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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Eat & Travel: 방콕 여행중에 먹은 음식들 #3

Ni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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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크리스마스 때 갔던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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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보내는 사흘 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무리 휴양 여행이라곤 하지만 맨날 먹고 놀고 마사지만 받기에는 외국까지 굳이 나온 보람이 없기에, 

 

오늘 하루는 태국의 태국스러운 모습을 찾아 사원을 돌아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뷔페로 가서 에너지 충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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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호텔은 뭐랄까, 전반적인 시설이나 규모나 역사와 전통 면에서는 수쿰빗 쉐라톤보다 우위에 있지만 뷔페 음식 구성이나 레스토랑, 편의시설(특히 사우나!) 면에서는 좀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일단 첫 번째 접시는 아침식사 답게 달걀과 베이컨, 해쉬 브라운으로 시작...하려고 했으나 그 옆에 놓여있는 음식들도 하나씩 집어오다 보니 어느 새 접시가 꽉 찼네요.

 

볶음국수와 각종 고기류. 그리고 중국식 도너츠까지.

 

중국식 도너츠는 요우티아오라고 하는데, 그냥 밀가루 반죽 튀김입니다. 그닥 달지는 않고 고소하면서 안쪽에 기포가 생겨서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질감을 내지요.

 

중국 쪽에서 오는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중국식 아침 도너츠가 다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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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접시는 훈제연어와 각종 롤 초밥. 그리고 냉육.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지만 사실 태국은 그보다는 전통적인 친일국가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악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경제적 원조 및 투자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사회문화적으로도 밀접한 교류가 있었고, 초밥이나 기타 일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면서 그 퀄리티도 꽤나 괜찮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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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쌀국수와 쌀죽.

 

그래도 탄수화물을 어느 정도 먹어 줘야 밥 먹은 듯한 기분이 나지요.

 

쌀국수는 베트남이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캄보디아 여행 갔을 때도 그렇고 태국도 그렇고 동남아 국가들은 다들 쌀국수를 많이 먹는 듯 합니다.

 

이렇게 배를 채우고 과일에 커피 한 잔 곁들여 잠시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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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천천히 둥둥 떠다니는 여객선, 짜오프라야 익스프레스를 타고 왓 포로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삐끼의 호객행위에 걸려서 롱테일보트를 타버렸습니다.

 

그런데 돈 하나도 안 아까운 액티비티였네요.

 

방콕 설명을 보면 익스프레스는 버스, 롱테일은 택시로 비유하곤 하는데 그냥 택시가 아니라 총알택시에 가깝습니다.

 

더운 날씨에 물을 튀겨가며 강 위를 쏜살같이 가로지르는 배를 타고 있자니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출렁출렁하는 게 마치 놀이공원 보트 타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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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왓 포에 도착했습니다. 간혹 왓포사원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태국어로 왓은 사원을 의미하니 동어반복이 되어버립니다.

 

분명히 메인 입구가 따로 있을 것 같은데 어찌어찌 헤매다가 조그만 옆쪽 출구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이 사원의 하이라이트일 것 같은 구조물을 제일 처음 보게 되었네요.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있는 뾰족탑, 승려나 왕족의 유골을 모셔놓은 체디입니다. 

 

왓 포에는 "프라 마하 체디"라고 부르는, 화려한 꽃 모양의 도자기 조각을 붙여 만든 네 개의 체디가 유명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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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마하 체디 외에도 크기가 작은 체디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습니다. 가까이서 무늬를 감상하기엔 이쪽이 더 좋지요.

 

이 탑들이 하나같이 다들 유골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름다우면서도 왠지 으스스한 느낌도 드네요.

 

어릴 적 절에 가면 조그만 납골묘가 있었는데 그 안에 들어가 본 적도 없건만 뼈들이 있다는 말에 무서워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달래주려고 "저 납골묘 벽돌 중의 하나를 누르면 천장이 열리면서 로켓이 발사된다"는 말을 곧이 듣고는

 

무서움을 눌러가며 슬슬 다가가서 이 벽돌 저 벽돌 눌러봤던 기억도 나네요.

 

겉보기에는 태국식 체디야말로 비밀 버튼 하나 누르면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모양입니다.

