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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노하우 생존가치와 번식가치

호루라기
509 2 0

 

 

예전에 재미있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유혹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유혹의 기술이니 뭐니 해봐도 결국 조인성, 장동건에겐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장동건과 사랑에 빠진 여자는 아마 장동건의 얼굴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외모적으론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개그맨들이 종종 엄청난 미인들을 얻는 일을 우리는 자주 목격하지 않는가?

 

여기서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이 들려올 수 있다. 그럼 결국 돈 아니냐?

 

음... 이건 반박하기가 쉽지는 않다. 사실 돈 좀 있다는 남자치고 근처에 미인이 없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예전에 픽업아티스트들이 연애 강의를 한다는 기사가 나오자 “그런 거 연구할 시간에 공부해서 돈이나 열심히 벌어라. 성공하면 알아서 해결된다”라는 베스트 댓글이 있었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제자들에게 ‘요행을 바라지 마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어떻게 봐도 지금 연애할 상황이 아닌데 편법을 노리지 말란 소리였지만, 경제적 상황이 연애에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에선 일맥상통한다.

 

솔직히 말해 보자.

돈 많은 남자 싫다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예쁜 여자 싫다는 남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자의 스펙에 있어서 경제적 우월이 주는 매력이 10이라면 외모적 우월이 주는 매력은 5도 많이 쳐준 거다. 앞서 말한 ‘얼굴만 잘 생기면 된다’는 주장은 경제적 능력이 거기서 거기인 20대에서나 통할 수 있는 얘기다. 경제력에 의한 계층 분리를 실감하기 시작하는 30대 부터는 외모가 딱히 중요하지 않다. 그럼 돈만 많으면 끝인가? 직설적으로 한번 말해보자.

 

솔직히 경제력은 중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경제력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치와 향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경제력은 곧 생존능력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다는 말은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 많은 자가 살아남는다는 말로 대체될 수 있다. 생존과 번식.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모든 생물체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두 가지뿐이다. 그러니 당연히 생존력을 상징하는 경제능력은 매력적인 요소다.

 

그럼 우리는 왜, 무엇을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는가?

 

진화심리학적으론 매력이란 가치판단 시스템을 말한다. 감정과 욕망이 우리가 생존과 번식에 이로운 행동을 하도록 추진제의 역할을 하듯, 누군가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그가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가를 직감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가치란 물론 생존과 번식에 있어서의 이득을 말한다. 즉, 가치는 크게 생존가치와 번식가치가 있다. 이를 각각 S-Value(Survival Value), R-Value(Replication Value)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은 그가 있음으로써 우리의 생존이나 번식 확률이 높아진다고 느낀다는 의미다. 물론 S-가치나 R-가치는 소위 말하는 ‘보편가치’로, 이를 개인적인 의미를 상징하는 고유가치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나에겐 커다란 추억이 깃든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경우 그 사진은 나에게 높은 고유 가치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가능한 설명 중 하나는 우리의 ‘생존’은 단지 육신의 생존뿐만이 아니라 ‘의식’의 생존 역시 포함한다는 가정이다.

 

인간이 생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써 진화되어온 ‘의식’은 어느덧 인간의 존재 그 자체를 뜻할 정도로 그 의미가 커져 버렸다. 따라서 의식의 발현인 우리의 ‘자아’는 스스로의 실체 없는 형상을 보호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애를 쓰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 ‘과거의 기억’ 등 ‘나를 나로 만들어 주는 것’, 즉, 자아의 일관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들에 대하여 굉장히 높은 가치를 스스로 부여한다는 것이다(불가에서 말하는 무소유 역시 모든 가치에 대한 부정이 아닌, 이 고유가치에 대한 부정이 아닐까 싶다).

 

생존과 번식에 관한 보편적 가치로 돌아가자. 우리가 누군가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대부분 S-R 가치 판단 시스템에 입각하여 설명이 가능하다.

 

#돈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지식이 많다 -> 생존 능력이 강하다. 당연히 매력 있다.

 

#잘생겼다 -> 잘생긴 이성과의 교배는 후손의 외모 역시 보장한다. 뛰어난 외모는 교배 확률을 상승시키므로, 결과적으로 내 DNA의 확산을 가속시켜준다. 물론 매력적이다.

 

#건강하다 -> 건강한 몸은 생존 가치를 높여주고, 또 내 후손의 건강 역시 어느 정도 보장해 준다.

 

기린에게는 긴 목이 높은 번식 가치를 의미한다. 번식가치란 종종 그 종만의 특징을 상징한다.

