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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베트남 장기출장 그리고 로맨스 #22편

호치민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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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로맨스

 

주차장으로 내려온 우리는 옷을 챙겨입곤 다시 나짱으로 향했다.  고메즈녀는 올때와 같이 내가 모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은채 이리저리 두리번 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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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번 지나왔던 길이라 그런지 확연히 흥미가 떨어진듯한 모습이었다.  한참 꼬불꼬불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저쪽 앞에서 염소떼가 나타났다.  

 

난 할머니댁이 시골이라 어릴적 명절때 할머니댁에 가면 종종 보던 풍경이라 그냥 그랬는데, 고메즈녀는 처음보는 풍경인지 졸라 신기해 하더라.  

 

염소떼 쪽으로 다가가 보니, 이동네 염소들은 사람을 그닥 무서워하지 않는지 느릿느릿 걷기만해서 좀처럼 염소떼 앞으로 나갈수가 없었다.  

 

염소떼를 따라 느릿느릿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데, 똥냄새가 확 나는게 마치 우리나라 시골에 온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옆쪽에 있던 꼬맹이가 염소를 모는 목동인지 막대기를 훠이훠이 휘저으며 뭐라뭐라 소리를 지르니 신기하게도 염소들이 길 좌우로 갈라섰고, 그렇게 우린 염소떼를 앞질러 계속 길을 갈수 있었다.

 

포장된 간선도로에 접어들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난 길가에 보이던 허름한 가게에 오토바이를 대었다.  오토바이에 기름도 좀 넣을 생각이었고,

 

뒤쪽으로 보이는 경치도 좋은 것 같아, 이곳에서 고메즈녀와 음료수라도 한잔하면서 쉬다가 나짱으로 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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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앞 길가에 빈콜라병이 놓여져 있어서 그걸 가리키며 고메즈녀에게 저게 뭔지 아냐고 물어봤는데, 베트남에 처음온 고메즈녀는 당연히 저 빈 콜라병이 의미하는 바를 몰랐고, 저게 뭐냐고 나에게 되물어왔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외곽을 달리다보면 길가에 뜬금없이 놓인 빈음료수병을 볼수 있는데, 그건 주유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식 주유소는 아니지만, 음료수통에 휘발유를 담아 두었다가 주유를 해주는 것인데, 나름 베트남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표식같은 거다.  

 

난 이런 내용을 고메즈녀에게 존나 유식한척 한껏 거들먹거리며 설명을 해줬지만, 고메즈녀는 그닥 관심이 없는듯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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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허름한 가게에 들어가 음료수를 사고선 가게 옆에 있던 목욕탕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셨다.  가게 주인은 나이드신 베트남 할머니였는데,

 

우리한테 관심이 있으신지 우리옆에 오셔선 이것저것 질문을 하셨다.  어디서 왔냐?  몇살이냐?  부인이냐?  등등..  난 한국에서 왔고, 여자친구라고 답을 하니, 왜 그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안하냐고 우릴 닥달하셨다.  

 

난 짧은 베트남어로 한국에선 늦게 결혼한다고 대답을 했는데, 내 대답이 영 못마땅하신지 빨리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 한다고 나와 고메즈녀를 연신 나무라셨다.  

 

그러다 본인이 생각해도 본인의 오지랖이 좀 심하다고 느꼈는지 대나무잎에 쌓인 찰밥같은 음식을 내와선 우리에게 먹어보라고 하기도 하셨다.  

 

난 고메즈녀에게 할머니가 무슨말을 했었는지 알려주는 한편, 베트남에선 20대 초중반이면 결혼을 하기 시작하고 등등의 이런저런 내가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도 부연설명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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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는데, 고메즈녀가 옆쪽에 있던 해먹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베트남 도시 외곽에 나가보면 해먹을 걸어둔 가게들을 종종 발견할수 있는데,

 

보통 베트남 사람들은 그런 가게에서 맥주나 음료수 시켜놓고, 해먹에 누워 낮잠을 자기도 하고, 이런저런 도박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던데, 여기도 그런종류의 가게인것 같았다.

 

고메즈녀는 예전에 발리에서 해먹에 누워본적이 있다고 했지만, 익숙하진 않은지 해먹에 엉덩이를 걸친채 누워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고 있었다.  

 

덜덜거리며 몸을 흔들며 앉아 있는 폼을 보니, 해먹에 눕기가 무서운듯 보였다.  해먹이 높이 걸려있는 것도 아니라 줄이 끊어지거나 뒤집어져도 크게 다칠일은 없겠던데, 고메즈녀는 그래도 무서운지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난 고메즈녀의 꼬락서니가 너무 답답해서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먼저 하체론 땅을 지탱한채 상체를 누윈뒤, 하체도 해먹으로 올리면 된다고 시범을 곁들여 설명해줬다.  

