃어버렸다고 뻥치는 초등학생 수준의 투명함... 물론 처음 온 사람들은 곧잘 당한다고 한다. 나도 당할 뻔함. 

 

빠하르간지라는 (통칭 빠간) 여행자 거리가 있는데, 대부분이 북인도여행의 시작점을 이 곳으로 잡는다.

델리역에서 빠간은 홍대입구역에서 홍대보다 가깝지만..처음 온 여행자들은 -더군다나 밤이라면- 릭샤를 잡아 타게 되는데

 

기사: 아이구~이런! 정말 큰일이야~ (눈 굴림)

객: ?

 

기사: 무슬림 축제 때문에 지금 델리 중심은 통행금지라구! 큰일이야~ (눈 굴림)

객: 헉 정말? 그러면 어떡해!

 

기사: 그렇지만 넌 럭키가이야~ 마침 내가 아는 호텔이 있어서 거기로 데려다줄 수 있거든! (눈 굴림)

 

하고 손님을 실어가면 호텔로부터 커미션도 받고 릭샤요금도 뻥튀기하는 식의 고전수법이다. 그 밖에도

50에 합의하고 릭샤를 탔는데 도착하자 루피가 아닌 달러라고 우기는 사람

100루피라고 해서 탔는데 도착하니까 인당 100루피라고 우기는 사람

 

유적 구경하는데 슥 와서 '너..혹시 이 유적에 대한 재미난 역사를 알고 있니?' 하고 혼자 주절주절하다가 가이드비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

 

엽서책 만원이라길래 눈썹 찌푸렸더니 칠천원이 되고, 생각해보고 다시 온다니까 오천원이 되고, 홱 돌아서면 두 권에 오천원이 되는 기적

 

솔직히 바가지 씌워봤자 한화 몇천원~만원 안팎의 소액이라, 즐겁자고 온 여행인데 모르는 척 속아줄까 싶다가도, 

그 뻔뻔한 얼굴에 '앗! 감쪽같이 속여버렸네^^' 하는 쾌재가 투명하게 비치는 걸 보면 괜히 부아가 치밀어서 그냥 넘어가기 싫어진다.

 

목적지에 내릴 때마다 수많은 호객꾼과 릭샤꾼들의 무수한 악수요청이 기다리고 있다..

 

 

 

 

3. 질서/치안

 

평생 할 무단횡단을 인도에서 다 했다. 신호등이나 횡단보도따위 없는 곳이 부지기수고.. 그냥 눈치껏 건너야 한다.

처음엔 길건너친구들마냥 깨작깨작 건넜는데 여행 막바지엔 6차선 도로도 그냥 무단횡단했다.

 

붐비는 데에선 차선 하나에 차가 두 대.. 오토바이까지 세 대씩 낑겨서 가고, 사이드미러 안 달린 차도 심심찮게 봤다.

무엇보다 클락션을 엄청 울려댄다. 한국에서는 위험할 때, 비키라고 할 때 빵빵 한다면

사실상 인도에서는 뒤에 내가 있다고 알리고 싶을 때, 배고플 때, 음악이 좋을 때, 짜증날 때, 심심할 때에도 경적 울리는 느낌..

 

1518776757450.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 차도와 인도 구별은 사치. 델리 구시가지.

 

 

 

4. 장거리 이동

 

땅이 너무 넓다보니 도시간 이동시간이 많이 든다. 

국내선 항공도 있지만 철도망이 워낙 촘촘하게 잘 깔려있는 인도인지라 한 번쯤은 기차를 타게 되는데..

코리안타임보다 한 수 위인 인디안타임.. 연착이 심히 잦고 그 단위도 몇십분이 아니라 수 시간 수준이라서 지친다.

 

15시간 걸리는 코스가 연착으로 늦춰지고, 겨우 도착하니 새벽이라 역에서 해뜰 때까지 기다렸다 출발해 숙소에 33시간만에 도착한 적도 있다.