 

괜시리 다가가서 조심스레 꽃무늬 조각을 꾹 눌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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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포에서 체디보다 더 유명한 건 거대 와불상입니다. 부처님이 돌아가실 당시의 자세를 불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진 오른쪽 아래 부분에 조그맣게 찍힌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큰 불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옛날 이야기 중에 어떤 할머니가 와불상을 보고 "아이고 부처님, 얼마나 힘들면 누워계십니까"하니까 와불상이 "그러게나 말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신세 진 것도 없건만 다들 나만 보면 빚쟁이마냥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소원을 비는구나"라고 말했다는 걸 듣고 꽤 깊게 생각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불교는 내가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종교인지라 부처님에게 아무리 빌어봤자 내가 잘 하지 않으면 무의미한데 말이죠.

 

그래서 예전에 일리노이에서 학교 다닐 때 만났던 미국인 스님에게 "만약 부처님을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할 거냐"고 물어봤을 때 "그냥 미소짓고 합장(손을 기도하듯 모으는 것)한 다음 절을 올리고 싶다"는 대답을 들었을 때 '진짜다! 진짜 스님이다!'라고 감탄하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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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불상이 모셔져있는 대웅전 가까이 가면 짤그랑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립니다. 

 

무슨 새 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쨍쨍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데, 바로 벽면에 길게 붙은 조그만 쇠항아리 속에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 넣는 소리입니다.

 

108 번뇌를 뜻하는 108개의 그릇에 동전을 집어넣으면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해서 유명합니다.

 

액수가 큰 동전을 넣기엔 아무래도 부담이 많이 되기 때문인지 20바트(약 700원 정도)를 내면 108개의 항아리에 넣기 충분한 양의 소액 동전으로 바꿔줍니다.

 

방금 전 '그래, 남에게 비는 소원은 소용없어! 내가 잘 해야지!'라던 결심이 무색하게, 바로 앞에서 초특가 할인판매로 팔리는 행운 패키지를 보니 마음이 흔들립니다.

 

결국 분수에 동전 던지는 가벼운 느낌으로 동전 넣기를 시작했는데, 그릇에 하나씩 넣으며 가다 보니 끝에 도착했는데도 동전이 꽤 많이 남네요.

 

왠지 한 그릇에 쏟아부으면 효험이 없을 것 같아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돌아가며 다시 동전을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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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길에 마주친 수많은 황동 불상들.

 

보통 불상이 손바닥을 들고 있는 걸 보면 별다른 생각이 안 드는데 여기 불상들은 왠지 하이파이브 하라고 손을 펴고 기다리는 느낌입니다.

 

이 긴 복도를 따라나가며 9회말 역전 만루홈런 친 타자마냥 불상들 손에 손바닥을 좌라락 마주치며 하이파이브 하고 싶은 욕망이 무럭무럭 생겨나네요.

 

물론 소중한 남의 나라 문화유산인지라 만질 수는 없습니다. 마음만 고이 접어 간직하고 얌전히 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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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포에서 1~20분 가량 길거리 구경을 하며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곳은 왓 프라깨우. 

 

푸른 비취색 불상을 모셔놓은 곳이라 에메럴드 사원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불상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는데다가 신발도 벗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너무나 많이 몰려있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그냥 밖에서 구경만 할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내는 또 이런 곳에 왔으니 절 하고 가야한다면서 현지인들마냥 옆에 끼어 넙죽넙죽 절을 올립니다.

 

안그래도 더운데 감히 따라 할 엄두는 못 내고, 떨어지는 복의 부스러기라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마음 속으로만 열렬히 응원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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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여행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황금색 체디. 부처님 유골 조각을 모셔놓았다는 "프라씨 랏따나 체디"입니다.

 

인도에서부터 우리나라, 일본에 이르기까지 불교가 자리잡은 국가라면 다들 진신사리(부처님 몸에서 나온 유골) 모셔놨다고 주장하는 절이 수두룩 합니다.

 

기독교로 치면 예수님 피가 묻었다는 롱기누스의 창에 비견될 만큼 성유물의 최고봉인지라 불교 국가들 사이에선 뺏고 빼앗기고 돈 주고 사오고 선물받는 등 진신사리의 이동 경로가 아주 스펙타클합니다.

 

자신의 뼛조각 하나를 수많은 사람들이 보물삼아 모실 것을 알아서 그랬는지, 부처님의 유해를 화장하고 나온 사리가 8섬 4말에 이른다고도 하죠. 

 

어쩌면 사이좋게 나누어 가지라는 큰 그림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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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사원의 수호신. 우리나라로 치면 절의 입구에서부터 인상 팍팍 쓰고 겁을 주는 사천왕상과 비슷할까요.

