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 +60(x4배) / 글추천 받음+6 (x2배) / 댓글 +4(x2배)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0개
  • 쓰기
  • 검색

🇯🇵일본 하루에 하루씩 쓰는 일본 기차 여행기 - 1일차 여행기

여자먹자
25 0 0

 

image.png.jpg

 


1일차: 인천공항->오사카->코야산

8월 6일 인천공항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새삼 공항의 규모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내린곳은 G, 대한항공 발권은 A~C. G->C까지 가는데 족히 400m는 되보였다. 어쨌든 입장, 먼저 면세점 물품을 구매한게 있어서 인도받으러 갔는데, 이곳만큼은(인도장) 한국이 아니라 일본같았다. 특히 일본 여자들이 굉장히 많았다.

항공기에 탑승하니 잠이 쏟아졌다. 한국일보를 들고 탔는데 쌍용 노조 진압 기사가 있었다. 나는 당연히 진압을 해야되고, 그 가족들은 어쩔 수 없는 불이익을 감내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일본에 부모돈으로 여행을 가는 비행기에 타고 있지 않은가. 과연 내 생각은 정당할까? 나는 신문의 사건에 대해 공정한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때문에 기분이 약간 잡스러워졌다.

.

.

.

일본에 도착. 덥다 덥다 얘기만 들었는데 공항 건물에서 나오니 '실로 그러하다'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온도가 높은 날도 아니다. 오늘 오사카 지역에는 구름이 껴있어 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덥다. 습도가 한국보다 높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워진다. 그리고 바람은 잘 불지 않는다.

확실히 에어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화장실에도 에어컨이 나온다. 이미 본능적으로 에어컨을 찾게 되버린 것 같다. 도착한지 2시간 남짓 지났는데...

공항->텐가차야 공항 express에 타서 내다본 창밖의 풍경은 한국과 '구조는 비슷하지만 내용의 차이'가 있다.집들이 좀 더 아기자기하고 폭이 좁다. 기와집이 자주 눈에 띈다는 점도 조금 다른 점이다. 자세히 보니 자동차들도 훨씬 더 아담한 사이즈가 눈에 잘 띈다.

20분을 더 기다리기 싫어서 코야산 특급 열차를 돈을 더 주고 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맞게 한건가...하는 생각도 드는데. 간사이 쓰루 패스로 우선 진입->승강장에 위치한 매표기에서 특급 열차표 구입...하긴 '기본 운임+특급운임' 이렇게 계산하는게 일본식이니 맞을 것 같다. 그런데 흡연석이다. 어찌됐든 에어컨만 나오면 더위는 금방 사라진다. 하지만 에어컨을 아무리 많이 쬐도 금새 다시 더워진다는 점이 문제다.

코야산에 도착. 케이블카에 많은 외국인이 탔다. 정보센터에 물어 코야산 유스호스텔(YH)에 왔는데 굉장히 좋은 곳이다. 특히 주인네 세키 부부가 친절하고 소탈해서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내 방은 3명이 같이 쓰는 방. Dormitory 라지만 거의 Single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물론 프라이버시는 전혀 없지만...

코야산 신곤슈 계파의 중심지라는 Kongobbuji절에 왔는데 역시나 드는 생각은 일본의 입장료는 '사진값'이라는 것일까. 관련된 역사를 모르면 그저 조금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메리트 정도다.

오쿠노인(공동묘지)에 가서 천천히 참배의 길이란 곳을 둘러보았다. '비석의 숲'이라고 보면 정확한 묘사 되시겠다. 특히 누가 다녀간 흔적을 꽃이 아니라 솔나무 가지로 꼽아 표시하는 것이나, 석상에 옷을 입히는 걸로 나타내는게 독특했다. 가다보면 기업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좀 웃겼다. 원래는 끝에 있는 절에도 가려고 했는데 비가 제법 떨어지길래 겁이 나서 도중에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와서 음식점을 찾아냈을 즈음에는 비가 멈췄다. 다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역시 버스편이 간당간당해 귀찮아져서 그냥 밥먹고 쉬기로 결정.

YH 주인 아주머니가 추천해 주신 술집(?)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맥주에 고기안주를 먹고 있었는데, 그중에 볶음면에 소고기를 얹고 타코야키 위에 뿌려주는 소스를 뿌린게 눈에 띄었다. 난 그냥 닭고기 덮밥을 시켜 냉수와 함께 먹었다. 된장국이 함께 나오고 550엔이었는데 양은 대만족. 맛은 먹을 때는 ok라고 생각했는데 닭고기가 엄청 질겨서 그런지 소화가 약간 안됐다. 하지만 만약 코야산에 하루 더 묵는다고 하면 반드시 갈거라 확신할 만큼, 규모는 작지만 분위기 좋은 집이었다.