 

그래도 기차를 타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과 얘기도 하게 되고, 기찻길에 있는 원숭이한테 삥도 뜯겨보고 재미난 일들이 꽤나 생긴다.

 

아무 데서나 잘 자고 아무한테나 말 잘 붙이는 나는 나름의 재미라 생각했는데, 장거리 이동을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26903702_1803669713000810_1952058980962660578_n.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 소, 개, 비둘기와 쥐가 사는 기차역.

 

 

 

5. 기타

 

대책없는 낙천주의, 염치의 부재

불만을 얘기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거나 하면 '노 프라블럼'하는데 실상은 존나 프라블럼이다.

 

너희 기차가 연착돼서 환승할 기차도 놓치게 생겼잖아 → 노 프라블럼 → 기차 놓침

투어 예약을 못 했는데 당일 참여도 돼? → 노 프라블럼 → 인원 다 차서 못 감

네가 준 거스름돈 너무 낡았는데 괜찮나? → 노 프라블럼 → 못 씀 (인도는 찢어지거나 구멍난 지폐 안 받아줌)

이거 네가 판 신발 하루만에 뜯어졌어. 뭐 이딴걸 팔았어? → 노 프라블럼 → 접착제로 붙여주고 다음날 또 뜯어짐

 

성격 급한 사람은 진짜 속 다 터진다. 우습게도 몇 주 지나니 터질 속이 남아있지 않아서 초연해졌다. 신기하게도 화가 덜 나더라.

 

 

+

미술 전공이라 좋은 풍경 있으면 가끔 스케치도 하곤 했는데, 열 명 가까이 나를 에워싸곤 자기 얼굴도 그려달라고 떼를 썼다.

 

대충 그려서 보내려고 한 명을 그려줬는데, 옆에 앉아서 콧수염이 어떻네 눈이 어떻네 엄청나게 훈수를 둬댔다. 진짜 세상에서 제일 염치없음

그래서 자신보다 키아누리브스를 더 닮게 그려줬더니 기뻐하며 돌아가던 남자애가 기억난다.

 

+

사람들이 엄청나게 쳐다본다. 진짜 엄청 쳐다본다. 

잘 사는 동네나 비싼 쇼핑몰가면 나한테 별 관심 없는것으로 보아 대부분은 외국인이 신기한 마음에서 쳐다보는 것이라 이해하지만.. 

 

어두운 기차에서 시커먼 눈동자 열 쌍이 내 움직임을 따라다니며 굴러다닐 때는 좀 섬뜩했다. 다음날 그들 중 두 쌍이 땅콩과자를 줘서 풀렸다.

 

유적지에 가면 남녀 가릴 것 없이 사진 찍자고 다가온다. 여튼 좋지 않은 경험이 있어서 웬만해선 무시하는데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20분간 주변을 맴돌다가 수줍게 카메라를 내민 어린애한테는 찍어줬다.

 

만나서 반갑다며 악수하자길래 악수해줬더니 손을 주물럭대길래 도망친 적도 있다. 손 페티쉬가 있는것인지?

(첫 여행이라 몰랐는데, 원래 외간남녀가 손도 잘 안 잡는 문화라고. 악수에 거부감 없는 외국인들에게 종종 저런다고 했다.)

 

그렇지만 어딜 가나 그렇듯 좋은 사람도 많아서 여러 도움을 받기도 했다.

기차에서 출장가는 연구원들 한 무리를 만났는데, 이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할 줄 알아서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볼 수 있었다.

파키스탄 험담도 잔뜩 해주고, 인도어 욕도 가르쳐 줬다. 

한 릭샤꾼은 자기의 대학교 친구 중 한국사람이 있다며 마지막날 무료로 기차역까지 데려다주기도 했다.

 


20180203_154607.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20180130_153513.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 자이살메르 성 외곽. 

