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상 같은 것을 본다는 착각 (1)

두 사람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방향으로 사물을 바라봤다고 하자, 그러면 두 사람은 같은 것을 본 것일까? 

얼마 전 유행했던 "더 글로리"에서 색약 혹은 색맹이라는 소재가 사용되었어(이제부터는 색맹만 언급할께), 그래서 색맹이라는 주제가 다시 회자되었고, 여러 유튜버들이 특별히 색맹 유튜버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슈가 되었어

색맹이라는게 대다수 사람들과 색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어서, 신호등의 빨간불과 초록불을 구별하지 못한다던가 한다는걸 브로들도 잘 알고 있을꺼야

여기까지 전제조건을 가지고 처음 질문에 답변을 하자면, 두 사람 중 한명이 색맹이라면 다른 장면을 봤을꺼야. 즉 같은 것을 본것이 아니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정상인과 색맹인 사이에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사진들이 있지

단순히 다르게 보인다는걸 넘어서 색맹은 분명 생존에 불리한 특성이야. 예를들면 농사, 사냥, 음식 섭취와 관련하여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 (예를 들어 녹색 잎 사이에 노란 잎은 제거하고 먹어야 안전하다고 할 때, 적녹색맹인에게 이 일은 생존과 직결되겠지)

함께 살고 있지만 분명 색을 다르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건 놀라운 일이야 - 이들 사이에 보이는 장면이 다르니 감정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지 

그런데 과연 우리가 정상인이라 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색을 인식하는게 정확히 일치할까? 

이것에 대한 반론이 바로 "드레스 색깔 논쟁"이야. 이 드레스가 어떤 색으로 보이는지를 두고 SNS에서 논쟁이 일어났지. 

만약 색맹이 있는 사람들만 다른 색으로 보는 정도였다면, 논쟁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을꺼야 - 논쟁이라는건 결국 두 파가 유의미한 비율로 갈라졌을 때 발생하는 것이니까. 

상당히 유사한 두 비율의 사람들이 이 드레스를 Black-blue로 보기도 하고 white-gold로 보기도 했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 학자들의 설명을 간단히 요약하면 환경에 대한 인식 차이에 따라 뇌에 의한 보정이 다른 것이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어 (더 자세한 이야기는 링크 참고: https://www.nyu.edu/about/news-publications/news/2017/april/why-did-we-see-_the-dress-differently--the-answer-lies-in-the-sh.html)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실시간으로 눈으로 인식하는 것 혹은 기억에 있는 시각적 정보들은 뇌에 의해 왜곡되고 보정된 결과라는 사실이야

색맹이 아니더라도 같은 것을 본다는 것이 착각이라는 것이지 

그래서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이야기도 어떤 비유나 주장을 위한 과장이 아니라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이고

정치적 견해가 극단으로 갈리는 경우 서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며

일상 생활에서 만나는 수많은 크고 작은 다툼들 또한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

(이 사실을 인정하면,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 심지어 내 이익을 위해 싸울때라도 너무 감정적이지 않게 될 수 있는 것 같아)

여기서 더 확장하고 과장해서 생각하면, 실제로 우리는 모든 타인들과 다중우주에 살고 있고 다만 서로 통신이 가능한 상태에 있을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어. - 어떤 의미에서 매트릭스처럼 사람들이 갇혀 있지 않더라도 '통속의 뇌'는 실제하는 현상일 수 있는 것이지. 뇌 라는 VR 장치를 쓰고 있는 상태로..

이 주제에 대해서 혼자 생각을 많이 했던터라 여러 편의 글이 나올 것 같아. 

혼자 생각은 많이 했었는데, 브로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찾고 - 글을 정리하고 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그 과정에서 나도 생각이 좀 더 정리가 되는 것 같네.

어쨌든 여기까지 읽어준 브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