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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루에 하루씩 쓰는 일본 기차 여행기 - 4일차 여행기

여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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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교토->오사카->텐노지역(기세반도선 출발역)->구마노시(기세반도의 중간지점)

오늘의 일정. 이제까진 굳이 이동경로 설명이 필요없었지만 오늘은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일본 전문가도, 철도 전문가도 아니니 간단히 설명하면 JR선에는 여러 지역 철도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인 기세혼센은 아래 지도에 보이는 오사카 아래 반도를 빙 도는 철도야. 가면서 해안가에 기암괴석, 왼쪽에는 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한 10분이면 질리는거고 그것보다는 기세혼센의 절반씩을 맡고 있는 특급 열차들을 타고 반도를 빙 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겠지.

아래는 교토 캡슐호텔에서 일어나 이동한 경로임. 텐노지역까지는 지하철로 이동, 거기서 JR선인 슈퍼쿠로시오를 타고 와카야마, 키이-카츠우라-신구를 거쳐 이 날 숙소를 잡은 구마노시까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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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래부터 다시 여행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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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티비를 보다 12시가 넘어서 잔 덕분인지 알람을 못 듣고 6시 30분에 일어났다.

 

오늘은 드디어 JR패스가 활성화 되는 날. 동시에 간사이 쓰루패스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교토역까지는 버스를 탄 후, JR선을 타고 오사카(우메다)역까지 왔다. 여기서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 난바역에 도착해 '간사이 Stamp Rally' 보상을 받았다(참고로 나는 통천각, 아라시야마 원숭이 공원, 텐류지 3곳으로 보상을 받았다). 집게 시계가 보상이었는데, 난 보라색이 가지고 싶었지만 받고 나서 열어보니 파란색이었다. 파란색도 나쁘지는 않다. 이제 오늘 묵기로 계획해놓은 YH가 있는 신구로 가기 위해 기세혼센, 즉 기세반도를 도는 관광노선의 서쪽 끝인 텐노지 역으로 갔다. 매표소에 갔는데 영어가 전혀 안 통해서 놀랐다. 바로 다음 열차는 풀, 그 다음 열차인 11시 20분, 텐노지발 슈퍼 쿠로시오를 기다리고 있다.

 

슈퍼 쿠로시오는 산 비탈길에 난 구불구불한 길도 빠른 속도로 달렸다. 하지만 쿠시모토(텐노지에서 약 3시간 거리) 근방까지는 거의가 산 속에 난 협로나 듬성듬성 서 있는 가옥과 논밭을 지나가는 여정이라 재미가 없었다. 더군다나 왼쪽 좌석, 즉 바다쪽이 아닌 산쪽이라 더더욱 볼 것이 없었다.

 

열차가 1시간 가량을 달려 와카야마에 정차했다. 와카야마는 꽤 큰 도시니까 오래 정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얼른 차량을 빠져나와 플랫폼에 있는 에키벤 판매소에서 와카야마 특산 스시 에키벤을 샀다. 어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은 광어랑 비슷. 좀 더 연한 흰살 생선이었다. 기차에 돌아오자 5초도 안되어 출발하기 시작했고, 나는 나의 빠른 결단을 자축하면서 에키벤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겉에 그려진 대로 초밥이 들어있는데, 밥이 사시미 한 점에 엄청나게 두껍게 붙어있었다. 일반 초밥의 두 배 정도? 한 입에 넣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한 번에 두 개 먹으려면 입이 찢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컸다. 굉장히 초밥치고는 텁텁했지만, 같이 들어있는 생강과 같이 먹으니 먹을 만 했다. 이 초밥은 과거 병사들의 식량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 밥이 많이 들어있나 보다.

 

기차가 와카야마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판매원이 내가 산 에키벤을 싣고 나타나서 조금 허탈했다.

 

쿠시모토에 가까워오면서 가이드북에서 말한 '기암괴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난 열차의 왼쪽 좌석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사진 찍기가 수월치 못했다. 하지만 좌석 너머로도 선명하게 보이는 기암괴석과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는 '자연'이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슈퍼 쿠로시오가 종착지에 가까워올 수록 키이-카츠우라에서 내릴지, 신구에서 내릴지가 고민되었다. 키이-카츠우라에는 다이몬자카, 구마고도, 세이간토지 절, 나키 폭포 등 볼거리가 뭉쳐있는 반면, 신구로 가면 인터넷으로 봐 두었던 YH에 빨리 들어갈 수 있었다. 또한 신구에 빨리 가면 신구 YH에 방이 없을 것을 대비해 보험으로 봐둔 구마노시 YH로 이동하기도 수월했다.

