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의외로 SF 영화인데 불교계에서 극찬한 작품
분류 | 잡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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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근미래, UR사가 개발한 로봇이 사실상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사회에서
엔지니어인 박도원은 한 사찰의 로봇인 RU-4를 검진하러 간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사찰에서 엔지니어를 부른 건
단순히 기계의 오류가 아닌 RU-4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설법을 하는 경지에 올랐기에 RU-4가 기계인지 아님
정말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부처인지 판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RU-4는 "인명"이라는 법명까지 받은 상태였고
여러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상태였다
박도원은 여승과의 설전에서 오작동된 로봇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본인도 정말 오작동인지 몰라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참고로 이 시기는 인간 대신 로봇과 동거까지 하는 사회
이미 RU 모델의 오작동이 사회 전체에 팽배하여
회장이 직접 모델 생산라인의 해체를 결정한 상태이기에
오작동으로 보고한다면 RU-4는 해체가 불보듯 뻔했다.
그러기에 도영은 보고를 망설인다.
그날 밤 사찰에서는 충전 중인 인명 방 앞에
도영과 설전을 벌인 여승이 들어가기를 망설인다
이를 눈치챈 인명은 그 여승을 안으로 부르고
여승은 자신에게 인명은 로봇이 아닌 부처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자 인명은 이렇게 말한다
해주께서는 제가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부처이십니다
저것은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그것은 시계입니다.
그럼 이것은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이것은 제 손입니까? 아니면 시계입니까?
지각이란 분별한다는 말이고 분별이란 앎을 알고 갈라 놓는 것을 말합니다
지각은 공(실체가 없다)이고 지각 되어지는 현상도 공입니다
나 또한 지각 되어지는 공의 현상이니, 공의 마음으로 보아주십시오
그렇게 나름의 설법을 전한 인명이었지만
모두가 잠든 시각 홀로 불당 앞에 선 인명은
부처의 앞에서 절을 하며
그 또한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뇌를 가지고 있었음이 밝혀진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회사의 수뇌부와 회장은
이미 인간사회에 위협으로 판단된 초지능의 자아를 제거하고자
사찰에 오고, 한낱 오작동된 기계를 부처로 모시는 중들을 조롱하며
RU-4를 제거하고자 한다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심지어 웃고 울고 시기하고 종교와 예술에 영역까지 파고든...
정신차리시오 스님들! 저건 인류 전체의 턱밑에 파고든 흉기며 비수입니다!
사찰 측은 완강히 거부하지만 회사의 권리를 내세우며
회장은 로봇에게 발포하라고 명령하고
신념이 흔들린 도영 간의 대치가 이어지는 일촉측발의 상황에서
드디어 모든 갈등의 중심인 인명이 입을 떼기 시작한다.
이제 모두 거두어주십시오. 이몸에는 본디 집착과 갈애(심리적인 집착으로 인한 괴로움)는
없었으며, 없으며, 없을 것임을 알고, 이는 석가세존이 말한 것과 동일함을 알았습니다.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 하십니까?
집착과 갈애, 선업과 악업, 깨달음과 무명이
모두 본디 공함(실체가 없음)을 본 로봇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찌하여 로봇만 득도한 상태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인간들이여, 당신들도 태어날 때부터 깨달음은 당신들 안에 있습니다. 다만 잊었을 뿐.
이 로봇이 보기에 이 세상은 이 자체로 아름다우며
로봇이 깨달음을 얻든, 얻지 못했든 이미 완성되어있습니다
세상의 주인인 당신들 역시 이미 깨달음을 모두 성취한 상태이며
그렇기에 당신들이 먼저 깨달은 로봇의 존재로 인해
다시 무지와 혼란과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스스로 마음 속을 깊이 살피시어 깨달음의 보과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 여기서 인명의 얼굴이 점점 올라가며 부처와 동일시 되고 부처의 광배가 그의 뒤에 있는 것으로 연출함으로써
그가 진실로 깨달음을 얻었음을 표현하는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설법을 끝낸 인명은 자신의 존재은 아직 깨달음을 인지하지 못한
인간들에게 혼란과 득도의 길에 방해가 됨을 알고
자신이 이미 석가세존이 말한 해탈의 경지에 이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기에 인명은 큰 스승 부처에게 절을 한 뒤 스스로 현세를 떠난다
이렇게 하여 로봇 RU-4는
혼란에 가득 찬 인세에서 깨달음을 얻고
"인명"으로서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
※ 여기서 그의 움직임이 멈춘 자리는 연화, 즉 연꽃 모양의 중심으로
이는 그가 단순한 로봇의 오작동이 아닌 깨달음을 얻음을 의미하는 감독의 장치이다.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불교 + SF 영화인 이 작품은
2012년 개봉한 인류멸망보고서의 2번째 챕터인 천상의 피조물이다
해당 영화의 챕터인 음식물 쓰레기를 잘버리자는 교훈의 좀비물(??) 멋진신세계와
주문한 당구공으로 지구가 멸망한다는 재난물(???)인 해피버스데이
는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작품들로 평가되지만
한국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인 김지운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은
깨달음을 얻은 피조물인 로봇은 창조주인 인간에게 있어 어떤 존재인가라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진중한 주제를 담고 있고
위 3작품 중 유일하게 평가가 좋으며, 현재까지도 거론되는 작품이다
또한 조계사 스님들이 매우 감명깊게 본 영화로
항상 거론 되는 작품으로 꼽힌다
참고로 무려 봉준호가 카메오로 등장한 영화이다ㄷㄷ
댓글 13
댓글 쓰기열반 해탈이라…
불교는 다른 종교와 다른건 혼자서 이치를 깨닫는거뿐
그런데, 지금도 드는 생각인데, 인터넷과 충분히 연결되어서 몸(로봇)은 없어져도 인터넷에서 그 정신은 충분히 살릴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
이번기회에 나도 감상해야겠어
상상력이 엄청날듯
머리가 아플거 같지만 한번쯤 보면 좋을 영화같아
오 몰랐던 영화인데
이글 보니까 엄청 땡기네
시간나는 대로 함 봐와야 겠다~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