 

약샤라고 부르기도 하고 토사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약샤는 야차, 즉 힌두교와 불교에 등장하는 악마를 의미하고 토사칸은 태국 설화인 라마키안에 등장하는 야차의 왕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왜 악마가 사원을 지키나'라는 생각이 들 수 도 있는데, 힌두교와 불교 신화는 절대악이라고 할 만한 존재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세상을 멸망시키는 시바신도, 지옥에서 죄수들을 고문하는 저승 시왕들도 본성이 악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세상을 굴러가게 만드는 시스템의 일부라는 인식이 강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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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 몬돕. 불경을 모셔놓은 장서각입니다.

 

나뭇잎에 적은 불경을 모셔놓았는데, 워낙 귀중한 물건이라 일반에게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하긴,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도 귀족 아니면 당대 최고의 석학들만 이용할 수 있었고

 

삼장법사도 불경 좀 얻겠다고 인도까지 그 고된 길을 오갔던 것을 생각하면 그 옛날에 '문자로 써 놓은 지식'이란 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말 그대로 보물 그 자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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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 몬돕 옆에는 뜬금없이 앙코르 와트의 모형이 지어져 있습니다.

 

태국의 왕인 리마 4세가 캄보디아를 점령했을 당시를 기념하여 만든 미니어쳐 사원이지요.

 

캄보디아 여행(https://blog.naver.com/40075km/220906456244) 갔을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예전에는 "태국에서 우리 나라 문화를 많이 훔쳐갔다"며 분개하던 캄보디아 가이드를 만난 적 있는데, 태국에서는 이를 "과거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한일관계에 빗대어 보면 왠지 남 일 같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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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 몬돕의 화려한 출입문. 

 

가까이서 보니 황금과 자개장식이 번쩍이는 것이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보물창고에 가까워 보입니다.

 

보물을 지키는 약샤 동상까지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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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왕궁의 겉모습만 잠깐 보며 오전 일정을 마칩니다.

 

태국은 국민들이 왕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넘쳐나는 나라인지라 지폐도 함부로 훼손하면 안 될 정도입니다.

 

단순히 화폐관리법 위반이 아니라 지폐에 임금님 초상이 그려져 있는지라 국왕 모독에 해당된다더군요.

 

오죽하면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도 이게 현 정권 (총리)에게 반대하는 것이지 왕에게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 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런 강력한 왕의 권위에는 왕조가 생긴 이래 어느 나라에도 점령당하지 않은 왕실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바탕으로 합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서 대나무 외교를 펼치며 독립을 지키고, 리마 9세에 이르러서는 왕실의 재산으로 전국에 병원을 만들고 가뭄이 계속되자 인공강우로 비를 내리게 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인지 왕궁 앞 정원에 앉아 잠시 쉬면서도 '만약 조선 왕조가 이런 식으로 잘 대처했으면 어땠을까'라며 대체 역사 소설을 머릿속으로 한 편 써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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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넓은 사원과 왕궁을 땀 뻘뻘 흘리며 구경하고 나왔더니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하지만 이왕 쉬는 거, 마음 굳게 먹고 조금만 더 걸어서 미리 봐뒀던 강변 레스토랑, 더 데크(The Deck)에서 쉬기로 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보이는 차오프라야강과 왓 아룬.

 

하지만 더위와 갈증에 지친 몸은 풍경보다도 시원한 수박주스 한 잔에 몰두합니다.

 

그야말로 금강산도 식후경, 이 말을 실감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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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을 채운 몸은 이제 음식을 밀어넣으라고 재촉합니다.

 

새우튀김을 곁들인 볶음밥. 마늘 플레이크가 잔뜩 올려져 있어서인지 굉장히 맛있습니다. 가격은 대략 만 원 정도.

 

태국 물가를 생각하면 비싼거지만, 이 정도 뷰에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하는 장사라는 걸 감안하면 나름 괜찮은 가격 아닌가 싶네요.

 

워낙 많이 돌아다니는 바람에 배가 고팠을 때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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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과 허기가 다 채워지자 이제야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차오프라야 강 너머로 보이는 하얀 탑. 새벽 사원이라는 뜻의 "왓 아룬"입니다.

 

화려한 꽃 모양 조각이 알록달록하게 장식하고 있는 왓포나 황금빛 가득한 왓 프라깨우의 체디도 멋있지만

 

이렇게 하얗고 깨끗한 느낌의 왓 아룬도 단정하고 고결한 느낌이라 마음에 듭니다.

