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여행기 - 울프코리아 WOLF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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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베트남 장기출장 그리고 로맨스 #8편

호치민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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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로맨스

베트남은 주6일 근무를 한다.  모든 직장이 다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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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회사 베트남법인같은 경우는 토요일은 오전만 근무해서 실제론 주 5.5일 근무였고..  토요일 오전근무를 마치고 대학동창을 만나기 위해 Factory Contemporary Arts Center라는 곳으로 향했다.

 

 갤러리 비스무리한 곳인데, 같이 공부한 베트남친구가 전시회에 초대를 해서 가게 되었다.

 

사실 이친구와 나는 대학때 그닥 친하진 않았다.  같은 아시아인이긴 했지만, 서로 성향이 많이 달라  대면대면했던 사이였는데, 졸업후에 베트남에서 만난뒤에 친해진 케이스다.

 

졸업하고선 가끔 이녀석은 뭐하고 살까 궁금했었는데, 귀국해서는 베트남 언론사에 들어가 기자가 됐더라.  공부잘하고 반골기질이 다분한 녀석이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출장와서 연락해보니 무슨 인터넷언론사같은데로 이직해서는 편집장이 되었더라.  30대중반 나이에 편집장이라?  난 그동안 뭐했나라는 자괴감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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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디엔)

 

Factory Contemporary Arts Center는 호치민 2군의 타오디엔쪽에 위치해 있었다.  난 이날 그동네를 처음 가봤는데, 너무 맘에 들더라.  

 

외국인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지 약간 우리나라 한남동과 이태원을 짬뽕해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가끔 푸미흥지역을 호치민의 강남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개인적인 견해론 잘해야 분당이나 평촌정도?  딱 그정도라고 생각한다.

 

도착해보니 논현동에 있는 쿤스트할레가 생각나더라.  굉장히 흡사한 분위기다.  컨테이너를 활용해서 전시공간을 만든게 서로 비슷하더라.  

 

안에 들어가려는데, 입구에서 초대장을 요구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얼마있다가 친구가 나와서는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라.  

 

들어가면서 친구랑 가볍게 인사를 하고선 물어보니 자기네 회사에서 후원하는 행사고 오늘이 첫날이라 오픈식하는거라고 하더라.  

 

뭐 관계자들와서 사진찍고, 구경도 하고, 작가들과의 만남같은 행사도 하는 뭐 그런 자리였다.

 

난 친구따라 다니며 이사람 저사람이랑 인사도 하고, 명함도 주고받고 뭐 그러고 있는데, 급격히 흥미가 떨어지더라.  

 

내가 무슨 예술 애호가도 아니고, 아는 사람이라곤 친구하나 달랑인데, 친구녀석은 바쁜지 여기저기 다니며 인사하고 돌아다니고 있고..  

 

걍 돌아갈까하다가 초대해준 친구면도 있고 해서 걍 여기저기 구경을 했다.  뭐 이것저것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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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쓰레기 같은거 잔뜩 쌓아둔 설치미술작품같은것도 있고, 조소작품같은 것도 있고, 그림이나 사진들도 있었다.  간단한 다과랑 음료도 준비돼 있길래 몇개 집어 들고선 슬슬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그러다 구석탱이에 갔더니 레고를 그린 작품이 있는데, 그게 맘에 들더라.  딱 내수준이었다.  그림이 알록달록한게 이뻐서 우리집 거실에 걸어두면 딱인데, 뭐 이런생각도 하고..  

 

이건 얼마나 하려나 이런생각도 했다.  가로세로 폭이 2미터 가까이 돼서 상당히 큰 그림이라서 이걸 사면 한국에 어떻게 가지고 가지?  

 

뭐 이딴생각도 하고..  그러고 그림주위를 배회하면서 두리번대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말을 걸더라.

 

뭔가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웬 아가씨 하나가 안면가득 미소를 머금은채 ‘도와줄까’라고 묻고 있더라.  

 

하도 친근하고 환하게 웃으며 접근해서 처음엔 호치민 시내에서 간혹 볼수 있는 기부독촉하는 NGO직원인줄 알았다.

 

이그림 얼마냐고 물어볼수도 없고, 걍 괜찮다고 하면서 계속 레고그림을 보는데, 어디 안가고 내옆에 서서는 이것저것 설명해주더라.  