 

설명이 끝난뒤엔 직접해보라고 하니, 그래도 운동신경이 아예없는건 아닌지 쉽게 해먹에 올랐다.  해먹에 누워 모은채 들어올린 까무잡잡한 다리가 매끈한게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갑작스레 장난이 좀 치고 싶어서 손으로 해먹에 누운 고메즈녀를 흔들어댔다.  내 손움직임에 따라 해먹은 출렁거리며 크게 흔들렸고, 고메즈녀는 무서운지 빽거리며 그만하라고 소리를 쳤다.  

 

가게 주인할머니는 뭔일났나 싶어 가게 밖으로 나오시더니, 내가 장난치는 모습을 보시곤, 뭐라뭐라 얘길하셨는데, 다 알아들을순 없었지만, 여자친구 괴롭히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뭐 할머니와 고메즈녀가 뭐라하건 말건, 난 함박웃음을 지은채 계속해서 해먹에 매달린 고메즈녀를 흔들어댔고, 만족할만한 시간동안 고메즈녀를 괴롭힌 다음에야 고메즈녀를 풀어주었다.  

 

풀려난 고메즈녀는 짜증이 났었는지 내 등짝을 때리기도 했는데, 약간 따갑긴 했지만, 참을만했다.  고메즈녀는 잠시 화가 나긴했었으나 뒤끝은 없는지 금방 화가 풀어졌고, 우린 다시 목욕탕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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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메즈녀와 얘길하고 있는데, 왠 꼬맹이 두명이 도로를 따라 이쪽으로 걸어오는게 보였다.  얘네들도 자매인듯 보였는데, 아까 르엉썬 마을에서 봤었던 첫째, 둘째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꼬맹이들은 가게쪽으로 다가오다가 우리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걸 느꼈는지 지들끼리 키득대고 웃더니 쪼르륵 가게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모습을 본 고메즈녀는 돌고래 비명을 질러대며 너무 귀엽다고 난리법석을 피우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꼬맹이들 뒤를 쫓아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서 가게안에 들어가볼까 싶었지만,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걍 자리를 지킨채 앉아 있었는데, 가게안에서 고메즈녀의 목소리와 꼬맹이들의 목소리가 나직히 들려왔다.  

 

소리가 너무 작아 알아들은순 없었지만, 뭔가 고메즈녀가 꼬맹이들과 대화를 하는것 같았다.  잠시뒤 고메즈녀가 꼬맹이들을 데리고 나왔는데, 고메즈녀는 그새 꼬맹이들과 꽤 친해진듯 보였다.  

 

꼬맹이들은 과자를 한아름 들고 있었는데, 고메즈녀가 꼬맹이들에게 사준듯 보였다.  고메즈녀는 꼬맹이들이 너무 귀여운지 옆자리에 앉히곤 볼을 쓰다듬기도 하고 머리도 만져주며 뭐라뭐라 재잘거리며 대화를 했다.  

 

아이들도 영어가 짧았고, 고메즈녀도 베트남어를 거의 못해 원활한 대화가 힘들었지만, 대충 눈치로 얘길이어가더라.  난 옆에서 가만히 앉아 아이들과 놀아주는 고메즈녀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여자애들이 아이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고메즈녀는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아이들을 좋아하는듯 보였다.

 

꼬맹이들은 그러고 앉아 잠시 놀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는데, 아이들이 돌아간 뒤에도 고메즈녀는 아이들 얘기만 했다.  

 

자긴 나중에 결혼하면 남자애 둘, 여자애 둘 낳을거라는둥.. 아기 낳으면 자긴 너무 귀여워서 하루종일 아기 물고 빨고 할거라는둥..  

 

간혹 남자들이 아기좋아하는 여자에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을 아는 영악한 여자애들은 아이들과 놀아주며 그점을 어필하기도 하던데, 고메즈녀는 언뜻보기도 정말 아기를 좋아하는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고메즈녀는 아까 오는길에 르엉썬 마을에서 만났던 꼬맹이 세자매가 생각났는지 가게에서 과자를 사다가 가는길에 전해주자고도 했다.

