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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루에 하루씩 쓰는 일본 기차 여행기 - 3일차 여행기

여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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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오사카-교토

아침에 어제 방을 같이 쓴 50대 일본인과 아침밥을 먹고, 어제 예약해둔 교토의 캡슐호텔로 떠났다. 간사이 쓰루패스로 기차를 타고 교토역으로 간 뒤 호텔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야 했는데, 같은 번호 버스가 2개라 애를 먹었다. 어찌됐든 미칠듯한 더위였다. 오늘, 나는 어제까지가 구름덕분에 시원한 날씨였다는 걸 알게되었다. 열사병으로 죽기 일보직전에 겨우 캡슐호텔에 도착했고 내 배낭을 보관해 한시름 덜 수 있었다. 이후 본래 계획대로 텐류지를 보기 위해 아라시야마로 떠났다. 그런데 아라시야마에 도착해서 먼저 들른 곳은 원숭이들이 있는 원숭이 공원이었다.

입장료가 550엔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대만족이었다. 아무런 제약없이 산 속에서 사는 일본 원숭이들의 모습을 눈 앞에서 리얼로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숭이들이 특별히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것도 아니어서 코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꿈쩍도 안했다. 특히 나이드신 할아버지들이 길쭉한 카메라를 들고 조금 샷이 나온다 싶은 곳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나는 애석하게도 배터리가 다 달아서 찍고 싶은 분량의 1/4도 못찍었다.

가이드북에서는 '사람이 우리에 가두어져있고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거닌다'라고 되어있는데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사람도 여유롭게 이를 잡거나 뛰어다니고 수영하고 디비져 자는 원숭이들 사이를 자유롭게 거닐 수 있다. 단지 정상 부근의 휴게소에서 파는 먹이를 주기 위해서는 철조망 쳐진 휴게소 창문을 통해 줘야 할 뿐이다. 먹이를 주려고 하기도 전에 크고 작은 원숭이들이 철조망에 매달려 손을 들이밀고 있는게 매우 재밌다. 무엇보다 인간과 비슷한 표정과 습성을 초근접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게 가장 보람있다. 절대 강추!!

예상외로 원숭이공원이 재밌는 바람에 텐류지를 돌아보고 나니 5시. 이미 카메라는 원숭이공원에서 죽은 상태. 아라시야마에서 가마우지 낚시를 저녁마다 한다는 포스터가 붙어있어 할 수 없이 숙소로 돌아가 카메라를 충전해 돌아오기로 했다. 내일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교토는 이걸로 끝. 지금 아라시야마인데, 가마우지 낚시 안하면 어떡하지.

사실 아라시야마로 다시 오기 전 캡슐 호텔에서 카메라를 충전하면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캡슐' 안에 자빠져있었다. 분명 점심도 안 먹고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이리라. 하지만 가마우지가 물고기 잡는 걸 꼭 봐야 한다는 생각에 떡이 된 몸을 끌고 다시 한번 이 곳 아라시야마로 온 것이다. 사람들이 거의 안보여서 이거 안하는것 아닌가 하는 우려와 달리 다행히 보트 승선표를 팔고 있었다(1700엔). 그렇다. 가마우지 낚시 배에 탄다는 내 생각과 달리 가마우지가 생선 잡는 장면을 배삯을 내고 다른 배를 탄 채 구경하는 방식이었다. 배를 강 중간에, 강변 양쪽으로 대나무를 세워놓은 곳에 주차시키더니 그 앞으로 강아지처럼 목에 줄을 매달은 가마우지를 통솔하는 사람과 사공이 탄 배 두 척이 천천히 지나간다. 뱃머리에는 큰 횃불이 걸려있고, 그 밑에는 줄에 매달린 가마우지들이 허우적대고 있다. 아무래도 이것들이 생선을 잡아대는 모습같기는 한데 그리 생생히 보이지는 않는다. 뱃머리에 걸어놓은 횃불이 가마우지를 더 잘 보기위한 용도인지, 아니면 생선을 잡는데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좀 더 걱정되는 점은 실제 그 가마우지들이 생선을 잡았냐는 건데...

어찌되었든 시원한(낮보다는) 여름밤에 가마우지들이 풍덩거리며 멱을 감는 시원한 광경인 것은 틀림없었다. 배를 타고 나온 뒤 빠르게 어둠이 깔린 강물 위로 두 개의 횃불과 그 아래서 쉬지않고 퍼덕거리는 가마우지들을, 강바람으로 달아오른 몸을 식히며 신발 벗고 다다미를 깔아놓은 배에서 구경한다는 것은 괜찮았다. 가마우지들이 몇 번 왕복을 하더니 곧 음료와 간식을 실은 모터보트가 등장했다. 난 맥주와 경단을 주문하고 700엔을 냈는데 먹을것을 곁들이니 제법 뱃놀이같았다. 그 후 배를 강 상류로 저어가면서 아까 그 가마우지 배들을 몇번 더 가까이서 관찰한 후 한 시간에 걸친 투어가 끝났다. 승선료 1700엔을 생각하면, 이야기만 듣고 내키지 않으면 안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랄까.

그 후 바로 키요미즈 미치의 캡슐호텔로 돌아왔다. 도중에 강변에서 축제 비슷한 걸 하고 있었다. 축제복장을 입은 남녀들이 눈에 띄었다. 교토의 뒷골목은 온통 술집, 음식점들인데, 나는 이날 기모노를 입고 분칠한 여자들 두 명 보았다.

캡슐호텔로 돌아와 일본식 욕탕에서 목욕을 마친 나는 내 캡슐로 들어가 티비를 켜고 누웠는데, 생각보다 엄청 편하고 아늑했다. 주변 캡슐에서 티비소리가 여과없이 전달되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고, 밀폐된 공간에서 누워서 티비를 보는 행위가 생각보다는 덜 폐인스럽게 느껴졌달까. 결국 알아듣지도 못하는 버라이어티쇼를 보다가 12시 넘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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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완전 동물계로 간 이유는 뭣보다 고야산의 유명한 절들에서 크게 재미를 못본게 컸음. 아니나다를까 텐류지 역시 엄청 유명한 곳이고, 돌로 무늬를 수려하게 그려놓은 바위정원은 운치있지만 그 다지 와닿지는 않았어. 역시 역사는 그 쪽에 덕후끼가 있어야 재밌는거같다. 반면 동물은 중간 이상은 가니 말이지. 농담이 아니고 교토에 가면 원숭이공원에 꼭 가길 바래. 나는 원래 간사이쓰루패스 stamp rally 도장을 받기 위해 간거였지만 다시 간다면 꼭 방문하고 싶은 곳 중 하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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