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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잡담 내가 한국인과의 연애에 더이상 큰 관심이 없는 이유

서라벌Hunter 서라벌H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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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는 키 크고 날씬한 여자를 만났어. 아마 길을 걸어가면 주변에서 다 쳐다볼만한 외모라고 생각해

예쁘고. 발랄하고. 귀엽고. 아마 온갖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여줄 수 있는 여자라 생각해. 

20대 시절의 나였다면 마냥 행복하고 들뜨고 가슴저리고 아마 그랬을거야

 

길에서 보자마자 홀딩시키고 작업하고. 티키타카 몇번 친다음. 바로 번따해서 톡으로 이야기했어. 

적당히 대화하고. 통화도 몇번 하고. 그렇게 그렇게.

이제 오프에서 만날 타이밍이 되었지.

 

나는 그 여자에게 어떤곳에서 보자고 했는데, 굳이 다른 쪽으로 오라더라고

그 쪽에 볼일도 있다나 하면서

 

그 순간 고민이 좀 되더라. 

 

브로들을 위해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런 거는 있지, 걍 거절해야 되는거야

받아들이는 순간 그냥 상대방이 하자는대로 하는 호구 같은 남자가 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어.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면 내가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지. 

하지만 저 애는 아직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당연히 거절하고 나중에 시간 나면 보자고 했어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후의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대략 예측했지.

역시 다시 연락 오더라

어떻게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게 오히려 짠했어

 

만나서 커피한잔하며 간단히 얘기나 좀 하는데 문득 내가 20대 시절.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옛날 생각이 나드라.

그 땐 이런 만남 하나 하나가 소중했어.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했던 시절이었지. 내 마음. 내 기분. 내 감정 따위 돌볼틈 없이 여자애들 비위 맞추고 공주처럼 모시는걸 당연하게 생각했어.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도 모르겠고. 실수도 연발하고. 

그 영화 있잖아 건축학개론 보면서 공감한 브로들은 다 잘 이해할거야

ㅎㅎ

 

사람 맘을 파고들때는 언제나 그 사람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줘야돼

나는 이 여자가 뭘 듣고 싶어하는지 몰랐는데

말을 좀 나누다가 뭔가 알 수 있었어. 어떻게 된게 숨기지도 않아서 너무 알기 쉽더라. 

주목받고 싶고. 화려해지고 싶고. 남들 다 하는 햬외여행은 자기도 반드시 해야하고. 

요즘 넷플릭스에서 결혼작사 이혼작곡 유행이라 나도 좀 봤는데. 

거기 나오는 부혜령처럼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해야하는 셀럽같은 여자가 되고 싶어하더라고. 

 

이걸 내가 어떻게 맞춰 주냐?

 

부혜령 남편인 판사현도 그거 못맞춰줘서 스트레스 받고 결국 이혼하게 되는데. 

그래서 난 이 여자랑 얘기하는 내내 영화나 드라마속의 캐릭터와 이야기 하는 것처럼 상상하고 이야기 했어

뭐 나름 재미있더라. 

신기한게 캐릭터가 정말 싱크로율이 높은것 같았어. 

 

여자가 들뜨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얘는 귀엽구나 생각했어.

가끔 보면 무슨 잘나가는 백인 여자 셀럽이 롤모델인 여자들이 있어.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여자이름을 대면서. 

막 그 여자처럼 뭐 어떻게 살고 싶고. 뭐 어떻게 해보고 싶다고. 

이런저런 복잡한 얘기는 엄청 해대는데. 정말 철학적이고 심오한 생각을 하고 있나 찔러보면 예외가없어. 

그냥 그런 이미지를 사랑하고. 동경하고. 갖고 싶어하는것 뿐. 

그래서 넌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냐라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오르더라.

 

맞춰주긴 존나 쉽지만, 말 하는 것만으로 졸ㄹㄹ라게 짜증나지.

그리고 환상을 가지는 건 좋지만, 그에 도취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정이 떨어진다.

 

늘씬하게 빠진 몸매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보니 운동으로 단련된 탄력있는 몸매가 아니라 그냥 마른몸이야. 

피부. 목선. 손. 다리. 처음에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부위들도 그냥 그저 그렇더라. 

근데 다른걸 다 떠나서 대화자체가 통하지 않으니까 그냥 짜증이 나기 시작했어. 

 

20대 시절의 나였다면 그냥 싱글벙글 마냥 좋아서 네네하면서 모셨겠지. 

운명적인 사랑의 상대도 아니고. 그저 하룻밤 어떻게 해보기 위해서 내가 또 이짓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멈출 수 없다면 이제는 정말 한국여자들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 

하지만 여전히 나는 길거리를 배회하면서 나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전혀 다른 제3의 나를 연기하고 있는 모습. 

 

이제는 정말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어오르는 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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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밍 Bro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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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blueskykim 21.08.17. 21:20

재밌는 경험 썰이다.

이런걸 많이 읽으면 인생에 대한 깊이가 달라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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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닌자 21.08.17. 21:31

우리 세대도 이런데 다음 세대는 도대체 어떻게 하고들 살런지 참 궁금하면서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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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Madlee 21.08.17. 21:53

확실히 브로가 쓰는글을 보면 알수있을꺼 같아

 

브로는 자기자신을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걸 내재된 가치를 더중시하는걸

 

나는 워낙 소심하고 혼자있는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여자랑 어울리는건 꿈도 못꾸는데, 길거리에서 번호도 따고

 

브로가 쓰는 글들을 읽으면서 나도 변화해야지 하는데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발현이 안되네...

 

좋은글 잘봤어 브로!

털보형님 21.08.18. 00:53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고 하다보니 .. 참 이런거 보면 어려운것같어요..

송송밍 21.08.19. 14:31

요즘 진짜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건지 불륜

바람 그런건 너무 흔한일이 되어버렸고 세상에

무서운 사람 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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