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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도여행기,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인도여행의 장점

욱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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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안 좋은 점들만 잔뜩 늘어놓았던 것 같아 인도여행에서 좋았던 점과 재미났던 이야기들도 해보려 합니다.

 

 

 

 

1. 저렴한 물가

 

일반적인 배낭여행 기준 정말 저렴한 물가. 

유럽은 일주일에 100만원도 부족했지만 인도에서는 두 달동안 250만원가량 쓰고도 루피가 남았다. 

먹고픈 거 다 사먹고, 길거리 개한테 새 빵도 하나씩 던져주고, 바가지도 잔뜩 쓰고, 마시지도 않을 차를 수십 통 샀는데도 그렇다.

 

설탕범벅의 밀크티가 한 잔에 단돈 10루피. 주먹만한 만두 30루피. 과일도 저렴하고, 음식도 저렴하다.

후짐과 평범함 사이 숙소라면 두 명이서 2만원대에 묵을 수 있다. 싼 동네는 더 저렴.

 

뭔지 모를 힌디어로 적힌 메뉴를 주문했는데 가지가 나와버렸나요? 여기가 프랑스였다면 울면서 입에 넣었겠지만 여기는 인도다.

걱정 말고 다른 메뉴를 새로 주문하면 된다 (그래봤자 오천 원을 안 넘는다.)

 

심지어 시크교 사원에 갔더니 밥이 공짜다.

초롱한 눈으로 시크교의 교리에 매료된 척했더니 터번쓴 아저씨가 여기저기 구경시켜주고 시크교에 대해 설명해주고..밥도 따로 받아줬다. 공짜 숙박도 제공하는 열린 사원이라던데 공짜 바퀴벌레도 제공될 수 있기에 밥만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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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손으로 카레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180109_122028.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 공짜라서 다행인 공짜 밥.

 

 

 

살이 쪄서 걷기 귀찮나요? 릭샤를 타면 된다. 

한국에서는 택시 기본요금이 4천원 가까이지만 인도는 릭샤든 오토릭샤든 이천원이면 동네 어지간한 데는 다 간다.

 

물론 전부 말도 안 되게 싼 건 아니다. 델리에서 평점 괜찮은 호텔 뷔페가 있어 먹으러 갔는데 2인 12만원정도 나왔다.

12만원어치 식사하고 나오는 길에 릭샤꾼이 500원 바가지 씌우길래 악착같이 싸워서 다시 받아냈다. 돌아오는 길에 조금 울적해졌다.

 

 

 

 

20180120_183438.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20180126_185559.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세련된 인도의 기념품.

이 밖에도 돌조각, 아로마오일, 마시지도 않을 차, 부처 티셔츠, 거대한 부처 흉상(종교 없음) 등을 많이 샀다.

 

 

 

2. 다채로운 경험을 통한 정신력 강화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이 마을 저 마을 분위기가 참 다르다. 

영국식 건물, 이슬람 건축물, 고대 유적, 모래바람 날리는 사막, 잔잔한 호수와 평원, 깎아지른 산에서 번잡한 도시까지 올인원 인도.

 

+일본을 이어 한국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 한차례 인도가 핫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유명한 관광지엔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숙소나 나름의 커뮤니티가 존재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동네에선 가끔 한국어 메뉴판도 볼 수 있었다. 

 

여행가서까지 한국말 들을 필요가 있나 싶어 어딜 가나 그런 게스트하우스는 피하는 편인데, 첫 인도여행에서 2주가 지나니..나의 주관과 의지와 아무튼 존엄한 모든 가치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외국에서 왜 한국인들끼리 모이는지 좀 알 것도 같았다. 

 

몸과 마음이 지치니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는 당장 못 보니 엄마가 해주던 쌀밥이라도 먹고 싶어진다. 

내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는지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한테 토로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한국식당으로 가는 것이다.

 

 

 

 

 

867341113d385a3a2129cc3fbe29dbd112.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20180203_151411.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 조드푸르에서. 같은 장소인데, 2018년에 방문했더니 없던 울타리가 생겼다. 

아마 나처럼 사진찍으려다가 떨어져 죽은 사람이 있나보다.

 

 

 

 

세 번째 인도여행

 

당시 함께 갔던 후배는 인도가 처음인지라 최대한 무난한 코스로 루트를 짜게 되었고, 낙타 사파리도 포함했다.

자이살메르에서 하는 이것은 사실 낙타 사파리 투어라고 써놓았지만 모래언덕 노숙에 지나지 않는다. 

 

낙타를 탄 뒤 꼬리뼈가 작아졌을 때쯤 내려 모래를 만지작하고 놀다가, 해가 지면 모닥불에 닭을 구워먹은 다음 별을 좀 구경하고

텐트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 아침으로 모래 씹히는 빵을 먹고 돌아오는 것이다.

글로 써놓으면 볼품없지만 막상 그 자리에 있으면 나름의 낭만적인 분위기...닭도 맛있다.

 

여길 한국인들이 많이 오긴 오는구나 하고 체감했던 일이, 밤에 별을 보며 예쁘다. 하고 후배와 얘기하고 있었는데

낙타몰이 소년이 옆에서 자꾸 눈을 마주치며 시루아나, 시루아나? 라고 하는 것이다.