 

난 예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사회복지사가 올렸던 글을 읽었던 생각이 나 우리가 정기적으로 찾아가볼수 있는 형편도 아닌데,

 

우리가 또 찾아가면 첫째는 모르겠지만, 둘째나 셋째는 한동안 우릴 기다릴수도 있을거라고 말해줬고, 고메즈녀는 내말을 듣더니 대충 수긍하는듯 했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던데, 존나 어이가 없더라.  고메즈녀는 겉보기엔 전혀 안그런데, 은근 감성적인지 뜬끔없이 우는게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더라.

 

난 뜬끔없이 훌쩍거리고 우는 고메즈녀가 웃겨서 깐족대며 고메즈녀를 놀렸는데, 지도 쪽팔리는지 저리로 가라고 하며, 티슈를 꺼내 눈물을 닦으며 애써 감정을 추스렸다.  

 

뭐 내가 깐족대며 놀린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메즈녀는 머지않아 다시 눈물을 멈췄고, 우린 가게 할머니에게 작별인사를 하곤 다시 나짱을 향해 출발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다시 갈림길에 섰다.  아까 바호폭포로 오는 길엔 해안가 도로를 따라 빙 둘러왔지만, 이번엔 아까완 다른길로 가보고 싶어,

 

나짱구시가지를 통과해 가는 지름길을 난 선택했고, 오른쪽 길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갈림길을 지나 바로 르엉썬 마을이 나오길래 바로 여기가 아까 세자매를 만났던 마을이라고 고메즈녀에게 말해줄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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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메즈녀가 혹여나 또 울지않을까 싶어 걍 그사실은 비밀로 한채 르엉썬 마을을 지나쳤다.  비록 아까지났던 길과는 다르긴 했지만,

 

어느정도 방향감각과 눈쌀미만 있으면 여기가 르영썬 마을이라는 사실을 알아다릴만도 했지만, 고메즈녀는 두개다 없는지 아무것도 모른채 그렇게 우린 르엉썬 마을을 지나쳤다.

 

르엉썬마을을 지나고선 한동안 좌우에 논만 있는 풍경이 잠시 펼쳐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나짱 구시가지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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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짱 구시가지에 접어드니 한적했던 그동안의 길과는 달리, 확연히 길가에 다니는 오토바이들이 많아졌고, 길거리에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설날 하루전이라 그런지 이것저것 잔뜩 장을 본채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보였고, 꽃을 잔뜩 사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우린 바로 호텔로 가서 방배정을 받을까 하다가 배가 너무 고파 우선 점심을 먹으러 껌땀집으로 향했다.  껌땀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베트남 음식들중 하나인데, 밥위에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와 각종 반찬들을 올려서 먹는 음식이다.  

 

예전에 나짱에 살땐, 하루에 한끼는 껌땀으로 해결할 정도로 좋아했던 음식이라 고메즈녀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껌땀으로 메뉴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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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향한 껌땀집은 ‘Quán Cơm Tấm Trường Tàu’이라는 곳이었는데, 내가 나짱에 체류할 당시에도 있었던 가게로 나짱에서 가장 유명한 껌땀집이다.  

 

나짱센터에서 300~400m밖에 안떨어진곳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상당히 좋은 가게니, 혹시나 찾아가보고 싶은 넘들은 구글맵에서 검색해 보고 찾아가보면 될거다.

 

나짱에는 많은 수의 껌땀집이 있고, 내 입맛엔 이가게 말고 다른 가게의 껌땀이 더 맞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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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굳이 이곳으로 간 이유는 일단 다른 껌땀집들에 비해 이곳의 시설이 깔끔했고, 밥위에 올리는 반찬의 종류들도 딴곳들에 비해 훨씬 다양해 굳이 이곳으로 왔다.

 

도착해 보니, 한창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안은 중국인, 러시아인, 베트남인들이 뒤섞여 북적대고 있었다.  우린 가게 밖에서 몇분간 대기를 타다가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고메즈녀는 가게밖에서 대기를 탈때부터 가게가 미어터져라 몰려드는 손님들을 보고선 이곳이 맛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한껏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고,

 

난 껌땀과 껌땀을 주문하는 방법에 대해 고메즈녀에게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밥과 돼지갈비는 기본으로 깔리는데, 그외 다른반찬들은 저쪽에서 보고 선택하면 추가해서 준다 등등..

 

우린 함께 반찬이 있는 곳으로 가서 주문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원이 껌땀을 내왔다.  트래킹도 하고 수영도 했던터라 배가 엄청나게 고팠던 관계로 바로 먹고 싶었지만, 고메즈녀의 반응이 궁금해 잠시 고메즈녀가 먹는걸 구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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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메즈녀는 일단 비주얼만 보고도 껌땀이 맘에 들었는지 망설이지 않고 바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는데, 정말 맛이 있는듯 쌍엄지를 치켜들곤 연신 맛있다고 했다.  