 

이건 뭐고, 작가는 누군데 등등..  설명을 해주는데 뭔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닥 관심밖 사항이라 듣는둥 마는둥 했다.  그렇다고 너말 뭔말인지 난 하나도 모르겠어.  

 

난 예술문외한이거든.  뭐 이럴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걍 다 이해하는척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듣고 있었다.  

 

그러다 이여자는 뭔데 이러고 있지?  도슨트같은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정체가 뭐냐고..

 

알고 봤더니 이 아가씨는 RMIT라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인데, 정식작가는 아니고 전시된 작품들 중 하나에 보조처럼 참여를 했던 모양이더라.  

 

난 RMIT가 뭔지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멜번공과대학을 뜻하고 베트남에 분교가 있는 모양이더라. 그래서 그런지 이 아가씨는 거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고..

 

할일도 없겠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찬찬히 이아가씨를 살펴봤다.  21살이라서 그런지 디게 귀욤귀욤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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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항상 얼굴에 환한 미소를 한가득 머금고 있어서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더라.  볼살이 약간 토실토실하게 있어서 코요테의 신지를 많이 닮은 인상이었다.(앞으로 이아가씨를 ‘신지녀’라고 부를게)

 

그러고 신지녀한테 이런저런 안내를 받고 있는데, 웬 남자가 오더니 나한테 뭐라뭐라 베트남어로 얘길하더라.  뒤에는 카메라도 대기하고 있고..

 

뭔가 싶어서 신지녀를 쳐다봤더니 기자인데, 나랑 인터뷰를 하고 싶어한다고 하더라.  뭐?  인터뷰?  나랑?  예술 문외한인 나랑?  

 

존나 황당해서 도망가려고 하는데, 기자가 잡고 안놔주더라.  계속 뭐라뭐라 베트남어로 얘길하는데, 신지녀가 통역을 안해줘도 뭔말인지 알겠더라.  

 

‘에이 형씨!  뭘그리 비싸게 굴고 지랄이야.  걍 인터뷰나 함 하자’ 뭐 이런 말을 하는것 같았다.  실제로 그런말이 맞았고..  신지녀도 옆에서 함께 인터뷰하라고 해서 결국 승낙했다.

 

처음엔 간단한 개인정보를 팠다.  이름이 뭐냐?  어느나라 사람이냐?  여기 어떻게 알고 왔냐?  베트남에서 뭐하냐?  등등..  뭐 어려울것 없어서 솔직하게 얘기했다.  

 

인터뷰라서 그런지 결혼했냐와 우리딸 만나볼래는 물어보지 않더라.  이름은 호치민헌터에 한국인이고, 친구가 초대해서 왔다.  

 

호치민에 출장 나와있다. 등등..  기자ㅅㄲ는 핸드폰을 들이댄채 부담스럽게 나랑 아이컨택을 하고 있고, 카메라든 게이같이 생긴ㅅㄲ가 중간에 사진도 찍더라.

 

개인신상이 어느정도 파악되자, 좀 고차원적인걸 물어보더라.  이번 전시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특별히 맘에 든 작품이 있냐?  맘에 드는 이유는 뭐냐?  등등..  어찌 대답할지 감이 안잡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걍 솔직하게 얘기했다.  

 

이런 전시회엔 거의 10년만에 와서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저 레고그림이 젤 맘에 든다.  색감이 너무 예뻐서 가능하면 하나 사서 한국에 가져가고 싶다.  등등…

 

대충 저정도 얘기하고 신지녀가 옆에서 통역하고 나니까 인터뷰가 마무리됐다.  한 10분정도 걸렸나?  

 

레고그림 앞에서 사진도 한방 찍자고 하길래 셋이 사진도 한방 찍었다.  신지녀-나-기자ㅅㄲ 이렇게 셋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기자ㅅㄲ가 가려는데,

 

이것도 기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자ㅅㄲ를 붙들고 혹시 기사로 쓸거면 나한테도 좀 보내달라고 했다.  기자ㅅㄲ랑 신지녀가 둘이 뭐라뭐라 쑥덕쑥덕 대더니 신지녀가 나한테 그러더라.  