인도말은 모른다고 했더니 한국말이란다. 

알고 보니 어떤 한국 여행자에게서 '실화냐?'를 배운 모양이었다.

 

 

 

1902709_717115961656196_332349602_n.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 모래벌판의 죽은 소.. 잘 가

 

 

 

면허증이 있으면 스쿠터를 빌릴 수 있다기에 렌트해 호숫가를 드라이브할 생각으로 대여점에 갔다. 

나는 면허증만 있지 운전은 할 줄 모르기에 걱정되는 마음에 '스쿠터 운전.. 이걸로 괜찮나요?' 했더니 사장이 '노 프라블럼' 했다.

 

돈을 내고 계약서같은걸 작성하고 돌아왔다. 약간 큰 지출이었지만 드라이브 갈 생각에 잔뜩 신이 났다.

다음날 가서 키와 스쿠터를 받아 시동을 걸었는데, 생각보다 차체가 무거워서 컨트롤이 쉽지 않았다. 

담벼락에 한 번 박을뻔하고 휘청이자 지그시 바라보던 사장이 와서 키를 빼앗아가더니 

 

'You no drive. You die.'했다. 

환불은 한푼도 해주지 않았다. 노 프라블럼에 또 속는 게 아니었는데.

 

별수없이 후배 스쿠터 뒤에 낑겨 타서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다. 

전날 다른 여행자가 한 사막마을을 추천해줬기에 가보자 해서 구글맵을 켜고 한 시간 넘게 달렸다. 

 

포장 상태가 말이 아닌 도로였다. 중간중간 소떼가 길을 막고, 꼬리뼈가 작아지고, 어떤 구간엔 모래가 덮여있어 넘어지기까지 했다.

돼지가 길 한가운데서 자고 있길래 가까이 갔더니 시체여서 한바탕 구역질도 했다. 슬슬 해도 질 것 같고, 너무 힘들었지만

이내 정말 따스하고 멋진 마을이었다는 그 사람의 말을 떠올리고, 기대를 잔뜩 품은 채 열심히 달렸다.

 

 

 

 

20180131_172920.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 죽은 돼지. 잘가

 

 

 

그렇게 겨우겨우 달려 도착한 그 마을은 진짜 볼 게 하나도 없었다. 단 하나도. 모래움집따위가 드문드문 있고. 공작이 한 마리 있고. 끝이었다.

 

우리는 너무 실망하고 화가 났다. 무엇보다 그 끔찍한 도로로 다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아찔했지만.. 해 저문 뒤 가로등 없는 그 길을 달린다는건 불가능했기에 일단 출발했다. 

 

아까 그 끔찍길의 시작점에 다다랐을 때, 검문소같은 곳에서 웬 남자가 나와 우리를 막아섰다.

이 길로 들어갈 수 없으니 돌아가라는 얘기였다.

 

알고보니 우리가 가로질러 온 그 길은 국립공원같은 거였고, 들어올 때는 검문이 없었든지 출입 가능한 시간이었든지...여튼 들어왔지만 지금은 이 길로 갈 수 없다는 거였다. 

 

그럼 어떻게 돌아가냐고 물었더니 그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켰고

오른쪽으로 10분 정도 달리자 완벽하게 포장되고 쾌적한 도로가 있었다. 심지어 그 길은 시간도 훨씬 덜 걸렸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너무 실망하고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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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드라이브하며 멋진 풍경을 많이 봤다. 얘네는 살아있다.

 

 

 

 

 

3. (쉬운)영어가 통한다

 

여행자들을 상대하는 상인들은 최소한 띄엄띄엄은 하고, 대학생이거나 직장을 다니는 소위 배운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수준급으로 했다.

 

여행다니는 외국인이 보통 마주치는 것은 전자인 장사꾼들인데, 오히려 좋다. 간단한 의사소통은 간략하게 말하는 게 더 잘 통하고

생존영어 이상의 영어는 되레 방해되는 경험도 해보았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방 선불이냐 후불이냐고 물어봤는데 못 알아들어서 두 번 말했다.

 

그래도 못 알아듣길래 후배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더니 후배가 돈을 들고 건네는 시늉을 하며 '나우 머니?' 했다. 

속으로 '헉! 무례한 것 아냐?' 생각했는데, 존나 즉시 알아듣고 '나우나우' 하더라. 영어 공부 참 많이 했는데..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장사꾼이어도 영어 대부분 못 알아들었다. 

동행한 후배가 사기꾼들 말을 지나치게 경청해주고, 자꾸 붙들려 있기에 적어도 '아니, 싫어'는 알고 있으라고 힌디어로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감자다'도 알려줬다. 차라리 사기꾼들이 접근하면 이 말을 반복하라고, ㅁㅊㄴ인 줄 알고 떨어질 거라고 했다.

그 날 저녁 우리에게 바가지요금을 요구하는 릭샤꾼에게 못 알아듣는 척 '나는 감자다'만 반복했더니 놀랍게도 더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않았다.