 

그와 더불어 껌땀은 베트남음식같지 않고 한국음식이라고 해도 믿을것 같다고도 했는데, 나도 심히 공감이 되더라.  

 

배가 고팠던 우리는 10분도 안되는 시간에 접시를 깔끔하게 비워버렸다.  나도 그렇고 고메즈녀도 그렇고 약간 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호텔에 가서 딴것도 시켜먹자는 생각에 그정도로 만족을 한채 우린 가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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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도착해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주차를 하고선 리셉션으로 올라가보니 중국인들이 점령한 로비는 시장통처럼 북적거렸다.  여기저기 시끄러운 중국어가 들리는게 몇년전 중국여행때 들었던

 

시장통이 떠오를 지경이었다.  리셉션도 이제 막 도착한 중국인들을 비롯한 여러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는데, 처음엔 그냥 차례를 기다릴까 하다가 우리는 체크인이 아니라 단순 방변경인 관계로 앞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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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셉션 직원에게 문의해보니, 우리는 클럽라운지에 가서 방배정을 받으면 된다고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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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뒀던 짐들을 찾고선 직원을 따라 클럽라운지에 올라가 방배정을 받았다.  방배정을 받을때, 라운지 직원이 제일 좋은 방으로 배정됐다고 알려주면서, 신혼여행이니 방으로 와인도 보내주겠다고 했다.  순간 망설여지더라.  

 

뭔가 착오가 있었던것 같던데, 걍 모르는척 와인을 받아 마실까 아니면 솔직하게 얘길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거지도 아니고 공짜로 얻어먹는게 영 양심에 걸려 솔직하게 우린 결혼한 부부가 아니고 여자친구라고 직원에게 얘기해줬다.  

 

나의 양심적인 행동에 감명을 받았는지, 아니면 걍 귀찮았는지 라운지 직원은 씨익 웃더니 걍 와인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사실 큰 선물은 아니지만, 기분이 좋더라.  

 

옆에선 고메즈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채 있길래, 상황을 설명해 주니, 기분이 좋았는지 직원손을 붙잡고선 쌩큐를 남발했다.

 

그렇게 우린 방배정을 받곤 벨보이를 따라 배정된 방으로 가보았다.  제일 좋은방으로 배정됐다고 해서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인테리어 자체야 원래 묵던방과 비슷했지만, 기대에 걸맞게 방이 그야말로 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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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에 내숙소도 레지던스라 방이 큰편이긴 한데, 여긴 거기보다도 더 큰것 같았다.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원베드룸이었는데,

식탁도 한켠에 있고, 침실과 욕조에서도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게 맘에 쏙 들었다.  

 

고메즈녀는 어떤가 싶어 슬쩍 보니, 고메즈녀도 맘에 드는 눈치였다.  한가지 민망했던건 얘들은 우릴 정말 신혼여행객이라고 생각했는지 침대위에 학인지 원앙인지도 접혀 있었고, 장미꽃과 꽃잎들도 여기저기 침대이불위에 뿌려져 있었다.  

 

솔직히 저딴거 필요없는데 좀 당황스럽더라.

 

짐을 옮겨준 벨보이에게 팁을 챙겨주곤 둘이 방안에 남았는데, 뭔가 디게 뻘쭘했다.  어제밤 이미 같이 잤었던 사이고 좀전엔 야외ㅅㅅ도 했던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같은 방을 잡고 이렇게 둘만 남겨지니 뭔가 굉장히 민망했다.  

 

슬쩍 고메즈녀 눈치를 봤는데, 얘도 이미 우리둘 사이에 흐르는 민망한 기운을 느꼈는지 많이 뻘쭘해하는 눈치였다.  난 민망함을 좀 덜어볼 생각에 침대에 앉아 고메즈녀에게 이리로 오라고 불러봤는데,

 

고메즈녀는 영 뻘쭘한지 지금 기분이 너무 이상하니까 그런말좀 안하면 안되겠냐고 했다.  그러고 나니 우리사인 더 민망해져버렸다.