 

강 건너서 직접 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워낙 날씨가 더워지는 바람에 일단 호텔로 후퇴하기로 합니다.

 

외국까지 나왔으니 본전 뽑아야 한다며 무리해서 한 걸음 더 내딛었다가 더위라도 먹으면 남은 일정이 모조리 엉켜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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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씻고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 새 저녁.

 

에너지 충전도 완료했으니 다시 일어나서 강변으로 나가 봅니다.

 

낮에는 일상 생활에 바쁜 현지인들이 허름한 통통배를 타고 가득 메웠던 차오프라야 강이

 

밤에는 관광객을 태우고 휘황찬란한 불빛을 밝힌 유람선으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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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예약해뒀던 유람선에 탑승합니다.

 

차오프라야 강을 따라서 이동하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짧은 크루즈 여행입니다.

 

너무 커다란 배는 번쩍거리는 디스코 조명에 술판, 가라오케 노래판에 휩싸인 단체 관광객 때문에 고즈넉한 풍경 감상은 물건너 갈 수 있으니 주의 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어설퍼 보여도 태국 전통 음악을 배경음으로 깔고 소규모 공연 정도 보여주는 수준이 딱 좋은 듯 합니다. 공연을 볼지, 야경을 볼지 선택권이 손님에게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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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로 나온 요리들.

 

어둡고 흔들리는 배 위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건지기가 쉽지 않네요.

 

게다가 손님은 많은데 종업원 숫자는 적고, 깔아둬야 하는 요리 종류는 많다보니 제대로 설명을 할 시간도 없습니다.

 

나중에 메뉴판 검색해서 궁리해가며 찾아낸 바로는

 

무 사타이 (고기 꼬치구이), 까이호바이토이 (판단 잎으로 감싸서 요리한 닭고기 조림), 미앙 쏨 팍 (신 맛의 채소와 코코넛 일품요리), 토후 깝 프릭 (매운 소스를 곁들인 두부), 록 넘 침 얌(메추리알 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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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디서나 빠지지 않는 똠양꿍.

 

웃기게 들리는 음식 이름으로는 항상 빠지지 않는 똠양꿍인데, 단어를 잘 뜯어보면 태국식 (그리고 동남아식) 요리 이름의 구조를 알 수 있습니다.

 

똠은 국물 요리를 의미하고 양은 새콤하고 매운 맛, 꿍은 새우를 뜻합니다. 즉, 새우가 들어간 매콤하고 새콤한 국이란 뜻이지요.

 

태국 요리들 대다수가 이런 식으로 조리법, 특징적인 맛, 재료의 조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핵심 단어 몇 개만 외워두면 그 이름만으로도 무슨 요리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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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식사가 시작되면서 이제는 이름이 뭔지도 잘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건 뭐 한상차림도 아니고 코스요리도 아니고... 요리 한 두가지 나오고 '이제 사진 찍고 먹으면 되나?' 싶으면 갑자기 요리가 또 나옵니다.

 

메뉴판과 매치시키려고 해도 워낙 뒤죽박죽이라 쉽지가 않네요.

 

메인 메뉴로 나온 음식들은 깽 마싸만 느어 (중동식 소고기 커리), 깽 끼오 완 까이 (코코넛 크림과 그린 커리로 요리한 닭고기), 살랏 뺏 남 마캄 (타마린드 소스가 들어간 오리고기 샐러드), 토드 만 무 (돼지고기 튀김), 토드 만 까이 (닭고기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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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꿍 깝 말랭 뿌 파우 (화이트 와인 소스로 요리한 새우와 홍합), 쁠라카퐁 능 마나오 (라임 소스를 곁들인 도미찜), 쁠라 믁 삐여우완 (소스에 볶아 낸 오징어), 팟 팍 루암 밋 (굴소스 채소 튀김), 카오 홈 말리 (자스민 쌀밥)에 이르기까지.

 

뭐, 몇 개 빼먹은 것 같기도 하고 메뉴에는 없는데 먹은 것 같기도 하고, 밥 먹다가 가이드가 "지금 왼쪽을 보시면 쏼라쏼라, 오른쪽을 보시면 어쩌구저쩌구" 할 때마다 구경하느라 정신없다보니 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코스가 총 세 가지 (전통음식 코스, 해산물 코스, 채식주의자 코스) 있는데 그 중 전통음식 코스와 해산물 코스를 하나씩 주문하다보니 안 그래도 많은 음식의 가짓수가 무시무시하게 불어난 탓도 있습니다.

