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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한 송이의 장미꽃이 피었다. part1

익명_꽃미남브로
주의사항 주의사항을 잘 숙지하고 글작성을 할게. 
도시(City) 방콕 

[[프롤로그]]

 

"한 송이의 장미꽃이 피었다."


 

우선 어디가서 당당하게 열어보지 못 할 이 어두운 일기장의 도입부를 읽는 당신에게-


 

윤리와 도덕의 준수가 우선인 당신이라면 더 이상의 호기심은 고이 접어두고 돌아가기를 바란다.


 

이 짧고 엉성한 이야기는 인형처럼 테엽에 감겨 매일을 개성없이 살아가는 한국 보통남자의 일탈에 관한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투우사의 빨간 유혹천과 같이 야릇한 방콕에서 시작한다.



 

[[차창 밖 풍경처럼 스쳐 지나간 그녀와의 인연]] - 5월


 

봄꽃이 만개하여 녹음이 푸르던 5월 태국 여행길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무턱대고 떠나고자 한 태국여행 계획은 휴가 신청부터 난항이었으나, 볼멘소리 가득한 상사를 뒤로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녀와의 만남은 아속역 인근에 있는 Sports Corner에서 시작되었다.


 

맥주 한 잔에 목을 축이며, 번잡하게 상영되고 있는 스포츠 경기를 눈알을 굴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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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누군가 내 옆에 착석하는 공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자리를 넓히기 위해 나의 어깨를 가벼이 두드리는 한 여성이 있었다.


 

자유로운 나의 여행에 누군가 갑자기 끼어드는 것이 은근 성가셨으나, 이 또한 여행의 일부이기에 귀찮은 듯 하면서도 내심은 즐겼었던 것 같다.


 

정직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나에게 가벼운 미소로 눈인사를 할 뿐이었다.


 

나는 어니언링을 안주삼아 생맥주를 즐겼고, 짧지 않은 무채색 오피스룩의 그녀는 맥주만 한 잔 시켜 조금씩 나누어 목을 축일 뿐이었다.


 

나와 같은 무색무취의 처지를 그녀에게 느꼈고, 안쓰럽다는 생각에 주제넘지만 그녀에게 남은 어니언링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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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다행히도 호의를 악의로 받지 않는 선한 중국계 태국 여성이었으며, 퇴근길 종종 들러 맥주를 한 잔 하고 귀가하는 것이 그녀의 고상한 취미였다.


 

그녀의 이름은 June.


 

정확한 대화 내용은 빛바랜 카드 영수증처럼 흐릿하여 기억나지 않지만, 서로의 명세서와 신상에 대한 잡스럽기 그지없는 대화였을 것이다.


 

나는 June과 가벼이 라인을 교환했고, 이후 몇 번의 방타이에서도 한 끼의 가벼운 식사 외에 형식적인 인사치레만 있었을 뿐 만남을 갖지는 않았다.



 

매번 그녀는 차를 타고왔고, 술을 먹지 않는 덕에 음흉한 내 속내를 보일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와 선을 긋는 무언의 의사표시라 생각했다.



 

[[나의 마지막 방콕행 비행기는 이륙했다]] -  11월 말


 

나는 20대 중반 취업 후 누구에게도 밉보이고 싶지 않고, 입사 동기보다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고 싶었다.



 

빨리 위로 올라가고 싶었고, 비루한 내 모든 환경을 개선하고 싶었다.



 

하지만, 급여는 너무나 통상적이었으며, 전문성과 용기로 혼자 둥지를 틀기에는 능력이 부족한 연약한 새장 속 앵무새와 같았다.



 

7년간의 연애의 종지부도 찍고 싶었지만, 비난받는 것이 두렵고 환경의 변화가 불편하여 권태스럽지만 견뎌낼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여자친구는 전문직 시험에 합격했고, 나에게 양자택일의 통보서를 던졌다.



 

관계의 단절 또는 결혼, 그 외에 선택지는 없었다.



 

나는 이 지긋지긋하고 발전없는 썩은 관계를 비겁하게 이어갈 뿐이었다.



 

결국 설국열차같은 권태스러운 삶을 정리하고자 그녀에게 출장을 핑계로 감정의 옷매무새 정리를 위한 시간을 요청했고, 방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녀도 이별을 직감한 탓인지 본인의 여행 중 방콕 경유 일정 중 만나기를 희망했으나, 나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여전히 또 여전한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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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완나품 공항은 가득한 음기로 나를 반겨줬다.



 

입국 절차부터 시내로 향하는 택시를 탑승할 때 까지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었다.



 

건기에 접어든 공기는 콧속으로 건조하게 들어왔고, 기분나쁘지 않은 습도였다.