YH에 돌아와 목욕을 했는데, 일본식으로 몸을 씻고 1인용 탕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머리 감고 이 닦고 탕에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목욕을 하기 전, 저녁을 먹고 내가 묵을 방(다다미 방)에 왔을 떄 웬 남자가 쓰러져서 자고 있었다. 이불도 안펴고 방구석에서 잔 걸 보니 엄청 피곤한가 싶었다. 내가 여행 책자를 살피면서 사온 맥주를 함케 들이키고 있던 찰나, 그 남자아이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어색한 'hi'를 주고받은 채.

그다지 할 일이 없던 나는 기웃거리다가 common room(공동장소)에서 그 남자아이와 점심때 YH에 막 왔을 때 얼굴을 봤던 여자, 그리고 한 할아버지를 보고 인사, 같이 앉기로 했다. 다행히 영어로 말을 걸어줘서 뻘쭘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점이 무지 친절했던 것 같다. 얘기를 들어보니 남자아이는 오늘 막 시고쿠 섬의 사찰 순례를 마친 것이었는데, 기간은 2주 정도 걸렸다고 했다. 자전거로 돌아다녔고, 시작은 코야산에 있는 오쿠노인(아까 그 공동묘지...)에서 했단다. 각 사찰마다 들러서 스님들에게 돈(!)을 주고 받은 서필과, 그 위에 각 절의 도장을 찍어 기록한 책을 보여주었다. 상당히 멋있었다.

내가 이 짓을 왜 하냐고 물어보니까 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관에 넣을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천축입장권'이랄까. 상당히 대견스러웠다. 나는 내 조부/조모에게 한 일이 뭔가하고 부끄럽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그럼 내 오른쪽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는? 이 분은 의사인데 인생에 대해 공부하려고 코야산 대학에 왔고, 사실 남자아이가 오늘 막 완주했던 코스를 올해 가려고 생각 중이던 사람이었다. 아마 둘 사이에는 그래서 이야기 꽃이 피었나 보다(둘은 나와 영어로 말하고 있지 않은 순간에는 언제나 일본어로 대화중이었다).

둘의 대화를 방해한 것이 아닌가 하던 생각이 들던 찰나, 남자아이가 부적같은 것을 내놓았다. 흰색, 빨간색, 금색의 부적같이 생긴 종이(마지막 금색은 헝겊 조각)였는데, 각각 시고쿠 섬을 1번, 50번, 100번 이상 순회한 증표라는 것이었다. 오오...하다가 생각해보니 그럼 네가 100번 이상 돌았단 말이냐, 하고 물어보니까 사실 이건 순회 첫날 시고쿠에서 어떤 다른 '유명한' 순례객이 자신한테 주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내가 '순례 첫날에 만나서 받았다니, 그 사람이 부처였다보다' 하니까 마구 웃었다.

서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와중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남자아이가 그 할아버지에게 100번 순례의 증표를 건넨것이다! 분명 이것은 그에게 소중한 것일 텐데...그도, 그 누군가 그랬던 것 처럼 이 늙은 순례객에게 성공적인 순례를 기원하는 증표를 건네면서 할아버지가 순례를 통해 좋은 경험을 얻기를 기원하는 것이었다. 제법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는 하얀색, 자신이 이번에 '직접' 얻는 부적(즉 이 부적의 '종이'버젼에는 자신의 이름+주소를 한 켠에 적어서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도록 되어있다) 3개를 꺼내어 하나는 다시 할아버지에게, 하나는 나에게 주었다. 그 와중에 그들은 한자로 자신들의 이름을 나한테 가르쳐주고 (물론 그 독음도) 나는 그 한자들을 한글로 읽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들의 한자 아래에 한글로 독음, 그리고 영어로 발음법을 적어주니까 좋아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이런 순례문화같은 것이 진짜 외국 사람들이 일본에서 보고, 느끼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잠깐 연설을, 감탄섞인 고백을 그들 앞에서 했는데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

.

.

인트로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여행기는 오사카에서 삿뽀로까지 이어짐.

구체적인 여로는 오사카 공항-고야산-오사카-교토-기세반도 순환철도(슈퍼 쿠로시오+특급와이드뷰 낭키)-도쿄-나리타와 쵸시전기철도-다시 도쿄로 돌아와 급행아케보노(야간침대열차)와 슈퍼 하쿠초를 타고 하코다테-비에이.후라노-삿뽀로

이렇게 되는데, 한 도시에서 이틀을 머문 적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여정이었음. 특히 도쿄에서 나리타랑 쵸시전기철도가 있는 치바까지 갔다가 다시 올 때는 3분 차이로 침대열차를 타냐 마냐가 결정될 정도였으니 대략 어떤 몰골로 돌아다녔을지가 상상될거임.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0

댓글 쓰기
0%
0%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삭제

"하루에 하루씩 쓰는 일본 기차 여행기..."

이 게시물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