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여행기 - 울프코리아 WOLF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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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여행 후기] 그 곳이 어디든 인연은 존재한다.

익명_향기로운울프
7116 3 4
도시(City) 교토
주의사항 주의사항을 잘 숙지하고 글작성을 할게.

약 7일간의 방타이, 불편하던 감정의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 했었다.



 

많은 불만족스러운 상황들이 연속되었고 , 그러한 것들이 날 위축시킨 탓일까.



 

여행 전체의 즐거움이 어느순간 불편한 일정들로 퇴색되었다.



 

마지막을 다짐하고 한계없이 타락해보고 싶었던 나의 다짐은 볼품없이 무너진 모래성이 되었다.



 

더 없이 즐겁던 마지막 밤 위태위태한 불장난은 지금 생각해보면 외설적이고 자극적인 불편한 기억의 편린이 되었다.



 

무엇이 나에게 이러한 감정적 결핍을 가져오게 하였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무작정 1박2일 오사카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3년만에 방문한 일본은 특유의 향냄새를 여전히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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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정연한 그들의 삶의 방식은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모토이기도 하다.


 

병적으로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을 지양하는 그들의 태도는 나를 항상 기분좋게 한다.


 

오사카에서의 매우 짧은 일정을 뒤로하고, 귀국의 아쉬움을 도저히 달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쯤 되니 상사의 예상되는 잔소리는 두려울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저 하루의 시간만이 나에게 더 허락되길 간절히 바랬을 뿐, 그리고 한 잔의 생맥주가 더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1일간의 교토 일정을 추가하게 되었다.


 

교토로 출발하기 전 용기를 내어 휴가를 연장한 나에 대한 포상으로 기린 생맥주 한 잔을 선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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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다른 인연이 나와 거칠게 부딪히고 섞이기 위해 파도처럼 다가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나는 교토역으로 향했다.


 

교토로 가는 길 창가의 풍경은 그저 평화롭고 한적했다.


 

목조 가옥들은 시선을 편안하게 이끌었고, 맑고 청량한 하늘은 이런 나의 멜랑꼴리한 기분을 헤아리는 것인지.. 쓸쓸한 여행자를 위로해주는 듯 화창했다.


 

교토역에서 내려 맑은 날씨를 즐기며, 니시키 시장으로 향했다.


 

더 이상 보상심리로 부른 뱃속에 억지로 다른 음식물을 욱여넣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이 반찬이듯 구경과 간식거리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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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초입을 지나자 달큰한 겨울의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때렸다.


 

그 탄내와 단내 중간에 있는 냄새는 내 시선을 끌 수 밖에 없었고, 반쯤 옷을 벗고있는 군밤을 놓칠 수가 없었다.


 

한 봉지를 구매하고 시장 한 켠에 마련된 자리를 눈으로 확보하였다.


 

밤 사진을 찍는데, 누군가 우산을 내려놓고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미소를 지었다.


 

"아차, 그녀는 나를 경우없이 그저 카메라를 들이대는 무뢰한으로 인식할 것이다!"


 

파파고 번역기에 급히 문장을 적어 그녀의 눈 앞에 들이밀었다.


 

"나는 당신을 찍은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나의 당황한 기색이 귀엽다는 듯, 괜찮다고 하였다.


 

일요일 이른 시간 재래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그녀는 그 공간에서 가장 이질감이 느껴지는 존재였다.


 

기분 나쁜 이질감이 아닌 호기심의 즐거운 자극이었다.


 

그녀의 향기와 이미지는 대학교 새내기 시절 학기의 시작과도 같은 설렘이었다.


 

정말 맑았고, 적의 없었으며, 그녀의 순수한 미소와 외지인에 대한 열린 마음가짐은 물밀듯이 내 감정에 들어와 나를 가라앉혔다.


 

그녀는 내 핸드폰에 알 수 없는 스펠링 몇 자를 적어보여줬고, 하루 가이드를 자처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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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이 나있는 긴 머리는 내게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흰 피부와 긴 목은 은은한 섹시함을 풍겨왔다.


 

그녀는 나와 동일하게 맥주를 너무나 좋아했고, 한국 문화에 이제 재미를 들이게 된 대학생의 신분이었다.


 

500엔 남짓의 맥주 한 잔도 더치페이 하자며, 컵에 본인의 돈을 꼽아놓는 행위가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외지인에게 관대한 이 대학생에게 작은 선물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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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대화는 문명의 이기 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 자 한 자 고마움과 감사라는 표현.. 그리고, 하찮은 나의 존재에 대하여 아름답지만 간결하게 포장 할 줄 아는 그녀는 그 누구보다 사려깊은 친구였다.


