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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숙박업 하면서 겪은 일들 그리고 특징

조건
2961 5 18

안녕 브로s 

나는 작은 모텔을 운영중이야 뭐 나름 고인물이야 한 15년 정도 됐나.

다들 알겠지만 사람이 밥은 굶어도 그건 못 굶잖아?

고시원을 전전하면서 하루벌어 술값으로 다 날리는 노가다꾼이든

세상 부러울것 하나 없고 점잖으신 의사 박사 판검사 나리이든 이곳에 오면 다 똑같지.

그러다 보니 별의별 일을 다 겪었었는데 흔하지 않은 몇가지를 소개할께. 

 

배설 변태

번지수 틀린데다 오줌 싸놓는건 아주 흔하지는 않지만 잊어버릴만 하면 발생하는 일이야

못가려서 그런건 아닌것 같고 술진상이거나 그런 쪽으로 취향이 있는 인간들인데

한번은 침대에다 똥을 싸서 뭉개뜨려 놓은 적도 있어(미안ㅋㅋ)

워낙 별종들이 많다보니 왠만한 변태들은 다 인정하는 편인데 똥은 도저히 접수가 안되더라 

어쨌든 오줌이든 똥이든 오바이트든 이런 경우는 매트리스부터 모든 침구를 다 내다 버려야돼.

사람 분비물이 제일 독하고 절대 냄새가 빠지지 않거든.

근데 침구류에 민감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싸구려는 또 못써.

결국 대실 3만원 짜리 받아놓고 열배 이상의 돈을 써야 하는거지. 

그렇다고 그인간 찾아내서 당신이 똥오줌 싸고 도망간거 물어내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냥 재수없었다 생각하며 손해 보는거야.

 

싸움꾼

들어올때는 멀쩡해. 

근데 어디 겨나가서 술을 진탕 처먹고 들어오면 방에서 전화를 하든

프론트에 서서 직원에게 폭언을 하든 어떻게든 시비를 걸기 시작해.

이럴때 감정 컨트롤 못하고 싸워버리면 무조건 우리가 손해야. 

그냥 최대한 빠르게 파출소에 신고 때리면 와서 알아서 해줘.

경찰들도 워낙에 흔하게 겪는 일이라 되게 능숙하게 처리하거든. 

보통 경찰을 보면 곧바로 꼬리를 내리는데 가끔 독한 놈들은 경찰에게까지 욕을 하기도 하고 

갑자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붙잡고 울고 불고 하소연하기도 하고

그 앞에서는 일단 조용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일부러 호텔 집기를 파손하고 도망가기도 해.

한번은 TV 모니터를 다 부셔놔서 70만원 주고 새로 산 적도 있어. 

전화해서 물어내라고 했더니 법으로 처리하던지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말이 안통하는 무식한 ㅅㄲ라 또 무슨짓을 벌일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그냥 거기서 멈추고 넘어갔지. 

 

도박꾼

이 인간들은 아주 치밀해.

남녀가 섞여서 여러명이 한꺼번에 오면 무조건 거르는게 이 바닥 불문율인데 

그래서인지 마치 커플인척 또는 친구끼리인척 하면서 둘씩 짝을 지어서 시간차를 두고 들어와.

방을 따로 잡은다음 나중에 한곳으로 모이는거지.

마음먹고 계획적으로 들어오면 알아보는 방법은 사실상 없지만 그래도 약간의 팁이 있어.

우선 나이 대략 40대 중반 이상인데 술과 안주를 필요 이상으로 봉투에 가득 싸들고 들어온다.

이러면 의심해봐야해. 

그 나이대면 안에서 배달 시키거나 방 먼저 잡고 나가서 먹고 들어오는게 일반적이거든.

그리고 여자들이 늙었는데도 굉장히 안어울리게 치장들을 하고 들어오면서부터 말이 많아 딱 봐도 사기꾼들이야. 

이런 분위기의 인간들이 와서 방은 깨끗하냐 침대는 편하냐 방 좀 먼저 둘러봐도 되냐 이딴 질문하면 우리는 무조건 걸러.

이게 모여서 도박 하기에 편한 환경인지 확인도 하고 지들이 뭔가 떳떳하지 못하니까 주의를 다른데로 돌리게 하기 위한 방법이거든.

 

영화 촬영&연예인

에로 영화 찍으러 가끔 오기도 해.

스텝들도 같이 들어가야 되니까 미리 공지하고 오는데 

우리 뿐 아니라 모든 숙박업소에서 보통 잘 안받아줘.

자꾸 이것저것 요구하고 까다롭고 귀찮게 굴거든.

그렇다고 단골이 되는것도 아니라서.

가끔 연예인들이 오기도 하는데 누구랑 연애하러 오는게 아니라 

촬영차 왔다가 늦어져서 그냥 근처 모텔에서 자고 가는거지. 

여자 연예인들은 관리하느라 그런지 안오고 남자 배우들 중에 누구나 알 법한 몇명이 왔던적 있어.

당시 꽃미남 배우로 유명세 타던 친구가 한번 왔었는데 진짜 무슨 사람같지가 않아서 한참을 우러러봤었어.