 

기사 나오면 보내줄건데, 넌 어차피 베트남어 모르니까 자기가 받아서 간단하게 번역해서 보내주겠다고..  나야 당연히 오케이 했고..  그렇게 신지녀와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갤러리를 나와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며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고메즈녀와 장서희녀한테서 연락이 와있더라.  

 

고메즈녀한테 온 내용은 나짱오는 뱅기티켓과 호텔예약 완료했다고 하면서 예약내역을 보내왔고, 장서희녀한테서는 저녁을 같이 먹자고 연락이 왔더라.  

 

고메즈녀한테 베트남올때 주의사항 이것저것 알려주고 나서 장서희녀한테 일이 있어 오늘은 못볼것 같다고 하려다 생각해보니, 장서희녀가 왠지 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맘을 고쳐먹고 장서희녀한테 비텍스코 커피빈에서 보자고 했다.  몇분뒤에 오케이라고 답장이 오길래 난 30분정도 뒤면 도착하니까 천천히 오라고 했다.  

 

또 오케이라고 하길래 아~~  알아들었구나하고 안심을 하는데, 생각해 보니 저게 진짜 알아들은건지 아닌지 감이 안잡히더라.  

 

그래도 전화통화한다고 말이 통하는것도 아니고 딴 방법이 없어서 걍 커피빈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뭐 기다리다 안오면 집에 가는거고..

 

사실 이날 비텍스코에 간 이유는 다음날 축구를 할일이 생겨서 축구화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웬만한 구기운동은 다 좋아하지만, 내가 축구를 특히 좋아해서 인터넷에서 호치민내 축구팀을 알아보고선 몇군데 연락을 했는데,

 

그중 한군데서 일요일날 축구하러 오라고 연락이 와서 허겁지겁 축구화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원래는 혼자서 축구화도 사고, 부족한 옷들도 좀 사며 한가로이 토요일 저녁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죄책감이 들어서 장서희녀를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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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빈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한 30분 정도 기다렸다.  근데, 안오더라.  슬슬 말이 잘못 전해진게 아닐까 걱정이 되긴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뭔가 잘못됐으면 장서희녀한테 연락이 오겠지 이런생각이 들더라.  결국 한 한시간쯤 기다리고선 장서희녀를 만났다.

 

항상 느끼지만 장서희녀는 옷을 참 잘입는다.  옷가게를 해서 그런지, 한번도 같은 옷을 입은걸 못봤을 정도다.  그날도 깔끔하게 입고 나왔더라.  

 

혹시나 또 홀복입고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했는데, 밝은 갈색 반바지에 아이보리 블라우스를 깔끔하게 입고 나왔더라.  

 

미장원 다녀왔는지 단발생머리였던 머리도 굵은 컬이진 파마머리로 바뀌었고..  밝은 갈색으로 염색도 했더라..  

 

의외로 잘어울리길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과도한 액션으로 예쁘다고하며 감탄해줬다.  뭐 별말안하는데, 기분은 좋아보였다.

 

앉아서 잠시 얘기를 좀 나눌까 하다가 단둘이 또 마주보고 앉아 있으면 말도 안통하고 뻘쭘할 것 같아서 바로 데리고 나와 아디다스를 갔다.  

 

원래는 내 축구화만 살 생각이었지만, 죄책감때문에 장서희녀 요가복을 사줄생각이었다.

 

옷가게 하는 아가씨답게 가는내내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옷들을 살피더라.  이윽고 아디다스 매장에 들어가서는 내가 여성복쪽에 가서 옷을 선물해 줄테니까 고르라고 했다.  

 

이건 한번에 알아듣는 눈치더라.  근데, 괜찮다고 하길래 내가 엉엉 우는 흉내를 내니까 알았다고 하면서 옷을 골랐다.  

 

나도 옆에서 같이 옷을 고르는데, 이거 의외로 재밌더라.  예전에도 한국에서 여친이랑 같이 쇼핑을 간적은 있지만, 사실 그닥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그날은 야시시한 옷들만 보며 어떤옷을 입혀볼까하는 생각을 하며 옷을 고르니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근데 그것도 몇분이지 10분이 넘어가니 지겹긴 마찬가지더라 그래서 나는 축구화쪽으로 가서 내 축구화와 축구양말을 골랐다.  