 

그렇게 나는 며칠 간 스쿰빗, RCA, 통러를 무의미하게 서성일 뿐이었다.



 

이번 방타이는 지루한 삶을 잠시나마 깊고 멀리 일탈하고, 여자친구와 해묵은 감정을 정리하기 위한 시작점이었기에 몸과 마음은 그 어느때보다 가벼웠다.



 

그녀가 방콕에 머무는 일정에 만나자는 것은 진심이었고 그녀와의 식사와 디저트 카페는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흡사 그것은 우정과 색이 같았다.



 

그녀는 내게 결혼을 다시 얘기했지만, 나는 다시 동굴로 들어가기를 바랐다.



 

그저 그녀의 밝은 미래가 더 없이 밝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감정적 파도가 밀어친 덕에 나도 이번 여행에서는 클럽에서의 모든 만남을 의식적으로 밀어내고, 혼자 흥에 못 이기는 척 술에 취해 숙취로 시간을 낭비하기 부지기수였다.



 

아무리 권태감 가득한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나에게는 지울 수 없는 문신이었기에 감정 소모가 극심했던 것 같다.



 

나는 방콕에서의 마지막 주말 밤조차 무의미하게 혼자 삼겹살을 먹을지 무카타라는 생소한 음식을 접할지 여갤에 문의할 뿐 다른 어두운 욕구가 솟구치지는 않았다.


 

그 때, 한 메시지가 울렸다.


 

"why don't you have a dinner?"


 

June은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의 부동산 사업을 돕는 중이다.


 

나의 태국행 소식에 곧 바로 방콕으로 돌아온 그녀였다.



 

[[모순의 끝, 외설적인 본능을 탐닉하다]]


 

이번 방타이는 정리의 연속이었기에 June 에게도 저녁 한 끼를 대접하며 삶의 넋두리를 풀어내고, 서로에게 무의미하고 간헐적인 이 관계를 정중히 정리하자 청하려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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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카타 맛집으로 비교적 깔끔하고 유명하다는 에브리데이 무카타로 그녀를 초대했다.


 

나 역시 초행길이므로, 헤매긴 했지만 이미 날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저 멀리 보였다.


 

늦은 나는 땀을 훔치며, 미안한 마음과 식사 대접의 알량한 보상안을 제시했다.


 

한국에서의 어리석은 저자세의 남성성을 버리지 못한 나는 처음 보는 무카타 불판에 능숙한 척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June은 그런 내가 귀엽다며 집게를 빼앗아 들고 내 앞에 흔들어 보일 뿐이다.


 

숯불의 열기에 불판 테두리에 붓는 육수가 옷에 튀어도 불평없이 나를 위한 무카타를 구워주는 그녀가 정말 고마웠다.



 

무조건적인 챙김과 보살핌을 받아보는 내가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지만, 이러한 호의는 마다할 감정적 여유가 없는 나였다.



 

고기 한 점 구워 내 접시에 놓아주는 그녀의 호의에 눈물샘이 잠시나마 흔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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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굉장한 맛이었다.



 

불판 위 고기에서 흘러내리는 기름은 육수의 풍미를 더했고, 진해지는 국물은 맥주와 소주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완벽한 안주였다.



 

그녀는 역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잠시나마 엉뚱하고 야릇한 상상을 한 내가 우스워 미소를 보이자, 그녀는 뭐가 웃기냐며 귀찮게 캐묻기 바빴다.



 

더 이상 대화는 이어지기 어려울 수준으로 우리는 서로 많은 생각을 공유했고, 짧지만 뜨거운 감정을 섞었다.



 

그녀의 인생, 나의 인생, 서로의 인연과 미래, 상처와 회복, 우리는 많은 것이 닮아 있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차를 타고 왔고, 이전과 같이 나를 호텔로 데려다 주고 귀가할 것이 자명했고 지극히 예상되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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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차량 글로브 박스에서 선물이라며 요상한 레고형식의 곰인형을 건네주었다.


 

나에게는 그저 무용한 플라스틱 조각이지만, 그녀가 나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감사함에 두 눈 깊이 감사의 뜻을 담아 그녀에게 미소로 전하였다.


 

그녀가 나를 호텔까지 데려디주는 거리는 고작 30분 남짓의 거리였다.


 

하지만, 대화가 더 필요하다는 그녀 때문에 경로를 수 회 이탈하였고 1시간 만에 호텔에 도착하였다.


 

그녀와의 짧은 포옹에 나는 진심을 다해 그녀의 행운과 행복을 빌어 인사했다.


 

호텔 입구에서 회차해서 나가야 할 그녀의 차를 바라봤다.


 

차가 떠날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지만,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차는 집으로 떠나지 않았다.


 

그녀의 운전석 창문이 다시 내려왔다.


 

내 마음도 아득히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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