 

 

 

 

 

 

4. 인도는 동물원

 

이건 나에게만 장점일 수도 있지만, 정말 동물들이 많았다. 온갖 곳에 아기 소, 큰 소, 새, 원숭이, 염소에 개랑 고양이, 말, 낙타, 코끼리까지.

 

광견병 주사를 왜 필수로 맞고 가야 하는지 이해되는 동네였으나..

귀여운 강아지들이 많아서 별수없이 엄청나게 만지고 다녔다.

 

+원숭이가 잔뜩 있다는 몽키템플. 그 곳에서 보는 일몰이 일품이라고 숙소 직원이 추천을 해줬다. 

원숭이를 잔뜩 보려고 몽키템플로 출발했다. 산비탈같은 곳을 열심히 올라가는데 과연 두어마리씩 원숭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신이 나서 올라간 몽키템플, 다행히 일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기도 작았고 의외로 원숭이가 없었지만 경치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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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에서 내려다본 전경

 

 

 

와, 역시 몽키템플에서 보는 노을이네 정말 멋지다~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원숭이가 없다는 점이 이상했다. 

옆의 인도인에게 몽키템플인데 왜 몽키가 없냐고 물어보니 여기는 몽키템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알고보니 우리는 다른 샛길로 빠져 선템플이라는 곳에 잘못 도착해버린 것이다. 그리곤 역시 몽키템플 노을이라며 감탄했고.

갑자기 방금 본 노을이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졌다. 원효대사 해골물이 이런 거구나.

 

다시 몽키템플로 가는 길, 인도인 세 명이 안내원을 자처했다. 그래 하고 따라가는데 여기 호랑이가 나온다는 둥 사람이 죽었다는 둥 겁을 줬다.  겁먹진 않았지만 조금 걷다 보니 해가 저물었기 때문에 무서워져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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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키템플이라고 믿었던 곳의 동물들

 

 

이미 만진 내가 말하니까 우스운데 길거리 동물은 막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동물들도 나를 좋아하는 편이라 물린 적은 한 번뿐이지만 인도의 길거리 동물들은 되게 더럽고 먼지투성이다.

 

멧돼지가 내 볼에 코로 뽀뽀를 했는데, 3초도 안 걸려 물티슈로 깨끗이 닦았는데도 몇 시간만에 엄청난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그리고 입국할 때 카드에 열나고 아팠다고 적으면 접촉한 동물 리스트 작성해야 하는데 10가지 넘게 적어서 심사하는 분이 조금 눈치줬다.

 

 

 

 

 

▲인도 개의 먼지 정도는 위와 같다.

 

 

 

 

 

5.기타

 

인도여행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걸 꼽자면 타지마할입니다. 어릴 때부터 꼭 직접 보고 싶어했던 건축물이기도 하고요.

처음 문으로 들어서서 순백의 타지마할을 봤을 때의 감동은 엄청났습니다. 완벽한 대칭에, 그 크기에, 아름다움에.

직접 본 건축물들 중 사그라다 파밀리아랑 공동으로 마음속 1위에 올려둔 타지마할. 

 

처음 방문했을 때 맨발에 닿던 차가운 대리석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사람 북적이지 않을 때 가서 더 멋졌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암리차르 황금사원도 아름다웠습니다.

 

 

 

20180207_211420.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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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타지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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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황금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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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가보더.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을 닫는 폐쇄식이 열리는데, 한일전처럼 사람들이 서로 기죽이기 응원배틀을 뜬다.

소리를 지르다가 조악한 행진같은 걸 하고 소리를 마저 지른다. 굳이 볼만한 행사는 아니다. 

인도쪽 사람들은 엄청 많고, 파키스탄쪽 사람들은 적어서 데시벨로 발렸다. 가여운 파키스탄맨들.

 

 

 

 

 

 

인도에서 찍은 사진들을 첨부하며 이만 마칩니다. 

 

 

20180125_130215.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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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0180128_151020303.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28684931_1853091321391982_3207948495432450048_n.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IMG_20180119_091926987.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20180131_165648.jpg 인도여행기 좋음편

 

 

+인도여행을 추천하는 글도, 이러저러하니 재고해보라는 글도 아닙니다. 여행은 본인 마음닿는 곳으로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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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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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blueskykim 21.05.06. 10:00

잘 읽었어 브로~

실화냐 실화냐? ㅋㅋㅋ

혐인 정서가 가득한 나인데도 불구하고 잠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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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Madlee 21.05.06. 11:10

인도는 그나라에 그길거리에 모든 우주가 담겨있다고 했어

 

혼란속의 카오스처럼...질서는 없고 무질서로 이루어진 거리, 장사꾼과의 눈치게임

 

먼지와 내 폐의 긴박한 레이스, 비가오면 역류하는 하수도들...

 

나도 가볼기회가 있으면 가보겠지만...나도 그속에 스며들꺼같아 무서운게 감정이 있지!

 

좋은 사진과 여행기 잘봤어 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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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헤리 21.05.06. 13:30

인도는 한번도 안가봤는데

가게되면 참고해야지

잘봤어 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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