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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미나리> 처럼 어디서나 잘 자라는 잡초 같은 가족 이야기...인가?

llewyn
1806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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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코로나로 인한 영화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 기대작들의 개봉 및 촬영 연기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긴 했지만 4월 26일 진행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의미 있는 수상들이 엄청나게 쏟아졌어. 특히 여배우 연기상 쪽에서.

 

 

<파고>와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두 번 수상했던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올해 <노매드랜드>로 3번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어.

 

이 기록은 총 4회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캐서린 햅번 (오드리 햅번 아님 ;;) 이후로 처음이야.

 

- 할리우드 대배우의 대명사 같은 메릴 스트립은 여우주연상 2회, 여우조연상 1회  수상 - 

 

 

그리고 다들 알고 있겠지만, 영화 <미나리>에서 가족들의 할머니 역을 맡은 

 

윤여정 배우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연기상을 수상했어.

 

대사의 99%가 영어고, 1%가 콩글리쉬를 쓰는 캐릭터로 수상을 했다는 건,

 

기존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없었던 기념비적인 캐릭터가 될거란 말이지 ㅎㅎ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기념비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기존에 수없이 다뤄진 평범한 캐릭터들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

 

 

<미나리>를 끌고 가는 작품의 축은 크게 2가지라고 볼 수 있어.

 

하나는 출세지향적인 남편(스티븐연), 그리고 다른 하나는 관계지향적인 아내(한예리)

 

남편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새로운 땅으로 이사를 강행해.

 

그리고 한국 토종 농산물을 재배해서 미국으로 이민 오는 한국인들에게 판매하려고 하지.

 

반대로 아내는 자신이 사는 곳이 병원이 너무 멀다고 몸이 아픈 아들의 돌발 사태를 걱정하고,

 

미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편입되기 위해서 재미없는 교회를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지.

 

 

작품 시작부터 후반부까지 성공과 관계 유지를 놓고 벌이는 이 둘의 갈등은

 

잠시 수그러든 적은 있을지언정 해결된 적은 한번도 없었어.

 

 

그리고 여기서 윤여정이 맡은 할머니 역할은 그 둘을 제어하는 완충제 역할을 하지.

 

부부가 둘 다 일을 하러 나가면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아이들의 할머니가 건너오게 되지.

 

근데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가 와버렸다?
 

기존의 가족 드라마에서의 할머니 캐릭터와 다르게 정신적 지주, 성장을 위한 멘토 

 

이런 모습은 전혀 없고 애들한테 화투나 가르치는 등 철없는 모습을 많이 보이지.

 

(그 외에도, 애들이 뭘하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프로레슬링만 열심히 시청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프로레슬링 시청자 다수가 나이 든 노년층이라고....

 

김일-역도산이 슈퍼 스타던 세대라서 프로레슬링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더라.)

 

 

그리고 이 할머니 캐릭터의 특수성이 이 작품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

 

이 작품은 연출이나 시나리오에서 상당히 절제되어 있어.

 

등장인물들의 어려움은 사회적 관계망이 아니라 대부분 가족 내의 갈등에서 유발되지.

 

이민자들이라면 누구가 겪을 법한 인종차별 관련된 부분도 거의 안 나올 정도로...


 

이런 구조로 인해서 극적인 장면을 거의 배제하고 작품을 진행하기 때문에 심심해질 수 있는데

 

윤여정이 맡은 할머니 캐릭터가 보여주는 유머러스한 모습, 특유의 콩글리쉬 덕분에

 

뻑뻑하지 않고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었던 것 같아. 

 

말 안 듣는 손자와의 케미도 볼만한데 유승호가 아역 시절 나왔던 <집으로>의 변주 버전 같더라 ㅎㅎㅎ

 

 

물론 그러다가도 의외의 순간에 삶을 꿰뚫는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하지.

 

할머니가 미나리를 심으면서 하는 "미나리는 잡초처럼 어디서나 잘 자라"

 

대사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거야.