당연히 이러한 필터들에 반하는 조건에서는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출력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이성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말 자체가 생물학적으론 큰 문젯거리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남녀가 각기 느끼는 매력의 척도 차이에 대해서도 분석이 가능하다. 이전 글에서 말했다시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두 가지 특징은 대뇌의 크기와 직립보행이다. 이는 머리는 크게 만들고 골반은 좁게 진화되도록 하였으니, 그 좁은 골반에서 큰 머리를 낳아야 하는 인간 여성의 생식능력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 극히 저하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 번의 출산에 인간 여성은 목숨을 걸어야 했으며, 배임 가능한 후손 개체의 수도 보통은 고작 1년에 하나일 뿐이다.

 

더군다나 유독 인간의 아이만 생후 2년 동안 아무것도 혼자 하지 못한다. 출산 전 1년, 출산 후 2년 간 인간 여성은 아이를 돌보느라 그 외 어떤 생존활동도 거의 하지 못한다. 즉, 생존능력이 급격히 저하 되게 되며, 이 부족해진 생존 능력을 자신의 배우자에게서 찾게 되었다. 여성이 발이 묶인 동안 식량을 구하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부족의 구성원을 지키는 것은 남성의 몫이 된 것이다.

 

따라서 여성은 남성을 볼 때 ‘이 남자는 과연 내가 출산하는 동안 나와 가족들을 지켜줄 능력이 있는 것인가’를 최우선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진화의 산물이며 이는 본능으로써 나타난다.

 

현대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 이상의 생존능력을 갖추고 있고, 아이를 낳다가 목숨을 잃을 일도 드물지만, 본능의 진화는 문명의 진화보다 훨씬 느리므로 우리는 아직 2만 년 전의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여성의 생존가치로부터 자신이 도움 받을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기왕이면 이성을 선택할때 건강한 몸이나 외모 등 번식가치에 더 비중을 두었다는 것도 이해하는 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 있을 수 있는 반발은, 그럼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 등, 소위 S-value가 높은 사람에게는 거의 무조건 매력을 느껴야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일례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생존가치는 아주 확실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그에게 매력을 느끼진 않는다.

 

이 부분을 보강 설명하려면 가치의 전이 개념이 필요하다. 김정은의 권력이 아무리 세던, 삼성가의 돈이 얼마나 많던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다. 즉, 가치란 전이되지 않으면 매력으로 비추어지지 않는다. 반면 내가 김정은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면, 혹은 삼성가의 돈을 물려받을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특별한 흠이 없는 한 그들은 나에게 있어서 아주 매력적으로 비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실제로 북한에 다녀온 데니스 로드맨은 김정은이 아주 매력적인 남자였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물론 이 매력이란 것들은 ‘아 이 사람 돈(혹은 권력)이 많다’는 식으로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며, 때론 비이성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때론 가끔 좋아해선 안될 사람, 예를 들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에게 조차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데니스 로드먼은 아마 실제로 김정은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사회적 가치가 높은 사람에게 느끼는 매력은 그리 노골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물론 대놓고 돈보고 좋다는 꽃뱀들은 있게 마련이지만 그건 이성적인 계산이지 실제 감정이 느끼는 매력은 아니다). 삼성가에 시집을 갔던 한 여자 연예인은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 “아주 세련된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그 사람에게 느낀 매력을 말한 바 있었다.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사실 사회적 지위, 학식, 재산 등은 그 사람의 생존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척도일 뿐이지 생존 가치 그 자체는 아니다.

 

미국 최대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한때 수십억 달러의 채무를 진 적이 있다. 그는 자서전에서, 길가의 한 노숙자를 보며 ‘당신은 나보다 십억 배는 부자구만’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에게 있어서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을 다시 수백억 달러의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으니깐.

 

사회적 지위, 학식, 재산 등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은 그 조건들이 형성되기 전에 이미 그 조건들을 형성시킬 수 있는 생존능력들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그런 것 없이 그 조건들만 쉽게 얻은 벼락부자, 재벌 3세 등의 연애사에 해피엔딩이 많지 않은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매력이란 가치의 전이를 뜻한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 등 내세울 수 있는 ‘스펙’은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는 될지언정 그것 자체는 되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주는 증거로도 돈보다는 우리의 무의식이 알아들을 수 있는 비언어적 신호들이 훨씬 더 강렬하다. 은연중에 보이는 자신감, 말투, 표정, 바디랭귀지 등이 그것이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처럼 행동하라는 말이 있다.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비치는 사람들의 행동양상을 흉내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돈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 나면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레 뒤따라오기는 하겠지만, 꽤 성공을 거둔 사람들 중에서도 연애 문제엔 젬병이라며 도와달라고 필자를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돈 보고 꼬여드는 골드디거들은 많은데 진짜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는 없는 것 같다고 말이다.

 

정리하자.

 

#외모. 할 수 있는 데까지 꾸며야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지만 결정적인 사항은 아니다.

#돈. 확실히 외모보다는 도움이 되지만 역시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생존가치. 이것의 전이를 매력이라고 부른다.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돈이나 사회적 지위보다 강력한 것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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