 

하지만 키이-카츠우라의 구모노고도 및 근처 지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는 만큼, 사찰이나 자연경관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해도 들를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3시간 약간 넘게 온 슈퍼 쿠로시오에서 내려 나는 키이-카츠우라역에서 버스 왕복권을 산 후(1000엔. 구마노고도 위까지 편도는 600엔이 넘으니까 이익이다) 구마노고도의 출발지인 다이몬자카로 향했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사실 구마노고도는 순례길로서, 제대로 이 길을 여행하려면 와카야마쪽, 그러니까 기세 반도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 키이 타나베에서 기세 반도 동쪽의 나키 타이샤 신사까지 여행해야 된다고 한다. 하지만 기세 반도를 통채로 가로지르는 이 순례길은 내게는 당연히 불가능(지금으로서는 어쨌든 말이다. 내가 언젠가 했으면 하는 도보 캠핑 여행의 좋은 소재거리는 될 수 있겠다). 이 구마노고도를 가장 잘 샘플링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다이몬자카에서 내려 사찰이 있는 지역까지 원시림 사이에 난 돌길을 30분 가량 오르는 것이다. 다이몬자카에 내리자 살짝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산 쓰고, 배낭을 메고, 산길까지 오르려니 죽을 맛이었다. 땀과 비가 뒤섞여 기분이 매우 좋지 않던 찰나, 중간 지점으로 보이는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 시점에서 원시림은 끝이고 이제 여기서 계단을 타고 더 올라가면 세이간토지 사찰, 나키 폭포(영어로 nachi로 써져있어서 이곳에 있는 내내 나치가 떠올랐다) 등이 있는 것이다. 나는 우선 휴게소 옆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얼굴을 닦았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그 사이에(세상에) 그저 목에 걸은 수건으로 간간히 얼굴을 닦으면 문제 없을 정도로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폭우로 변해있었다. 기가차서 난 근처에 다른 휴게소에서 비를 피하며 불평을 하다가, 문득 그날 아침 교토를 떠날 무렵 비가 오자 '다행히 내가 어제 교토를 어행할 때는 비가 안오더니 오늘 내리는군' 하고 생각한 것이 비의 신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갑작스럽게 변한 날씨에 나는 적잖이 황당했다.

나는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계단을 올라가 위의 세이간토지 절만 구경하고 내려온다 해도 분명히 흠뻑 젖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버스를 타고 내려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단순히 내 사정을 들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거기까지 갔으면 발 좀 젖더라도 볼 것은 보고 와야지 라고 말하겠지. 하지만 그걸 보고 집에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갈아입을 옷도 변변치 않은 데다가, 세탁/건조를 여유있게 못할 공산이 컸다. 게다가 만약 거기서 젖으면 젖은 채로 숙소를 찾아 기차로 다시 여행해야되는(실제로 키이 카츠우라 관광을 마친 시점은 구마노고도 위에서 5시 30분. 이날 결국 숙소에 도착한 것은 11시였다)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보고 가야된다는 쪽이 승리, 휴게소 지붕을 떠나는 순간 엄청난 비가 내 작은 패미리마트 편의점 우산을 무시하며 파고 들었고, 계단을 올라 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신발이며 아래, 윗도리가 대부분 젖은 상태였다. 이미 신발속에서 양말이 스폰지처럼 질척거렸고, 머리도 우산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젖어있었다. 이 희생을 치르고 찍은 사진들을 나중에 감상하면 확실히 보람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비는 키이 카츠우라 역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고 있던 도중에 완전히 멈췄다.

 

이 다음 여정은 그야말로 '숙소 찾아 3만리'였다. 기승전결의 고전적인 형태를 빌려서 설명해보겠다.

기: 키이-카츠우라에서 수건을 샀다. 기분이 좋다. 한국에서 가져온 수건은 고야산에 헌납하고 와서 수건 파는 곳을 오사카에서부터 눈여겨 찾아봤는데, 내 동선에서는 잘 나오지 않았다. 목욕용 이태리타올만 팔더라...키이 카츠우라->신구로 여행 후 신구역에 내리자 나는 내가 신구나 구마노시 YH에 대해 진짜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 곳 YH들은 심하게 아마추어틱한 곳이라 인터넷에도 정보가 잘 나와있지 않았다. 지도에서 본 대로 무작정 신구역을 떠나 동쪽으로 향해보았지만 당연히 YH를 찾는데는 실패. 근처 중국집만 눈도장을 찍은 후 다시 신구역으로 들어왔다.