 

1607097_717116084989517_1829072689_n.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1620371_717116024989523_1608458857_n.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1654330_717116091656183_415752434_n.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 2012년의 바라나시.

 

 

1518776763434.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1518776766415.jpg 인도여행기 단점편
▲ 2018년의 바라나시.

 

 

불편했던 점만 늘어놓으니 인도 싫어하는 사람 같네요.. 예쁜 사진을 몇 개 첨부하며

기회가 된다면 인도여행에서 즐거웠던 점도 써보겠습니다.

 

저는 북인도를 다녀왔고, 어디까지나 총 6개월가량 잠깐 머문 여행자로서의 주관적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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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 Bro 포함 23명이 추천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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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닌자 21.04.30. 20:45

브로 너무 재미있게 잘 보았어^^

빵빵 터져서 혼자서 너무 웃었어

글솜씨도 아주 고수네 ㅎ

 

그런데 인도는 못갈것 같아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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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Madlee 21.04.30. 21:15

가보고 싶으면서도 안가보고싶은 나라 1위 인도는ㅋㅋㅋ

 

친구의 지인이 인도에 간다고 하길래 코로나 떄문에 위험하지 않아?라고 하니

 

인도에서는 수만가지 바이러스중에 하나더 늘었을뿐이라고ㅋㅋㅋ

 

근데 코로나는 좀 강력한듯 이번에 인도에서 일터진거 보니까

경이 21.04.30. 21:37

인도 코로나 확진자 너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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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21.04.30. 21:56
경이

오픈 화장실이 아직도있더군

경이 21.04.30. 21:38

인도 여행은 안됩니다

울심마 21.04.30. 23:25
경이

성의없는 댓글 도배는 정지사유야

아빵 21.04.30. 21:49

자선을 행합시다.

 

울심마 21.04.30. 23:24
아빵

브로 댓글 도배하면 정지 사유인데 괜찮겠어?

울심마 21.04.30. 23:24
아빵

댓글 도배 다 기록에 남아

Chriss 21.04.30. 23:34

와... 사진 본인이 찍으신 건가요? 색감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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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skykim 21.05.01. 07:09

아... 글보니 정말 더 가기 싫어졌어.

 

저놈의 노프라블럼은... 당신은 괜찮다는 게 아니라 '나는' 괜찮다는 뜻으로 지껄이는 것 같아.

 

과연 지가 기차를 놓치고 중요한 일정을 놓치고 물건을 잃어버려도 노 프라블럼이라고 할까?

 

노프라블럼 지껄이는 인디안 싸대기 한번 날리고 나서 내가 노프라블럼 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ㅋㅋㅋ

gibeak5888 21.05.01. 08:00

인도가 뜨는국가입니다. 무한 잠재력이 있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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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O울프 21.05.01. 08:10

지금 상황도 상황이지만

위생 문제가 너무 머리에 박혀있어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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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소아범 21.05.01. 15:54

인도..가보고는싶은데

위험할꺼같아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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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sik2 21.05.01. 17:15

인도 뭔가 치안이 무섭다 ㅠㅠㅠㅠ

털보형님 21.05.01. 21:20

ㅠㅠ 그니깐 치안이 조금 무서운거같애 그리고 이런말 하면 좀 그렇긴한데 위생적으로도.. 아무래도.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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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슬리 21.05.01. 23:20

인도 위생이 안 좋은가 보군

바다 21.05.02. 02:52

인도 위생은 진짜 경악할 정도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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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남자 21.05.02. 07:15

인도 언젠가는 한 번 가 보고 싶긴 하지~~

잘 보고 감~~

뱍가 21.05.02. 10:54

인도 코로나 조심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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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그라 21.05.03. 20:32

인도는 내키지 않는데 좋은 글 잘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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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21.05.05. 19:32

인도는 최악의 코르나죠

뭉치 21.05.16. 06:18

예쁜여자가 식당에서 손으로 밥먹는거 보고 질렸다는 유비통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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