 

10분이면 충분하더라.  10분만에 초이스하고 신어보고까지 다했다.  

 

계산대에 내 축구화와 양말을 일단 가져다놓고 장서희녀한테 다시 가보니 2개를 가지고 장고를 거듭하다가 입어보려고 하는지 알바생과 함께 탈의실로 가더라.  

 

하나는 검은색 삼선래깅스에 밝은 하늘색탱크탑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검은색 ㄸㄲ핫팬츠에 헐렁한 흰색나시였다.  

 

몇분지나니까 나와선 검은색 ㄸㄲ핫팬츠와 헐렁한 희색나시를 사겠다고 하더라.  내가 봐도 그게 훨씬 어울릴것 같아 흐뭇하더라.  월요일날 저걸입은 장서희녀를 볼 생각에 더 흐뭇했고..

 

계산하고 나와선 내 셔츠를 사러갔다.  장서희녀는 여자옷보느라 정신없길래 옷을 하나 더 사줄까 하다가 한번에 너무 많이 사주면 감당이 안될 것 같아서 담에 사줄 생각으로 말았다.  

 

내 셔츠를 고르는데, 역시나 베트남에선 사이즈가 잘 안맞았다.  내가 운동을 오래해서 110을 입어야 하는데,

 

일단 사이즈가 잘 없을뿐더러 어쩌다 있어도 팔기장이 안맞거나, 사이즈가 안맞거나, 핏이 안맞고 그랬다.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장서희녀가 오더니 이러저리 보더니, 날보고 뭐라뭐라 하더라.  처음엔 뭔말인지 몰랐는데, 손짓발짓하다보니 지가 내 셔츠를 만들어주겠다고 하는것 같더라.  

 

제대로 이해를 한건지 확신이 안서서 줄자로 사이즈 재는 시늉도 하고, 가위질하는 시늉도 했더니, 맞다고 끄덕끄덕대더라.  대충 들어보니 자기가 남자셔츠를 만들수 있다고 하는 것 같았다.

 

어쩔까 하다가 어차피 그가게에서는 못살것 같아 장서희녀를 데리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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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비텍스코 안에서 대충 아무거나 간단하게 먹고 헤어질까 생각했었는데, 죄책감도 아직 다 안 가셨고, 막상 또 얼굴보니까 좋더라.  

 

그래서 좀 좋은데서 저녁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서희녀를 델고 주차장으로 갔다.  언제나처럼 장서희녀가 운전을 하려하길래 미안한 생각도 들고해서 내가 운전을 하겠다고 했다.  

 

안된다고 할줄 알았는데, 평소에 지가 운전하기가 짜증이 났었는지 순순히 키를 주더라.  내가 앞자리에 앉아 핸들을 잡으니 장서희녀가 뒷자리에 살포시 앉아 허리에 팔을 감싸더라.  

 

순간 장난기가 돌아서 내허리에 두른 장서희녀의 팔을 찰싹하고 살짝 때렸더니, 장서희녀가 씨익 웃더라.  팔은 풀지도 않고…

 

그러고 정말 몇년만에 오토바이를 몰아봤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천천히 몰았는데, 걱정한거보다 탈만하더라.

 

해가 지평선 넘어로 완전히 넘어가기전 30여분간의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하던데, 그시간 호치민 저녁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니 내가 이맛에 베트남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고 장황하게 얘기하니 존나 멀리까지 오토바이 몰고간거 같은데, 사실 막혀서 시간이 좀 걸렸지 거리로는 1km도 안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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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찾아간 곳은 Secret Garden이라는 식당이었다.  여기도 친구 페이스북에서 처음 보고 구글맵에 메모해 뒀다가 마침 그날 찾아가본곳이다.  

 

여기는 베트남 음식을 하는 식당인데, 나름 루프탑이다.  주차장에다가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  

 

유명한 곳이라서 혹시 자리가 없으면 근처에 있는 나항응온이나 딴 식당을 갈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자리가 있었다.  

 

둘이 자리를 잡고 앉는데, 장서희녀가 내 앞자리가 아닌, 내 옆자리에 앉더라.  한국에선 연인끼리 식사를 할땐 주로 마주보고 앉지만, 베트남에선 주로 나란히 옆자리에 앉는다.

