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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생사 새옹지'마' 게을러서 살아난 경주마 the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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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마무
주의사항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2018년 미국 

뉴올리언스 핸디캡 경주에서 

마지막 코너를 도는 순간 최고 인기마였던 The Player의 걸음걸이의 이상이 발견된다

 

 

 

 
이를 눈치챈 기수는 말을 위해 경주를 포기했지만
이미 The Player의 오른쪽 앞다리는 정상이 아니었다
 
 
우전지 종자골 골절 
 
박리 골절이나 미세 골절처럼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치료되는 골절이 아닌 
종자골 두쪽이 모두 부러진 복합 골절 
거기에 더 심각한건 부러진 뼈가 주위 조직까지 건들면서 최악의 상황이 나온 것
 
쉽게 말해 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모두 
'안락사'란 단어를 떠올릴 정도의 큰 부상
 
말은 본능적으로 서 있으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주 도중 다리를 크게 다친 경주마는 
대부분의 경우 지독한 고통 속에 괴로워 하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특히 몸이 큰 말일 수록 더 심한 고통을 느꼈고 
덩치가 상당히 큰 축에 속하는 The Player 역시 이는 다르지 않을 터 였다.
 
하지만 The Player는 살아 남았다.
심지어 지금은 종자로 자식까지 만들면서 건강하게 살아 있다 
 
 
 
도대체 어떻게?
 
그 이유를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켄터키에 위치한 인디언 릿지 팜. 
 
브래들리 가족이 대를 이어 경영하는 전형적인 가족 경영의 오너브리더.
목장 오너 윌리엄 "버프" 브래들리는 AC/DC의 기타리스트 이름을 따서 
앵거스(Angus)로 부르던
 
2013년산 밤색 수 망아지가 이상한 행동을 해서 골 머리를 썩히고 있었다.
 
 

1649162950.jpg 마생사 새옹지\'마\' 게을러서 살아난 경주마 the player


목초지에 방목시켜놨더니 자꾸 이런 포즈로 앉아 있었던 것.
 

모르는 사람이야 "존나 웃기게 앉았네ㅋㅋㅋ" 하고 넘어가겠지만

 

말밥 오래 먹은 브래들리 일가는 당연히 걱정 할 수밖에 없었다.

 

"저거 신경계 문제 있는 거 아녀?"

 

네 다리를 멀쩡히 써야 가치가 있는 경주마인데 하체 쪽에 문제가 있다면...? 저러다 영원히 서지 못한다면...?

 

걱정으로 밤을 꼴딱 새우다 해그야드 말 수의학 연구소로 앵거스를 두 번이나 보내서 검사를 받게 했는데...

 

세심하게 검진을 마친 담당 수의사 밥 헌트의 답변은

 

"신경계 완전 정상이구여~ 그 ㅅㄲ 성격이 원래 그런 거니까 여기 좀 그만 보내"

 

멀쩡하다는 진단을 받고 돌아와서도 여전히 개가 연상 되는 자세로

 

엉덩이를 깔고 앉아 먼 곳을 그윽한 시선으로 관조 하는 앵거스.

 

방목 끝나고 마굿간에 들어가면 더 가관이었다.

 

 

 

 

1649070135.jpg 마생사 새옹지\'마\' 게을러서 살아난 경주마 the player
 

앉는 건 차라리 이해라도 가는데

 

 

 

 

1649073960.jpg 마생사 새옹지\'마\' 게을러서 살아난 경주마 the player

 

서서 먹는것도 귀찮아서 벌러덩 누워 머리만 문짝 밑으로 내밀고

 

'어이 밥줘 영감'

 

하고 누워서 농성하곤 했다. 목초 주면 누운 그 상태로 우물우물 먹는 건 덤.

하도 그러다 보니 나중엔 윗 짤처럼 아예 베개까지 대 줬다고 한다...

 

기대는커녕 싹수가 노래 보이는 모습에 브래들리가 사람들은 당연히 경주마로 대성하긴 글렀다고 생각했지만

 

앵거스가 더 플레이어(the player)란 정식 이름을 받고 데뷔하자 생각보다 대단한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데뷔전에서 승리하는데 3전이나 걸리며 역시 영 아닌가 싶었는데

 

1승 후 이어진 Allowance optional claiming race에서 연승, 

3만3천3백 달러를 단숨에 낚아 채고 이어진 인디애나 더비(GII)에선 

2착 상금 9만 5천달러를 추가로 꿀꺽한다 (경마는 5착 이내의 든 경주마에게 상금을 준다)

 

 

정자값으로 딱 5천달러 주고 얻은 앤데...

 

이 경주를 시작으로 Equibase Speed Figure 레이팅은 은퇴까지 한번도 100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상금을 살살 긁어내는 효자 말이 되었다.

 

심지어 4세 시즌인 2017년에는 그레이드 경주에서 우승을 하며 

우승 상금 12만 달러를 꿀꺽 하기도 하며 명예 까지 손에 넣은 말이 되었는데 

 

2017년 앵거스(더 플레이어)는 다른 의미로 스타가 된다 

브래들리가 더 플레이어의 명의로 개설한 페이스북이 대히트를 친것.

