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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루에 하루씩 쓰는 일본 기차 여행기 - 2일차 여행기

여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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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고야산->오사카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주인 아저씨에게 작별을 하고 고야산을 떠났다. 케이블카 출발이 더딘데다가 목적지인 오사카 남부의 나가이 역으로 가기 위해 환승해야 되는 역을 지나쳐서 시간이 굉장히 늦어졌다. 겨우 나가이 YH(유스호스텔)에 도착했을 때는 11시가 다되서였다(6시에 기상했음). 우선 하루밤치 요금을 낸 후, 도쿄 YH에 전화를 걸어서 침대가 남았는지 물어봐달라고 했는데 역시나 풀방. 그런데 옆에 어떤 한국 사람이 내가 통화하는걸 듣고 말을 걸어왔다. 호스텔 예약사이트랑 도쿄에 묵을만한 호텔까지 알여줘서 예약을 할 수 있었고, 그 답례로 내가 점심을 샀다. 

 

이 사람(노모씨였는데 벌써 이름을 잊어버렸다)은 호주에서 워홀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여행을 온 것이었는데, 자기 말로는 전자공학과를 나와 암벽등반을 했다고 한다. 다시 호주로 가서 돈을 벌 생각이며, 그 전에 필리핀서 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는 걸 보니 운동에 굉장히 능숙한 것 같았다.

 

확실히 사람이 다부지고 샤프해보였다. 하지만 자기 얘기를 늘어놓는 폼은 역시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오사카성을 간다고 하니까 자기도 거기 간다고 한다고 했지만 어쨌든 애써 핑계를 대서 헤어졌다. 굳이 혼자 여행을 와서 한국사람이랑 같이 다니기는 싫다는 기분이 들어서 억지로 헤어졌는데 잘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오사카성 부근에 도착했다. 오사카성 주변의, 그러니까 '천수각'이라 불리는 중심 건물을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 천수각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보니 안은 밖의 모습과 전혀 달라싿. 중간에 엘레베이터 두 대가 운행중이고 벽면 역시 전부 현대식으로 칠을 했다. 즉 천수각은 겈만 '천수각'처럼 보이지, 속은 그냥 현대식 박물관인 것이다. 난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의 습성이란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오사카성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오사카의 문화였다. 억지를 부리는게 아니라, 오사카 성의 두 가지 모습을 말한 것이다. 관광지로서 오사카성을 둘러본 후 나는 주변으로 발길을 돌렸고, 거기에는 쾌적한 '오사카죠 코엔(오사카성 공원)'이 있었다. 울창한 가로수에 시민 야구장, 낚시하는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 궁도장, 인근 오사카죠 홀에서 막 공연을 즐기고 쏟아져 나오는 어린아이들과 부모들... 오사카성은 단순한 관광거리가 아니었다. 오사카 시와 시민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한 관광지이자 시민들의 공간인 오사카 성의 완벽한 투페이스였다.

 

오사카성 공원을 거니느라 텐노지에는 예정보다 늦은 5시에 도착했다. 텐노지 공원에는 진짜 '미술관 옆 동물원'이 있다. 텐노지 공원을 나와 오사카의 '도쿄 타워'인 통천각에 가는 겸, '신세계'에 들렀는데 실로 새로울 것은 하나도 없는 환락가(빠칭코 + 꼬치 술집 + 포르노 영화관)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역설적인 공간이 버젓이 존재한다니 참 재밌는 곳이다.

 

 

통천각을 올라갔다 내려와서 이제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난바 지역, 즉 난바역 일대로 떠났다. 난바역에 오니 난바 JR역이 보여서 홋카이도로 떠날 노비노비 열차(야간 침대칸 열차)를 예약할 좋은 기회라고 여겨졌다. 그런데...난바역은 정말 컸다. 내가 난바역을 입장했을 때 내 위치는 거의 JR역과 정반대였는데, 길을 헤멜 일은 없었지만 멀기는 엄청 멀었다. 전형적인 디아블로(2) 필드랄까.

 

'미도리노 창구' 녹색 간판의 JR 매표소에는 열명 남짓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내 차례가 되자 우에노-아오모리 급행 아케보노 열차가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한참 찾아보더니(주로 노조미(신간센 열차 중 제일 쾌속 열차등급) 열차를 끊어주고 있던 듯한 분위기였다. 확실치는 않지만...) 만석, 죄송하단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실망해서 나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침대칸 열차를 반드시 한 번은 타봐야 될 것 같았다. 10일, 12일도 관계없다고 생각하고 예약 취소를 감내하더라도 야간 열차를 타야 되겠다는 강한 열망에 다시 미도리 창구로 들어갔다. 여전히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10명 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리셋'...총합 1시간을 미도리 창구 주변에서 서성이고서야 나는 두 번째로 매표소 직원과 마주쳤다. 내가 10, 11, 12일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달라니까 세 번 스크린 옆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더니, 11일에 한 자리 있단다. 뭥미? 약 20분 사이에 누가 예약 취소라도 한건가? 어쨌든 난바에서 한 건, 했다.

 

 

이후 만족해서 난바 유흥가로 들어섰다. 한참을 걷다보니 뭔가 먹고, 아니 '먹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배부르다'는 기분이 나를 덮쳐왔다. 확실히 신세계에서 타코야키 8개들이 짜리랑 푸딩을 줏어먹은 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워낙 찜통이었던 오사카의 날씨 덕분에 마실 것을 쉴새 없이 자판기에서 뽑아먹은 탓에 물배가 찼던 것이었다. 그 정도 가지고 뭘...하지만 어쨌든 배가 불러 맥주에 안주를 곁들이더라도 즐길수도, 아니 먹을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실컷 구경만 하다가 자두 두 개를 사서 나가이 YH로 돌아왔다. 배는 YH에 도착했을 즈음에 꺼졌다.

 

 

같은 방을 쓰는,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인을 한명 만났다. 어림잡아 50대. 자신은 큐슈사람인데 그 지역 사립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한국인 선생한테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배나 비행기로 서울, 대전, 부산 다 찍어본 이 사람은 한국어 선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에 몸소 갈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깊었다. Korean인 나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는데, 그 사람과 대화가 겨우 끝난 후 생각해보니 전형적인 '다테혼마에(맞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척 상대방에게 관심있는 척, 헤픈 웃음으로 약한 척 하면서 거리를 두는...특별한 악의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저 습관인 것이겠지. 물론 진심일 수도 있지만, 왜 이런 생각이 들었냐면 내가 처음 방에 들어섰을 때 오후에 만났던 그 한국 사람, 노모씨와 함께 마주앉아 방 한쪽에 놓여있는 테이블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이 노...모씨가 의자 한쪽에 다리를 올리고 몸을 비튼 자세로 이 일본인과 대화하고 있었고, 나는 이걸 보고 기겁을 한테 반면에 이 일본인은 전혀 신경쓰는 내색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친근한 태도와 얼굴, 저자세와 관심으로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을 착각에 들게 했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조금 생각이 지나친 생각이 아닐까 하는 감도 있었지만, 조금 복잡한 기분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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