 

 마침 말도 잘 안통하는데, 마주보고 앉으면 뻘줌하던 참에 잘됐다 싶더라.

 

장서희녀랑 의논해서 이것저것 메뉴를 주문하고선 다시한번 장서희녀한테 물어봤다.  정말 남자셔츠를 만들수 있냐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여전히 의구심이 들어서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니까 지핸드폰을 꺼내더니 사진첩을 뒤져더니 사진을 보여줬다.  보니까 정말 남자셔츠더라.  

 

얘가 만든건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남자셔츠는 맞더라.  핏이 너무 달라붙는게 베트남스러운 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핏만 좀 조절하면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았다.  

 

신이 났는지 장서희녀는 요리조리 손짓을 하며 설명을 했다.  대충 들어보니, 내일 자기 가게에 와서 칫수를 재야하고, 원단도 준비해 놓을테니 고르면 된다고 하더라.  

 

알겠다고 하려다가 축구화를 가리키며 내일 축구하러가야돼서 안된다고 하니까 늦어도 되니까 축구 끝나면 바로 자기 가게로 오라고 했다.  주소도 알려주고 구글맵에서 위치도 보여주더라.

 

메뉴가 나와서 식사를 하는데, 장서희녀가 대뜸 설날때 자기 부모님댁에 가자고 하더라.  순간 잘못이해한줄 알고 다시 물어보니 지네 부모님집에 가자는게 맞더라.  

 

구글맵이랑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리저리 설명을 하더라.  대충 들어보니, 장서희녀와 여동생은 호치민에 살고 있고, 부모님은 호치민 근처의 빈호아(???)라는 곳에 사는데, 같이 가자고 하더라.  

 

한국인으로선 엄청난 얘기를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길래 의아해서, 물어볼까말까 고민하다가 내가 같이 가면 너희 아버지가 화 안내냐고 둘러서 물어봤다.

 

사실 물어보고 싶은건 그게 아니었지만, 에둘러서 물어봤다.  잘 못알아들어서 번역기써가며 이리저리 손짓발짓 영어에 벳남어 섞어가며 물어보니 그게 왜 화날일인지 이해를 못하는 표정이었다.  

 

어쩌면 내 질문 자체를 이해 못한 것일지도 몰라 종이에 그림까지 가려가며 설명을 했다.  여전히 존나 당당하게 괜찮다고 하더라.

 

근데 내가 예전에 베트남여자 사귀었을때도 이렇진 않았어서 상황파악이 안되더라.  내가 알기론 베트남도 이런쪽으론 우리나라랑 비슷한 분위기거든.  

 

어떤면으론 더 보수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망설이다가 혹시 너 나랑 결혼하고 싶냐고 대놓고 한번 물어봤다.  이건 한번에 이해하더라.  

 

그러곤 그건 아니라고 대답했고..  대답을 들으니 더 상황파악이 안됐는데, 여전히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더이상 의구심 해소가 쉽지가 않더라.  

 

밥먹으며 잠시 고민하다가..  난 설날때 나짱에 놀러가야돼서 못갈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  혼자 가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와서 같이 간다고 대답했고..  

 

그말하는데, 또 죄책감 들더라.  내가 그닥 도덕적인 성인군자라고는 평소에도 생각을 잘 안하는데, 그날은 참 많이 미안했다.

 

그렇게 그날의 데이트도 마무리됐다.  내 숙소앞에서 헤어지는데, 원래는 또 내방에 같이 올라가자고 졸라볼 생각이었지만, 그날은 그렇게 못하겠더라.  

 

걍 가볍게 허그만 하고 보냈다.  원래 허그만해도 찰싹찰싹 때리던 애가 그날은 군말않고 포옥 안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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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타고 가는 장서희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쟤는 도대체 나에대해 뭔생각을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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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의 관심 덕분에 글 쓰는 브로들이 더 많은 남자의 여행기를 작성할 수 있어. 댓글로 브로의 관심을 표현해줘.

많은 댓글 = 더 많은 후기~💙
1등 익명_똘똘한브로 22.01.01. 19:43

확실히 여자는 나이가 깡패다 ㅋㅋ 나이가 어려야 먹을만도 하고 찰지고 아주 좋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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