 

솔직히 그렇게 분위기가 뻘줌해지니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잘 안잡히더라.  이리저리 이 뻘쭘함을 타개할 방안을 궁리해봤는데,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래서 걍 짐을 풀러 짐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혼자 짐을 풀러 짐정리를 하기 시작하자 얼마지나지 않아 고메즈녀도 짐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동안 서로 아무말도 없이 짐정리를 하는데, 슬쩍 고메즈녀를 바라보니, 얘는 아까 아침에 짐쌀때도 느꼈지만, 짐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여행기간이 며칠되지도 않는애가 무슨 옷을 하루에 세벌씩 갈아입어도 남을만큼 들고 왔고, 고대기에 드라이기에 각종화장품들까지..  정말 짐양이 어마어마했다.  

 

중간에 속옷들도 보이던데, 화려한 색깔과 문양의 속옷들이 맘에 들어 나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분위기가 더 뻘쭘해질것 같아 그만두었다.  

 

난 어느정도 짐정리가 완료돼서 말끔하게 뒷정리를 하고선 거실로 나가 스피커에 핸드폰을 연결해 음악을 틀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흐르자 뻘줌했던 분위기도 조금이나마 풀어지는게 느껴졌다.

 

그러다 벨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아까 라운지 직원이 말했던 와인을 가지고 왔더라.  

 

직원은 방안으로 들어와 테이블을 세팅해준뒤 바로 나갔고, 신혼여행객용 와인세트를 보고 있자니, 분위기가 더 뻘쭘해졌다.  고메즈녀도 대충 다 짐정리를 마쳤는지 뒷정리를 깔끔하게 마치곤 거실로 나왔는데,

 

서로간에 살벌한 적막감이 감돌았다.  뭔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어쩌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암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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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태론 도저히 안될것 같아서, 난 같이 샴페인을 마시자고 고메즈녀에게 제안했고, 다행이도 고메즈녀도 그러자고 했다.  

 

어디서 마시면 분위기 조금이나마 덜 뻘쭘할까 망설이다 난 거실앞 발코니에 있던 테이블에 와인과 카나페를 세팅하곤 발코니 의자에 나란히 앉아 샴페인을 마셨다.  

 

거실과 발코니 사이문을 활짝 열어둬서 등뒤로 음악소리도 크게 들리고, 앞쪽으로 활짝 펼쳐진 해변을 바라보며 샴페인을 마시니 어색함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샴페인을 마실땐, 우린 어색함에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은채 와인만 홀짝거리며 마셨지만, 10분정도 지나니 조금씩 예전처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샴페인이 맛있니 어쩌니 카나페랑 잘 어울리니 어쩌니 등등..

 

나도 그렇고 고메즈녀도 그렇고 둘다 술을 잘마시는 편이라 얼마지나지 않아 우린 샴페인 한병을 말끔하게 비웠다.  샴페인을 비우고 나니, 살짝 술기운이 도는게 기분이 좋아지면서 몸이 살짝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아침일찍 일어나 그런지 살짝 잠이 오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고메즈녀에게 낮잠이나 자자고 말했을테지만, 아직 그러기엔 서로간에 분위기가 뻘쭘한 상태라 걍 말없이 고메즈녀의 손을 잡아 끌고선 침실로 갔다.  

 

다행히 고메즈녀는 내손을 거부하지 않았고, 그렇게 우린 함께 침대에 누워 키스를 했다.

 

고메즈녀의 숨결에서 알콜냄새가 살짝 나는게 몹시 섹시하게 느껴졌고, 우린 함께 입을 맞댄채 채액을 나누며 서로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나갔다.  

 

서로간에 입고있던 옷을 모두 벗고 알몸이 된채 서로의 몸을 밀착시킨채 비벼대며 키스를 하고 있으니, 적당히 흥분도 되면서 몸도 나른해 지는게 기분이 좋았다.  

 

한참을 그렇게 키스를 하다가 잠시 입을 떼고선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데, 장시간의 스킨쉽 영향으로 어느덧 어색함을 모두 떨쳤는지 전혀 뻘줌하지가 않더라.  

 

잠시 관계를 가질까도 생각했지만, 걍 이렇게 서로 맨살을 맞대고 스킨쉽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 걍 서로의 몸을 만지작대며 서로의 몸 이곳저곳을 입술과 손으로 간지럽히기만 했다.

 

중간에 고메즈녀는 잔뜩 성난 내주니어를 움켜쥔채 또 이모양이꼴이라는듯 나를 나무래기도 했지만, 장난인게 빤히 보여 그런 나무람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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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둘다 아침일찍 일어난터라 꾸벅꾸벅 졸기도 하며 서로의 입술을 맞댄채 키스를 했는데, 나중엔 도저히 졸려서 더이상 키스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1시간만 낮잠을 자기로 약속을 하고선 알람을 맞춰둔채 서로 부둥켜안고선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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