 

이민와서 힘든 삶을 살면서도 끝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국 이민자들을 위한 대사지.

 

 

아무튼 이렇게 '<출세지향적 남편과 관계지향적 아내>를 본의 아니게 중재하는 할머니'

 

이런 구도로 흘러가던 영화는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하여,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마침내 클라이맥스로 들어서는데....

 

 

여기서 갈등이 너무 작위적이고 맥없이 해소되어 버리더라고 ;;

 

혹시 영화 볼 사람이 있을까봐 자세히 설명은 못하겠지만...

 

위에서 설명한 미나리에 대한 대사가 좀 부질없게 느껴질 정도로.

 

 

그 이전에도 촬영이나 조명, 번역 등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 미나리 영화는 영문으로 시나리오를 쓴 뒤에 다시 한글로 옮기느라 좀 어색한 부분들이 있어 -

 

그런 단점들에 대해서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서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극 전체르 끌고오던 갈등이 멕아리 없이 해결되니 그런 부분들도 괜히 까고 싶더라고 ;;

 

영화를 만든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고,

 

여러모로 창작자의 희망이 표현된 전개인 듯 한데... 내가 보기에는 좀 성급해 보였어.
 

서사가 있는 모든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게 엔딩이라고 생각해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더라.

 

 

아무튼 좋은 작품인 건 맞으나, 지금정도의 상찬을 받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나....

 

개인적인 생각은 그래 ㅎㅎㅎ

 

영화를 본 다른 브로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궁금하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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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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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ewyn 작성자 21.05.12. 12:43
철원신문

ㅎㅎㅎ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최근 흐름이 놀랍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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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닌자 21.05.12. 05:25

난 못봤는데 브로가 알려줘서 고마워^^

llewyn 작성자 21.05.12. 12:43
닌자

별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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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blueskykim 21.05.12. 10:24

간마에 좋은 글이네 잘 읽었어~

 

다소 심심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주제의식이 워낙 선명하지.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3번 노미네이트 되서 3번 다 수상했다는 진기록을.... (난 솔직히 괴팍한 할머니 인상이라 별로 좋아하진 않는 배우)

 

스티븐 연도 남주주연상 노이네이트 되긴 했는데.. 평생 한국 영화를 보아온 한국인 입장에서 스티븐 연의 한국어 연기는 사실 발연기에 가깝다고 생각했어. ㅎㅎㅎ

 

뭐 한국어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미국 심사위원들 눈에는 기막힌 연기로 보였는진 모르겠지만 말야.

llewyn 작성자 21.05.12. 12:45
blueskykim

나는 파고랑 쓰리 빌보드 둘 다 봤는데 상을 안 주면 안 되겠더라고 ㅋㅋ

 

외모가 엄청 매력적인 배우는 아닌데, 코엔 형제 작품에 자주 나와서 나는 좋아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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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21.05.12. 11:13

옛날의 정서를 대변해준 영화인데

꼭한번은 봐야겠어

llewyn 작성자 21.05.12. 12:46
헤리

개인적 감상으론 꼭 봐야하는 영화! 뭐 이런 건 아니긴 한데 ㅎㅎㅎ 그래도 좋은 영화는 봐두면 좋지

울심마 21.05.12. 12:11

브로의 후기를 보고 꼭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윤여정씨가 상 받기전엔 몰랐던 영화인데 더 호기심 생기네

llewyn 작성자 21.05.12. 12:47
울심마

ㅎㅎㅎ 원래 영화제 수상만한 홍보 수단이 없더라고 ㅋㅋ

앤틴 21.05.12. 14:40

여긴 외국인데 개봉하면 꼭 보러가야겟어

ToMania 21.05.12. 14:55

수상했단 소리듣고 보러 갔는데 개인적으론 노잼으로 봤어. 내용자체도 너무 평범한 이민가족의 일상이라 공감되는것도 없고 마무리도 좀 갑자기 급전개로 된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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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WICK 21.05.12. 14:56

꼭봐야지

미나리삼겹살 먹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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