승: Information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도 역에 이 Information이 있다는 건 신구가 그나마 큰 도시임을 뜻한다. 할 수 없이 신구역 경찰서에 들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영어로 신구 YH에 대해 물어봤다. 영어는 1g도 통하지 않지만 '에이고? 고맛타나' 어쩌고 하면서 당황해하면서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이 고마우면서 분통터질 일이었다. 한참 헤맨 후 마침내 그들이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해주었다. '칸코쿠징' 어쩌구 하더니 전화를 끊고 또 다시 나와의 병맛 대화를 시작했다.

전: 얼마의 혼란스러움 후 나는 신구 YH가 풀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릴없이 시간만 낭비한 나는 구마노시로 가기로 했지만, 그 전에 아까 봐두었던 중국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가기로 했다. 우선 중국집 실력의 척도라는 볶음밥을 시킨 후 (굉장히 맛있었다), 메ㅔ뉴를 보니 '마파면'이란 메뉴가 있어 주문해봤는데 으악, 라면에 마파소스를 엎은 것이었다. 탄탄멘 정도를 기대했던 나는 속으로 울면서 면과 두부만 건져먹고 나왔다. 거의 1시간을 기다려 구마노시에 서는, 지나가는 local 기차를 탈 수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탄 기차가 막차였다. 구마노시 역에 도착했을 때는 9시 30분이었는데 구마노시만 해도 Information도 없는 촌이기 때문에 불빛은 드물고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이번에는 역 앞 택시 기사에게 '구마노시 YH'를 아냐고 물어보니 안댄다. 깐깐하고 가차없는 F폭격기로 유명한 우리 학교 교수님을 닮은 이 택시 기사님은 다행히 매우 친절했다. 구마노시 YH는 걸어서도 10분도 안 걸릴만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리고 YH에 도착해 잠긴 문을 두들겨 깨운 주인 아주머니는 가볍게 손을 긋는 제스쳐로 '빈 방 없음'을 나에게 알렸다.

 

결: 나는 신구나 구마노시 유스가 둘 다 가득 찰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메일 주소도 적혀있지 않아, 굉장히 외딴 곳이라 가득 찰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구마노시 YH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무슨 근방의 체육대회때문에 이 지방 학생들이 대거 숙박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내가 참담한 표정을 짓자 아주머니가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구마노시의 지도를 가져나오며 비지니스 호텔 두 곳을 추천해 주었다. 둘 다 역 근처(즉 YH 근처)였다. 두 곳 중 좀 더 가까운 곳에 가보니 역시 운동경기 참가 학생들로 풀방, 두 번째는 방이 있어서 결국 짐을 풀고 젖은 옷가지며 책, 관광지도 쪼가리들, 신발 등을 호텔 방과 커튼 걸이에 여기저기 널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시점에서 젖어있는 옷가지는 내가 입고 있던 옷이 아니었다. 내가 있고 있던 반바지와 티셔츠는 신구와 구마노시를 헤메는 동안 바닷바람에 다 마른 상태였고, 정작 젖은 옷은 전부 내 배낭 속에 뭉쳐있던 옷가지였다. 이날 알게된 사실이었지만 내 백팩은 방수가 온전히 안됐던 것이다...

 

그래도 샤워를 하고 뽀송뽀송한 상태로 침대 위에 앉아 있으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문득 나는 티비 위의 유료 채널에 눈길이 갔다. 생각해보니 일본에 온 이후로 완벽한 privacy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YH보다 두 배는 비싼 비지니스 호텔에 묵는 바람에(4500엔) 난 의도치 않은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었다. 4일동안이나 욕구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라 '어떻게든 저 유료 채널 중 성인채널을 봐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판기에서 'prepaid card'를 파는 것을 본 나는 카드를 살 돈 1000엔을 만들기 위해 편의점까지 갔다왔고, 결국 카드를 사 티비위의 케이블 수신기에 넣고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채널이 유료 채널에 이르자 띡 하는 경보음과 함께 카드의 표시된 잔액이 1000->0이 되면서 카드가 뽑혔고, 아래의 티비에서는 아줌마와 할아버지가 섹스를 하는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나왔다. 다음 2번 성인채널로 돌리니 이번에는 아줌마와 아저씨였다. 아마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겠지...하면서 3번채널로 돌렸다. 3번은 애니와 일본 영화를 틀어주는 채널이었다. 그리고 채널 3개가 끝이었다. 도저히 성인채널 1, 2번을 계속 볼 수가 없어서 난 할 수 없이 대머리가 다 벗겨진 유랑 무사가 귀신에게 잡혀간 마을 처녀를 구하는 블랙코미디 사무리아 영화를 보다 지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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