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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넷플릭스를 구한 영화) -1편 <카우보이의 노래>

llew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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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넷플릭스 제작으로 유명 감독-초호화 캐스팅 영화가 만들어지는게 익숙하지만,

 

몇 년전만 해도 이런 그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림이었어.

 

초창기에 넷플릭스는 엄청난 투자비를 쏟아 부으며 오리지널 영화 제작에 투자를 했지만,

 

드라마와는 다르게 좋은 평가와 얻은 작품은 극히 드물었거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검증된 감독들이 넷플릭스와 작업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게

 

넷플릭스 초기 오리지널 영화들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가 싶어.

 

아무래도 극장이라는 플랫폼에 익숙한 감독들이 굳이 모험을 하면서

 

제작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넷플릭스와 협업할 이유가 없지.

 

 

그런 의미에서 <카우보이의 노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트의 분기점과 같은 작품이야.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척시대의 서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서로 분절된 6개의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image.png.jpg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은 코엔 형제야.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공동 연출로 둘은 친형제지.

 

유명 감독이라고 하기에는 코엔 형제라는 감독의 이름이 좀 낯설지도 모르겠어.

 

막 10억불씩 벌어들이는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흥행 감독은 아니거든.

 

하지만 이 둘은 현존하는 감독 중에 열 손가락 안에는 능히 들만한 감독들이야.

 

이들의 수상 실적을 보면 누구도 그 명성에 대해서 의심하지는 못할 걸?

 

-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바톤핑크)

- 칸 영화제 감독상 (바톤핑크, 파고,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 무려 3번 ;;)

-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인사이드 르윈)

 

할리우드 감독들이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좀 결이 다르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화들을 만들되,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을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감독이야.

 

(물론 저 옛날에 허드커서 대리인처럼 폭망한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

 

그래서 작품간 텀이 짧고, 다양한 장르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감독들이지.

 

 

아무튼 간에 이 정도 거물이 맨날 망하기만 하는 넷플릭스에서 영화 찍는다고 하니 반응이 어땠겠어?

 

다들 '도대체 저 양반들이 왜 이러지? 미친 건가?' 이런 반응이었지.

 

물론 이유를 말했을 때는 다들 납득했지 ㅎㅎ

 

코엔 형제 정도나 되는 스타 감독이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와 협력한 이유는

 

역시나 언제나 그렇듯 돈 문제였어 ㅠ

 

 

<카우보이의 노래> 시나리오는 25년간 코엔 형제의 서랍에 잠들어 있었다고 하더라.

 

아무리 코엔 형제가 이름값 있는 감독이라도, 6개의 단절된 에피소드 형식을 이어붙인

 

영화라는 건 기존의 영화 제작사에서는 투자하기에 부담스러러웠던 것 같아.

 

 

하지만 넷플릭스는 쇄신을 위해서 과감하게 이 작품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고, 

 

이 작품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타고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성공한 덕분에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어떤 작품에 투자해야 하는지 감을 잡았지.

 

김혜리 평론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트하우스 스타 감독의 프로젝트이면서 극장 장편영화로서 투자받을 만한 상품성이 애매한 영화를 넷플릭스가 앞으로도 중요한 유인으로 삼을 거라는 징표'

 

가 되는 작품이야.

 

 

아무튼 이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코엔 형제라는 감독에 대해서 좀 말을 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아.

 

필연에 의한 전개, 짜여진 인과 구조, 치밀한 복선, 누가봐도 납득할 수 있는 대립 구도 등

 

개연성과 핍진성에 기반한 시나리오를 우리는 보통 좋은 시나리오라고 부르지.

 

반대로 우연에 의한 전개, 갑작스러운 급전개, 뜬금없는 인물의 등장 등이 벌어지는

 

시나리오를 우리는 나쁜 시나리오라고 부르고.

 

 

그런데 만약 우연, 급전개, 뜬금포, 불확실성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우리는 그걸 코엔 시나리오라고 불러야 할 거야.

 

왜냐하면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건 코엔 밖에 없거든.

 

 

그래서 코엔 형제의 작품은 보통 세계관을 펼치다가 갈등이 고조되고,

 

정점이 이른 갈등이 폭발 되어야 하는 시점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서

 

이야기가 꼬여가면서 벌어지는 부분에 그 묘미가 있지 ㅎㅎ

 

허문영 평론가는 이런 코엔 형제의 스타일에 대해서 대놓고 

 

"코엔 형제처럼 서사적 필연성에 무관심한 감독도 드물다."고 말했어.

 

 

그렇게 내적 필연성을 포기하고 우연성을 선택함으로써 얻는게 되는 건 무엇일까?

 

바로 관객들의 예측을 깨는거지. 흔히 말하는 돌발성.

 

그래서 관객들은 코엔 형제의 영화를 보면서

 

'이 작품은 기존의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다' ,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이런 기분을 느끼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는거지.

 

"이 난장의 활력과 민첩함, 그리고 발작적 반전이 다음 장면을 전혀 예상할 수 없게 만들어, 보는 이의 넋을 빼놓는다." (허문영)

 

그러다 보니 코엔 형제의 영화들은 항상 운명론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벌어질 일은 뭘해도 벌어지게 되어 있고, 그게 얼마나 노력을 했건 아니건 벗어날 수 없는거지.

 

그리고 <카우보이의 노래> 또한 그러한 특성을 다 가지고 있어.