 

메뉴판에 따르면 이 짧은 시간에 거의 40가지(!) 요리를 먹은 셈입니다. 물론 한 접시에 여러 요리를 함께 담아 나오긴 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헷갈리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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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나온 카오 니아오 마무앙 (망고를 얹은 찹쌀밥), 카놈 찬 (여러 층으로 쌓은 젤리), 살랏 폰라마이 루암 (과일 모듬 샐러드), 사파롯 쏭 양 (파인애플), 랑 녹 까이 투아 루앙 (떡으로 만든 새와 콩으로 만든 새알, 타로 열매로 만든 둥지), 로띠 끌루아이 (바나나빵).

 

크루즈 가격은 나름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퀄리티 자체가 그렇게 고급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배 위에서, 그것도 대량의 음식을 단시간에 조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리뷰를 보면 "뭔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나온듯한 맛"이라는 평도 있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김밥천국과 비슷한 레벨 아닐까 싶은 생각은 듭니다.

 

그래도 나름 태국 전통 요리를 이렇게 다양하게, 단시간에, 차오프라야 강 위의 야경을 보면서 즐길 수 있다는 건 꽤나 큰 장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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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에 보는 왓 아룬의 경치.

 

처음 크루즈 탈 때는 기대도 안 했는데, 알고 보니 왓 아룬까지 다녀오는 코스였네요.

 

'왓 아룬의 야경이 그렇게 예쁘다던데 못 봐서 아쉽다'라고 느끼던 중에 이렇게 보게 되니 여행중에 기분 좋은 보너스를 받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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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마치고 2차로 간 곳은 루프탑 바. 

 

첫째 날도 루프탑 바에서 한 잔 하긴 했지만 오늘 간 곳은 그보다 더 고급스러운 바, '시로코'입니다.

 

복장 제한도 나름 깐깐하고, 그래서인지 가 보면 왠지 서양식 디너파티 삘도 좀 나고, 무엇보다도 야경이 멋져서 많이들 찾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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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태국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비싼 가격 후덜덜.

 

칵테일은 얼음 녹으면 밍밍해지는지라 이왕 비싼 거 주문하는 김에 한 모금씩 오래 마실 수 있는 와인 한 잔씩 마셨는데 국내 바의 어지간한 고급 와인보다 더 비쌉니다.

 

이게 알고 보니 시로코에만 바가 세 군데나 있다는 거. 그 중에서 그나마 가장 저렴한 바는 레스토랑 한 가운데 있는 스탠딩 바.

 

사람도 복작복작하고 앉을 곳도 없지만 그래도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환상적인 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물 찾는 모험가가 온갖 고난 헤치듯, 이 스탠딩 바에 도달하려면 두 개의 산맥을 넘어야 합니다.

 

일단 엘레베이터 내리자마자 바 직원들이 메뉴판 들이밀며 납치 시도를 하는데, 풍경이 워낙 다르다보니 그래도 속지 않고 넘어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오면 시로코 특유의 황금 돔이 보이면서 '아, 겨우 도착했구나'라며 안심하고 주문을 하는데, 이게 또 페이크라는 거죠.

 

여기서도 뿌리치고 꿋꿋하게 헤쳐나가서 식당 가운데의 스탠딩 바까지 도착해야 합니다.

 

그걸 모르고 한 고비 넘긴 것에 안심하는 바람에 결국 방콕에서 제대로 바가지를 썼네요. 

 

게다가 바텐더에게 "물 한 잔 주세요" 했더니 혹시라도 가격 물어볼까봐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생수를 땁니다. 조그만 거 한 병에 만삼천원짜리 생수를 말이죠 ㅠ_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병이라도 기념품 삼게 달라고 할 걸 그랬네요. 

 

뭐, 뒷통수 맞고 기분 잡쳐서 나머지 일정도 모조리 망칠 수도 있고, 뒷통수 맞았지만 훌훌 털고 나머지 일정이나마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그래도 후자가 낫습니다.

 

비싼 와인 손에 들고 비싼 경치를 구경합니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라이브로 연주하는 음악도 감상해가며 말이죠.

 

이렇게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도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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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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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ㅇㅇ 21.01.06. 15:06

덕분에 같이 여행한것 같네요 ㅎ ㄳ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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