그 친구는 촬영이 길어지는지 3일정도 머물렀었는데 우리가 비밀유지 잘해주고 아는척도 안하고 

평범한 일반인 대하듯이 하니까(내가 직원들한테 미리 교육시켰어 여자 직원들은 계탔지) 아주 좋아하더라.

새벽 4시까지 촬영하고 파김치 되서 들어와서 잠깐 쉬었다가 또 8시에 일어나서 촬영 나갔다가 새벽에 들어오고 

되게 힘들겠더라. 

 

장사하는 여자들.

얘들은 보통 30대 위로는 고급차 타는 늙은이 하나 물어서 주기적으로 같이 들어와. 

그 호구가 떨어져나가면 금새 또 다른 놈으로 갈아타더라.

그리고 이십대 어린애들은 지들이 먼저 와서 방을 잡아놓고 남자들을 불러들여.  

한 놈이 와서 한시간 있다가 가고 좀 있다가 다른 놈 와서 또 한시간 이런 식이야.   

사실 장사는 못하게 해야되는게 맞지만 얘들은 특성상 말썽 안부리고 조용히 있다가 나가고 

한번 장소가 마음에 들면 꾸준히 와주기 때문에 나름 모범 고객들이라 그냥 묵인해주는 편이야.

 

동성연애&여장

레즈들은 남자역할 여자역할 티가 확 나거든.

남자 하는 애들은 누가봐도 보이시하게 옷입고 목소리도 최대한 저음으로 깔고 재미있어.

게이들은 근데 구분이 뚜렷하지는 않아.

그냥 둘이 번갈아가면서 담당하는 모양이야.

들어올때는 분명 남자였는데 방 잡아놓고 외출하거나 체크아웃 할때는 여자인 애들이 있어. 

처음에는 사람이 바뀐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까 같은 사람이더라구.

심지어 목소리까지 바꿔서 처음에는 진짜 몰랐어.

신기한 친구들이라 좀 찾아봤는데 방에서 메이크업 하고 가발쓰고 여자처럼 옷입고

스타킹도 신고 여자 속옷 착용하고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러더라구.

여자가 남장하는 경우도 있을것 같긴 한데 아직 못봤고 대부분은 여장남자들이야.

남녀 할 것없이 얘들은 대부분이 예의 바르고 아주 착해서 조용히 지들 할거 하고 나가는 편이야. 

난 원래 동성연애를 혐오까지는 아녀도 싫어했었는데 이쪽 일 하고 나서는 약간 생각이 순화되서

이제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약간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

 

미성년자 조건

얘들은 도박꾼들보다 더 치밀해. 

요새는 조금만 어려보여도 무조건 신분증 검사를 하기 때문에 절대 같이 들어오지 않아.

원래 예전에는 주차한 뒤 남자가 먼저 방을 잡고 다시 차에가서 여자애를 데리고 들어가곤 했거든. 

일단 방을 끊고 나면 직원들이 신경을 잘 안쓰니까 그걸 노리는거지.

근데 이제는 그것까지 붙잡고 물어보니까 사라졌어.

요즘엔 성인 남성이 와서 먼저 방을 잡고 여자애는 나중에 은근슬쩍 조용히 들어와서 방으로 가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지.

그래서 남자 혼자 방잡으면 한두시간 정도는 잘 관찰해야돼.

만약 잠시 후에 모자 푹 눌러쓴 평범한 옷차림의 여자가 멀쩡한 출입구 놔두고 비상계단쪽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면 곧바로 잡아서 몇 호가냐고 물어보고 신분증 보여달라고 하는거지.

보통 모텔에는 비상 계단이 다 있고 출입구도 두개씩이지 어떤데는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바로 객실층으로 

가는 곳도 있어. 이런데는 맘먹고 몰래 들어가려고 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어.

그렇게 여자애를 내쫒으면 남자가 잠시 뒤에 아주 인상을 쓰면서 나오지.

근데 어차피 지가 지으려던 죄가 있기 때문에 환불해달라던지 하는 개소리는 못해. 

다행히 우리 건물은 그렇게 안만들고 다 보이게끔 해놓고 철저히 관리해서 딱히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어.

    

우울증

이 사람들은 사실상 미성년자보다 더 무서운 이 바닥 최고의 빌런들이야.

진짜 무슨 도발적인 행동을 할 지 모르거든.

요새는 코로나 때문인지 전보다 더 심해졌어.

이건 얼마 안된 일인데 밤늦게 어떤 희멀겋고 멍한 표정의 젊은 여자애가 대놓고

뭔 약통을 들고 혼자 와서는 방달라고 하더라고.

이렇게 딱 느낌오게 들어오면 그냥 거르면 되지만

보통은 못알아보게 멀쩡하게 하고 오니까 더 무서운거야.

아직 우리 모텔에서는 다행히 사건 없었는데 주변에 다른 데서 목매단 적도 있었고 뭐 그렇다더라구. 

직원들한테 느낌 안좋거나 새벽 2시 이후에 차도 없이 혼자 오는 여자는 되도록 받지 말라고 해놨어. 