 

 

이 작품은 마치 책을 읽듯이, 페이지가 넘어가며 에피소드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데

 

image.png.jpg

 

첫 번째 챕터인 카우보이의 노래가 시작하자마자

 

우리가 흔히 아는, 존 포드식 서부극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 모습을 드러내지.

 

image.png.jpg

 

하지만 등장 인물이 하는 짓은 기존의 서부극 인물들이 하는 행동과 너무 달라.

 

 

image.png.jpg

 

주인공이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카우보이인 것도 이상한데,

 

대놓고 제 4의 벽을 깨고 관객한테 말을 걸고 있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거의 오디오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쉴새 없이 떠든다.

 

뮤지컬 영화를 방불케 하는 노래 + 안무씬도 있고.

 

 

image.png.jpg

 

하지만 그런 가벼운 모습과 별개로 위의 짤처럼 수십미터 떨어진 상대를

 

뒤돌아서 거울을 보면서 맞힐 수 있을 정도로 명사수기도 하지.

 

언제까지 주인공이 혼자서 수다 떨다가 무쌍 찍고, 노래 부르는

 

전개가 계속 되나 싶은 시점에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는데...

 

image.png.jpg

 

멋들어진 노래를 부르면 간지나게 나타나서 본인을 죽음의 전조라고 소개함 ㅋ

 

이름부터가 너무 사망 플래그 아닌가? 싶지만 아무튼 결투를 신청하고...

 

image.png.jpg

 

주인공은 언제나처럼 호기롭게 결투를 받아주는데

 

image.png.jpg

 

...???

 

image.png.jpg

 

와....주인공이 죽었슴돠 ;;

 

죽기 전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말을 건내.

 

"이런 날이 올 걸 예상해야 했네요. 영원한 최고는 없으니."

 

그리고 이어서 주인공을 죽인 죽음의 전조가 노래를 부르지.

 

"이봐 친구, 더 빠른 총잡이가 여기로 올 걸세, 내일이 오면.

이봐 친구, 얼마 남지 않았네."

 

image.png.jpg


"자네가 마지막으로 카우보이의 노래를 부를 날이."

 

그리고 하늘로 승천하는 주인공의 영혼과 함께 첫번째 에피소드가 끝이나.

 

참....기가 막히지 ㅋㅋ

 

 

이 작품을 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누구라도 당황할 수 밖에 없는데

 

1. 관객은 첫번째 에피소드의 러닝 타임을 알 수가 없음

→ 그러니까 영화의 흐름을 보면서 엔딩을 추측해야 함

 

2. 그런데 주인공은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화자

→ 적어도 첫번째 에피소드가 끝나기 전까지는 계속 생존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줌

 

3. 그리고 주인공은 패배를 모르는 무적의 총잡이

→ 주인공이 퇴장한다고 해도 적어도 결투 패배에 의한 것은 아닐 것

 

이런 과정을 통해서 완전히 관객을 속이고, 세상에 확실한 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야.

 

 

6개의 에피소드 중 단 하나에 불구하지만 위에 말한 코엔 형제 작품들의 특성이 전부 녹아있지?

 

뭐,이런 식의 작품이 앞으로도 5개 남아 있는게 카우보이의 노래 영화야 ㅎㅎㅎ

 

 

가능하면 영화 3~4편 정도 다뤄보고 싶은데 첫 글부터 너무 길어져서 ㅋㅋㅋ

 

다음 글에서는 카우보이의 노래 다른 에피소드를 다뤄야 할지

 

아니면 그냥 건너뛰고 다른 영화로 가야할지 고민이네 ㅎㅎ

 

이건 반응을 봐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아무튼 넷플릭에서 좋은 영화 많아요....많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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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lee Madlee Bro 포함 2명이 추천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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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철원신문 21.11.06. 20:13

맞어요 이젠 영화는 넷플릭스에요

시대가 그렇게 흘러가네요 참나

llewyn 작성자 21.11.06. 20:59
철원신문

너무 씁쓸하게 생각할 건 없지 않나 싶습니다 ㅋㅋ

 

영화의 본질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극장이 아니라 ott 서비스의 특성에 맞게 영화 제작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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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Madlee 21.11.06. 22:20

영화를 안본지가 너무 오래되긴했네...제대로 극장가서 본게...다크나이트..그 다음이..겨울왕국? 그 다음이..스파이더맨 홈 커밍...

 

영화에 관심이 사라지니까 진짜 영화 트랜드도 모르겠고...어려워지는거 같기도

 

그리고 마블과 디씨가 너무 시리즈로 계속 내니까 이게 영화인지 그냥 만화를 실사화하는건지도 그렇고...

 

어릴땐 자주보긴했는데...이상하게 안땡기네

 

브로가 쓴 리뷰에대해 부정적인게 아니라, 이렇게 해석도 하고 이런 영화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좋네 ㅎㅎ

 

그래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봤었음!

llewyn 작성자 21.11.06. 23:30
Madlee

사실 이번 글 쓰기 시작한 이유에 매드리 브로 말한 부분도 있어

 

나중에 마틴 스콜세지의 시네마 발언까지 다뤄볼까 싶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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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lee 21.11.07. 06:37
llewyn

오오 뭔가 기대가 되네 브로 ㅎㅎ

 

그가 어떤 말을 했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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