 

 

'개처럼 걸터앉아서 세상을 관조하는 말'이 수많은 '퍼가요~'와 함께 유명세를 탄 것.

마굿간이랑 방목지에선 느긋하기 짝이 없는 놈이 경마장에만 가면 미친 듯이 달려서 성적까지 낸다?

 

어느새 골수 팬층이 형성되어 매 경주마다 성원을 보내고, 앵거스의 일상 사진만 올라와도 미친 듯이 엄지를 찍어 댔다.

 

 

그러던 2018년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던 더 플레이어(앵거스)는 뉴올리언스 핸드캡에 출전을 하고 

 

 

 

 

 

1649339564.jpg 마생사 새옹지\'마\' 게을러서 살아난 경주마 the player
(이 사진이 찍힌 직후 2분도 채 안되어 더 플레이어(앵거스)의 오른쪽 앞다리는 완전히 망가진다)

 

 

사고 후 처음으로 부상 부위를 진단한 브래드포드 벤츠 박사는

종자골이 둘다 나가고 현수인대가 걸레가 된 모습에

마주인 브래들리와 허스트에게 안락사가 적합하다고 통보했다.

 

"구하려고 시도할 수는 있지만 기대하진 말아요. 좋은 일만 생길 거라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지"

 

착잡하게 말을 건네는 벤츠 박사 

 

 

그리고 브래들리와 허스트는

 

"(관절 수술은) 가능성이 있습니까?"

라고 되묻는다

 

 

벤츠 박사는 Yes라는 대답과 함께 루이지애나 주립대(LSU) 수의과 조교수 찰스 맥컬리를 연결해 줬다.

 

맥컬리는 페어그라운드 경마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도 브래들리와 안면을 튼 적이 있는 사이였다.

 

골절 사진을 전달받은 맥컬리는 수술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나 중요한건 수술 자체가 아니라 사후 관리라는 이야기도 함께

 

말이 수술 실패로 안락사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는 항상 서려는 말의 본능, 그리고 무게 배분의 문제로 생기는 반대쪽 발의 질환.

그리고 치명적인 제엽염, 재감염, 합병증...사후 관리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산더미였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얘기에 브래들리와 허스트는 한바탕 눈물을 흘린 후,

마음을 다잡았다. 그 낮은 가능성에 걸고 수술을 하기로.

 

 

 

1649422606.jpg 마생사 새옹지\'마\' 게을러서 살아난 경주마 the player

(수술 후 앵거스의 오른쪽 앞발 사진 16개의 나사와 종자골 고정용 플레이트가 박혀있다.)

 

 

LSU에서 앵거스가 수술 후 머문 시간은 반년 가까운 178일.

유쾌한 느낌이었던 페이스북은 매일매일 LSU로 차를 몰고가서 경과를 확인하는 브래들리가 올리는 사진과

앵거스의 건투를 응원하는 팬들의 성원으로 가득했다.

 

 

그 사이에 나사 중 하나가 느슨해지고, 다른 나사 하나는 주변에서 감염이 발생하는 등 위기 상황이 있긴 했지만

가장 우려했던 제엽염 발병과 다른쪽 발로의 전이는 일어나지 않았고,

 

150일이 지나자 드디어 앵거스의 종자골이 붙었다.

 

병원 직원들은 재활 운동으로 자력 보행을 시키기 위해 병원 뒷뜰에 판넬을 세워 임시 패덕을 만들었고

차츰 사이즈를 늘려가며 앵거스의 운동량을 늘려나갔다.

 

그렇게 하기를 한달여, 2018년 9월 21일. 앵거스가 인디언 릿지 팜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 페북에 올라왔고,

팬들은 페북에 몰려들어 기적적인 치료 성공을 다함께 축하했다.

 

 

 

이 놀라운 성공은 바로 종족의 본능을 거스르는(...) 앵거스의 느긋함 덕이었다.

 

 

 

 

병원 생활을 하는 중에도 그는 고향에서 하던 것처럼 낮시간에 8시간~10시간을 누워서 보냈고,

그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다리에 실리는 무게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던 것.

 

심지어 다리 다친 말이 가장 고통스러워한다는 장제 작업도 누운 자세 그대로 하는 바람에

별 일 없이 스무스하게 지나갔다는 건 덤.

 

 


 

1649069120.jpg 마생사 새옹지\'마\' 게을러서 살아난 경주마 the player

(퇴원 후 찍힌 발의 흉터에서 반년 투병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성공적으로 살아 돌아온 앵거스는 2019년부터 브래들리 일가와 인연이 있던 크레스트우드 팜으로 옮겨 씨수말로 전업했다.

교배료는 4년째 2500달러. 첫해 교배 상대는 총 11마리. 잘나가는 일선급 씨수말은 아니지만

죽을 위기에서 살아남아 자기 유전자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마생 승리가 아닐까 싶다...

 

 

1649293241.jpg 마생사 새옹지\'마\' 게을러서 살아난 경주마 the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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