그 시간에 여자가 혼자 오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 다 거르면 장사를 어떻게 하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몰라서 하는 말이야. 

처음에는 나도 왠만하면 다 받자 그런 마인드였지.

근데 그런것들 다 받아주다보니 업소랑 남한테 피해 입히고 나중에 일이 더 커져서 오히려 손해야.

거를건 딱딱 거르는게 길게 보면 더 이득이야. 

이외에도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는데 다 쓰려면 밤새 걸릴것 같아서 이정도로 하고

반응 좋으면 다음에 또 올릴께.

숙박업 참 더러운데 그래도 계속 하는 이유는 이렇게 거의 밑바닥 일이나 다름 없는데도 

인간의 기초 본능인 성욕쪽을 담당하다보니 어떤 불황도 타지 않는게 특징이거든.

다만 위치는 좀 중요하지.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는데 시간 잘 떼웠길 바래.

우리 브로들 그럼 남은 휴일 잘들 보내고 화이팅 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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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조 파조 Bro 포함 5명이 추천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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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데릭 21.10.03. 23:48

브로 숙박업 하는거야? 혹시 지역이? 을코 게시판에 광고 한번해.. 출장가면 이용할수도 있으니까..

조건 작성자 21.10.04. 00:16
데릭

이게 뭐 자랑할 만한 장사도 아니고 그냥 글이나 쓰지뭐ㅋㅋ 신경써줘서 고마워 브로

2등 욱쓰 21.10.03. 23:51

와 진짜 현직의 디테일하고 날카로운 분석이다.. 재밌는 글 잘 봤어 브로

 

참 에피소드가 많을 거 같은 업종이네 ㄷㄷ 앞으로 좋은 글 부탁해

조건 작성자 21.10.04. 00:17
욱쓰

칭찬 고마워 브로 잘자고 다음에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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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니콜라스PD 21.10.03. 23:58

작은 모텔이지만 운영하면서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은 느낌이 물씬 나는 글이야

 

정말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있다는걸 살면서 배웠겠다 브로

 

이렇게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다니 나도 놀랐네

 

앞으로도 이야기 많이 공유해줘 ㅎㅎ

조건 작성자 21.10.04. 00:17
니콜라스PD

진짜 여기일 하다보면 별별 종류의 사람들을 다 겪어 재미있어ㅋㅋ 고마워 브로 잘자시게

벤치만20년 21.10.04. 00:04

와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다 읽었네;; 흡입력 미쳤다

 

브로 진짜 시리즈로 해도 되겠는데?

조건 작성자 21.10.04. 00:18
벤치만20년

지루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브로 댓글보니까 기분좋네 고마워 브로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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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lee 21.10.04. 00:20

와...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읽어버렸네

 

나도 현장일때문에 숙박업소 자주 이용하는데, 한번은 진짜 새벽부터 꿍떡꿍떡 소리가 그치지 않아

 

새벽에 일나가기전에도 꿍떡꿍떡 ㅋㅋ

 

근데 사람대하는 일하다보면 사람에 대한 혐오감이 생기던데...ㅠㅠ

조건 작성자 21.10.04. 00:37
Madlee

어 맞어. 진짜 그래 특히 나이든 양반들 답 안나와ㅜㅜ 소리나는거는ㅋㅋ 참 재미있지 나중에 그 쪽 부분도 한번 써볼께 고마워 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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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lee 21.10.04. 00:40
조건

나도 편의점 2년정도 있으니까 별의별 사람 다 만나봤어 ㅋㅋ

 

그리고 사람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했지ㅠ

 

그래서 지금도 사람들 마주치는거 별로 안좋아해

synapse 21.10.04. 00:25

광 범위한 유형의 사람들을 대하는 서비스직은 진짜 고충이 많을 듯.. 버라이어티해서 손님을 응대하는 센스도 필요해서 난이도도 높을 거 같아 브로 ㅎㅎ 오랜기간 운영한 걸 보니 센스가 장난이 아닐 듯?

조건 작성자 21.10.04. 00:40
synapse

그냥 몇년 겪다보니 없던 센스도 생기더라구ㅋㅋ 적응해야지 어쩌겠어 먹고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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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21.10.04. 00:43

장난 아니네 브로;;

 

사장님들은 항상 사무실에 앉아 있는것만 봤었는데

 

생각보다 고충이 심하네.

 

고생이 많아.

조건 작성자 21.10.04. 00:53
닌자

큰 호텔급이나 되야 그렇지 내 성격이 좀 같이 고생하자 마인드이기도 하고 우리처럼 소규모 숙박업은 직원보다 일을 더 많이해야 먹고 살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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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skykim 21.10.04. 08:31

아 정말 끔찍한 일이 많구나.. ㅜㅜ

 

남의 눈에 안보이는 데 있으니까 사람 본성의 밑천까지 다 드러내는건가

조건 작성자 21.10.04. 18:23
blueskykim

맞어 사람은 원래 악한 존재인건가 싶어

best7 21.10.16. 05:36

하나같이다 주옥같네 ... 우울증빌런은 어후 ;;; 별별사람들다보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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