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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루에 하루씩 쓰는 일본 기차 여행기 - 7일차 여행기

여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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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급행 아케보노 열차 안->아오모리->하코다테

아오모리에서 내려 신아오모리와 하코다테를 왕복하는 슈퍼 하쿠초를 타고 하코다테로 이동.

참고로 급행 아케보노는 우에노에서 아오모리까지 13시간이 걸리지만, 그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의 야간 열차인 호쿠토세이는 우에노에서 하코다테까지 11시간이다;; 더 높은 등급의 카시오페아는 전 객실이 스위트급의, 적어도 몇 만엔씩 하는 초호화 열차인데, 속도를 일부러 호쿠토세이보다 느리게 한 탓인지 시간도 우에노-하코다테가 13시간 걸린다. 여행 목적으로는 적어도 탈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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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9시까지 늦잠을 자 불편한 잠자리에도 불구하고 매우 만족하며 일어났다. 급행 아케보노는 아오모리까지 운행한다. 혼슈(일본 본토)의 북부 끝자락에 위치한 아오모리에서 홋카이도로 들어가려면 기차를 갈아타는 수 밖에는 없는데, 마침 아오모리에 내리자마자 하코다테행 슈퍼 하쿠초가 정차해 있는 것을 보고 얼른 타버렸다. JR패스로 완전 커버가 되는 열차이지만 지정석을 살 시간이 없어 자유석 칸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열차칸과 칸 사이 중간 공간에 가방을 놓고 서서갔다.

 

지상위를 달리던 열차가 이내 해저 터널로 들어갔다. 그런데 나는 이 사실을 눈으로 보고 안 것이 아니었다. 소리였다. 열차가 해저터널로 들어가는 순간 칠판을 금속 긁개로 긁는 듯한, 밴쉬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내 귀를 찔렀다. 이 해저 터널은 마침 일본에서 제일 긴 터널이었다. 나는 꽤 오랬동안 귀를 손으로 막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열차가 심하게 흔들려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핀볼처럼 튕겨져 나갈 것 같아 한쪽 귀 밖에 가리고 있지 못했다.

 

하코다테 역에 도착해 나는 마침 승강장에서 팔고 있는 게살 에키벤을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 역 밖으로 나섰다. 

 

하코다테는 항구도시이다. 바닷바람이 불어 굉장히 시원했다. 트램과 다부지게 작은, 그러나 모던한 버스가 이 조그마한 마을을 돌아다닌다. 내가 인터넷으로 예약한 '하코다테야마 게스트하우스'는 말 그대로 하코다테 산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였다. 트램을 타고 '하코다테산' 종점까지 가서 10분정도 언덕길을 좌우로 오른 후, 게스트하우스의 열린 마당 문으로 들어가 본채의 문을 두들겼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무거운 가방이라도 내려놓을 겸, 그리고 역에서 사온 게살 도시락도 먹을 겸 가방을 프론트에 두고 걸어나왔다. 그러자 눈 앞에 하코다테 마을과 바닷가의 긴 둑, 그리고 마을이 둘러싸고 있는 하코다테 만의 모습이 나타났다. 게스트 하우스 앞 뜰의 돌 위에 앉아 에키벤을 꺼내고, 하코다테의 전경을 반찬삼아 먹었더니 기분이 끝내줬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산등성이를 부드럽게 올라와 한층 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도시락을 다 먹고 나서 조금 있다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 사사와 그의 친구 로닌이 나타났다. 둘은 매우 친근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영어도 잘해서 얘기가 잘 통했다. 하지만 우선은 하코다테의 수도원이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짐을 2층 게스트하우스 방에 풀어놓고는 서둘러 트램역으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가려는 수도원(트라피스치누 수도원)은 반대편 종점이었다.

 

종점에서도 내려서 30분 가량을 걸었어야 했는데, 수도원과 주변 공원이 차분하고 조용했다. 수도원 내부에 들어서자 미카엘과 마리아의 조각상, 19세기식 서양 건물들이 한층 더 '일본 내 수도원'이라는 이국적 분위기를 주었다. 단지 실제 수도원의 수녀들(모두 65명이라고 한다)이 생활하는 공간이나 대부분의 수도원 안은 공개되지 않아 볼거리가 그리 많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돌아나오면서 방원형의 한 건물에 들어갔는데 수녀들의 찬송가 소리가 들려서 건물 더 안쪽에서 연습하고 있는건가 하고 들어가봤지만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수도원에서 나와 다시 꽤 걸은 후, 트램을 타고 이번에는 고료가쿠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은 원래 최초 일본에 지어진 서양식 요새였는데, 메이지유신때 막부세력이 최후의 저항을 한 곳으로 유명했다. 제법 높은 타워가 공원 귀퉁이에 세워져 돈을 내고 위에 올라갈 수 있었다.

고료가쿠 공원을 조금 둘러보는데 문득 슬픈 기분이 들었다. 혼자여서 그런지, 날씨가 구름이 끼고 어두워져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슬퍼지는 것이었다. 공원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다가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바쁜 여행 일정은 우울한 기분을 곱씹을 시간도 주지 않았다. 빗발이 거세져 나는 더욱 발걸음을 재촉하여 다음 목적지인 '아지사이' 라면집으로 향했다. 시오(소금) 라멘이 유명한 곳인데 줄까지 서있었다. 인구 밀도가 매우 적어보이는 하코다테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시오라멘은 약간 심심할 것 같아 소유(간장) 라멘과 생맥주 작은 잔을 주문했는데, 안주 없이 맥주만 주문했더니 절인 오이 두 조각가 나와서 감탄했다. 700엔을 주고 먹은 라면은 말 그대로 '끝내줬다'. 면발, 국물, 향, 양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돼지 뼈 국물과 보통 라멘보다 약간 얇지만 착착 감기는 면발, 면과 함께 집은 돼지고기의 깊고 향긋한 냄새가 입안에 퍼지면서 육질이 면과 함께 십히는,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아직도 잊지 못한다).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오니 로닌이 술을 먹자고 초대를 해서 샤워 후 식당에 내려갔다. 거기에는 로닌과 일본인 두 명, 스페인 여자가 앉아있었다. 로닌은 내개 사케를 권했다. 맛은 소주와 비슷했다. 나는 주로 로닌과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는 참으로 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삿포로 태생이지만 현재는 오키나와에 산지 수 년째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의 나라, 음식,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얘기를 했다.

 

로닌은 소탈한 면과 진지한 면, 익살스러운 면과 엄격한 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과거에 이자카야에서 몇 년 일한 경험이 있어 요리도 매우 잘하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난 공짜로 회, 오징어무침, 게밥, 두부요리, 생선 등등을 사케와 함께 실컷 즐겼다. 결국에는 사케를 너무 많이 마셔 어지러울 정도였다. 나는 그 곳에 있던 한 일본인 의대생과 로닌의 이메일 주소를 받은 후 2층의 내 방으로 돌아가 매우 만족스럽게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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