 

그녀의 이름은 "사노", 그녀는 오늘 저녁도 나와 함께하길 바랐다.


 

추운 날씨에 그녀는 내 코트 주머니에 자연스럽게 손을 넣었고, 무언가에 홀린듯 한 우리는 만난지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손을 잡았다.


 

코트 깊은 주머니 안 쪽으로 맞잡은 두 손은 이 관계를 바깥으로는 숨기고, 안으로는 은밀하지만 따뜻하게 그리고 뜨겁게 이어가고 싶은 마음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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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그녀에게 과거 내가 즐겼던 야끼니꾸 가게로 데려갔다.


 

느끼하지만 풍미 가득한 소고기와.. 이를 조화로이 중화시켜주는 시원한 생맥주는 이 자리 그리고 우리를 위해 더 이상 완벽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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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의 밤은 무르익어갔다.


 

초면의 여행객에게 귀중한 시간과 추억을 선물해준 "사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그녀에게 이런 남자로 기억에 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오랜 기억 한 남자가 있었고, 그 한국인 남자는 끝까지 사려깊고 넓은 마음의 좋은사람이었다."


 

그 작별의 끝에 그녀는 울음을 내비치며, 돌아가는 내 팔을 부둥켜 안았다.



 

덕분에 포켓와이파이와 핸드폰을 떨어뜨렸으나, 나는 이를 줍지 않았다.



 

이 여운과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끝까지 느끼다 서서히 잠겨죽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불가피할 이별을 알고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현재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존중하고자 무의미한 시간을 연장하였다.



 

정말 작디 작은 호텔방에도 군말없이 따라와 나와 함께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는 그녀가 사랑스러웠다.



 

우리는 마른 짚단에 옮겨 붙은 불씨처럼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지금 느끼는 이 뜨거운 감정을 배출하는 법을 모르는 스무살의 급한 내가 떠올랐다.


 

좁디 좁은 싱글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고, 옷가지가 널부러져도 개의치 않는 이 웃음 가득하고 뜨겁던 우리의 밤은 해가 뜰 무렵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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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만한 작은 방과 침대에서 둘이 겨우 누워 체온을 옮기며, 시원찮은 히터를 대신하던 우리는 정말 따뜻했다.


 

서로가 살을 부비고, 서로의 촉감을 오감을 통해 충분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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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피로 회복을 위해 온천에서 가족탕을 예약했다.


 

나와 긴 추운 밤 가슴 뜨겁게 보내준 그녀를 위한 작은 선물이었다.


 

여기서도 성적 판타지를 실현하고 싶었으나, 주변 탕들과 대나무 가벽으로 구분될 뿐, 소리나 시선을 완전히 피할 방법이 없어서 그녀와 따뜻한 온천수에 피로를 푸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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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진정한 헤어짐의 시간은 다가왔고,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그저 맑고 파랗게 나를 놀릴 뿐이었다.



 

지금 방타이를 돌아보니 감정의 여백이 너무나 컸다. 그리고 피로했다.



 

계속해서 새로운 만남에 집착하던 그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나중엔 일종의 환멸을 느낀 것 같다.



 

인연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곳이 태국이든 일본이든.. 내가 만든 사노와의 기억은 이제 감정을 더해 추억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녀와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서로 안아줬고, 턱 밑에 있는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향기가 올라왔다. 눈이 시렸지만 끝내 참아냈다.



 

버스를 떠날 때 그녀의 눈에는 순수한 슬픔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우리의 짧디 짧은 하루의 인연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나도 굳이 돌아보며 손을 흔들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행복하길 바란다.


 

잠시나마 스무살의 나를 깨워 준 그녀가 너무나 고마운 지금이다.

오늘 밤은 와인 한 잔에, 애틋한 그리움을 지워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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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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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익명_천재브로 22.12.08. 11:57

아 너무나도 이쁜 글이다

 

역시 이런게 여행의 묘미지

 

부럽기도 하고 아니 확실히 부럽네 

2등 익명_미국늑대 22.12.13. 16:53

지랄하네ㅋㅋ 몸파는년 먹은걸 ㅈㄴ 감성있게 쳐쓰면

 

자기가 좀 있어보일까 생각하나ㅋㅋㅋ

ㅇㅇ 22.12.30. 01:08
익명_미국늑대

몸 파는애임?? 어케 구분하노

3등 zuyev 23.09.04. 20:06
크 멋진 글이다 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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